나오미, 착한 며느리 잔치’, 그 흥겨운 축제 현장을 가다

지난 5일 일요일, 서귀포 성당 마당은 끊이지 않는 웃음소리와 박수소리가 터져나오고, 대도로변까지 번지는 구수한 음식 냄새는 뱃속에서 ‘꼬로록’ 시장기를 돌게 만들었다. 성당 입구에 걸린 큼지막한 현수막은 행사 분위기를 있는 그대로 잘 전해준다. ‘나오미, 착한 며느리 잔치’. 결혼이주여성들과 이주 노동자들의 모임인 ‘나오미’ 소속 착한 며느리들이 벌이는 잔치 한마당이라는 알림판이었다.


마당 안으로 들어서니 천막 안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필리핀, 베트남 전퉁음식에 한창 빠져 있었다. 마당가를 빙 둘러가며 진행되는 바자회에 나온 다양한 물건을 고르는 손님들의 표정 역시 무척 밝다. 유치원이던 건물을 리모델링해 만든 하논 카페에는 담소를 나누든가 갤러리 전시물을 감상하는 이들의 모습이 무척 만족스럽고 행복해 보였다.


이번 행사는 나오미 가족들이 모두 함께 힘을 모아서 여러 가지 형편으로 인해 고향 방문을 해보지 못한 회원들의 고향 방문을 지원하고 어려움에 처한 다문화가정을 돕는다는 취지로 마련했다. 이러한 실천을 통해 스스로 자존감을 높임은 물론이고 서로간의 결속력을 굳건히 다지며 대한민국 구성원으로서 뿌리 내릴 수 있는 계기로 삼는다는 보다 속 깊은 목표를 함께 잡고 임했다고 전한다. 서귀포 시민으로서 자부심을 가일층 느끼면서.


‘나오미’는 구약성경 ‘룻기’의 주인공 룻(다윗 왕의 할아버지를 낳은 여인)의 시어머니 이름이다. 유대인인 나오미는 남편을 잃은 이방인(모압족) 며느리 룻과 함께 살면서 마치 딸처럼 배려해주고 잘 보살폈다고 전한다. 심지어 나오미는 '룻'으로 하여금 친족인 '보아즈'와 재혼하게까지 만들었다. ‘나오미’처럼 이민족간 배려와 돌봄이 필요하다는 뜻에서 강우일 주교가 권한 명칭이라 한다. 천주교제주교구 이주사목센터 역시 ‘나오미’라 이름 붙여졌다.


‘나오미, 착한 며느리 잔치’는 기획에서부터 시행까지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나오미’ 회원 스스로의 힘으로 이뤄졌다. 나오미는 지난해 2월에 결성된 다문화가족 모임이다. 처음에는 서귀포성당에 나오는 결혼이주여성들에게 편안한 자리를 제공하고 다과라도 함께 나누자는 취지로 시작되었다.

이미 서귀포시는 물론 성당 안에도 점차 늘어나는 다문화가족을 위한 다문화분과(위원장 이경숙)가 성당 사목회 안에 조직되어 있어서 접근이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한다. 최근에는 베트남이라든지 동티모르 등지에서 들어온 외국인 노동자들도 많이 찾아오는 추세이다.


나오미 모임 회원은 현재 22명이다. 일요일이면 준회원을 포함해 자녀들까지 40~50명가량 나온다. 무엇보다 이들 자녀가 함께하면서 성당 마당은 항상 시끌벅적한 광경을 보이고 있다. 어쩌면 노령화되어가는 사회 분위기 속에 또 다른 희망의 모습이기도 하다. 모임 회장은 필리핀 출신 여성 마리사이다. 부회장은 베트남 출신 당현주. 디비나, 레이아, 로살리, 로샬리, 로세이니, 로즈마리 등 불려지는 이름들이 무척 정겹다.

다문화분과장이 주재하던 회의는 이제 스스로 진행하고 있다. 회의는 한국어로 진행한다. 서로 다른 나라 출신들이어서 소통을 더욱 빨리, 더욱 쉽게 해 나가기 위한 것이다. 간혹 익숙한 제주 사투리가 나오면 한바탕 웃음꽃이 피어오르기도 한다.


이들이 펼치는 ‘나오미, 착한 며느리 잔치’는 오전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 이어졌다. 시작시간부터 행사를 마치는 시간까지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서귀포시내 가톨릭 신자들은 물론이고 제주시에서도 일부러 찾아와 축하하고 격려하는 모습들이 보기에 참 좋았다. 길을 지나던 시민들, 관광객, 올레꾼들도 발길을 성당 마당으로 옮겨 자리를 함께하는 모습도 종종 눈에 띄었다.

서귀포성당 출신 위성곤 국회의원은 일일이 사람들을 만나 허깅하면서 반가운 인사를 나누었고 김용범, 강익자, 윤춘광 도의원 등도 다녀갔다.

이번 ‘나오미, 착한 며느리 잔치’는 그 타이틀이 의미하는 것처럼 행사에 두 가지 포인트를 두었다. 하나는 어르신들에게 ‘착한 며느리’ 노릇을 하자는 것이다. 행사장을 찾아오신 70세 이상 어르신들에게는 무료로 식사대접을 하면서 정성껏 부름씨를 해 드렸다. 둘째는 결혼이주여성들이 갖추고 있는 재능과 끼를 뽐내는 전통문화 공연의 장을 마련한 것이다. 티니클링이라 불리는 흥겨운 필리핀 민속 대나무 춤과 화려한 의상과 함께 선보인 베트남 전통춤, 그리고 자녀들이 선보인 난타 공연도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다양하고 맛깔스러우며 푸짐한 먹거리도 잔치분위기를 한껏 돋우었다. 베트남 대표음식인 전통 쌀국수와 월남쌈을 비롯해 필리핀 음식으로는 바나나를 재료로 한 토론과 튀김만두요리 룸삐아 등이 먹음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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