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태익 / 칼럼니스트

오태익 / 칼럼니스트

인구 40만인 제주시에는 여섯 개의 일간 종이신문이 있다. 제민일보, 제주매일, 제주신문, 제주신보, 제주일보, 한라일보가 그것이다. 인구 400만의 부산에는 부산일보와 국제신문 둘 뿐인 것을 감안하면 제주에는 신문이 많은 편이다. 그렇다고 기존신문이 폐간되기를 바랄 것 까지는 없다. 문제는 각 신문이 여론선도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필자는 두 개의 지방지에 15년의 칼럼 집필로 100여 편의 글을 써왔으니 칼럼에 대해 얘기할 만하다. 수필 교과서는 많지만, 칼럼을 쓰는데 참고가 될 책은 없고, 칼럼니스트로 별도의 등단제도 또한 없다. 당연히 문장수업이 안된 대학교수, 전직 교장, 매월 등단제도로 쏟아지는 시인, 수필가, 글쓰기를 희망하는 회사 임원 등이 칼럼의 단골 손님인 경우가 많은 게 작금의 현실이다. 필자가 모자라서 그런지 절기에 관한 얘기, 자신의 일기체 수필을 칼럼이라고 발표하고 있는 경우를 보게 될 때가 많다. 딱한 노릇이다.

칼럼은 독자층의 여론을 선도하는 힘이 있다. 필자 역시 수십 년 전 당시 조선일보의 명칼럼니스트였던 모 부장판사의 글을 아직도 기억한다. 세상에서 공부 좀 한다고 누구나 판, 검사가 된다면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청소원도 필요하고 술파는 여자도 있어야 한다는 논지의 칼럼이었다. 언필칭, 그 칼럼의 영향으로 나도 오늘 잘난 사람은 못됐지만, 칼럼니스트로 말석에 끼어 있는 셈이다. 등단제도가 없었지만 15년 동안 100여 편의 칼럼을 두 지방지에 발표했으니 칼럼니스트로 부끄러움은 없다.

칼럼은 기둥을 뜻하는 라틴어 칼룸나(columin)에서 나온 말이다. 신문지면의 기고난, 특별기고, 상시 특약기고, 매일 일정한 자리에 연재되는 단평란 등을 뜻한다. 특히 칼럼니스트 임의대로 원고 매수를 줄이거나 늘릴 수 없는 고정란이다. 사설은 신문사의 의견란이지만, 칼럼은 개인의 아이디어나 의견이라는 것이다. 사설은 무기명이거나 논설실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지만, 칼럼은 기명으로 발표되는 개인 의견이거나 아이디어라는 점이 특징적이다.

신문지면, 혹은 잡지 등의 특별기고란인 칼럼을 쓰는 일은 녹록한 일이 아니다. 사전적 의미로는 주로 시사, 사회, 풍속 따위에 관하여 짧게 평을 하는 것이다. 칼럼 필진은 그만큼 사회를 통시적으로 바라보는 혜안과 그에 따른 역량을 갖추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흔한 말로 수필이 조금의 문장력만 있으면 물 흐르듯이 누구나 쓸 수 있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나 실상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수필가로 등단하기 위해서는 삶의 깊이와 또 얼마만큼의 글쓰기 훈련이 필요한 것인지 헤아려보면 알 일이다. 적어도 읽는 이들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서라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안에서 세태를 짚고 모든 이가 함께 생각할만한 점을 제시하고 나아가 읽는 이들에게 삶의 힘이 되는 칼럼을 쓰기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물론 수필가라든지 시인, 소설가 등 문학인이나 정치인, 학자 등 필진은 폭 넓다고 볼 수 있으나 좋은 칼럼을 쓰기 위해서는 마땅히 기본이 되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칼럼은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가벼운 읽을거리나 상담의 기능 등 다양하지만, 주된 기능은 여론형성 기능이라 할 수 있다.

칼럼니스트는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외설을 발표하지 않는 한 언론의 자유를 누리는 자존감이 있다. 칼럼은 우리 시대의 문제에 대해 독자와 같이 생각할 수 있는 점을 쓰는 글이지만 자기 주장이 전혀 없는 글은 칼럼으로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좋은 칼럼니스트가 갖추어야 할 자질은 이슈에 대한 통찰력, 논지의 균형 감각이 아닌가 한다. 필자는 언젠가 국토의 마침표 마라도에 대한 기행문을 쓰면서, 거기에 있던 묘소에 대한 생각을 쓴 일이 있다.

바람의 땅, 바람의 세상에서 고생했으니 이제 편히 쉬노라고 무언의 답을 하는 것 같았다. 세상살이가 쉽기만 하다면 재미가 없어서 인생 80을 견디기가 힘들 것이다. 시시때때로 뉴스를 타듯이 힘들어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얘기에 전혀 공감할 수가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 살아가는 사람도 어렵다는 점에서는 매한가지이다. 힘든 것을 이겨내고 있을 뿐인 것이다. 모 회사의 광고 문안 일부가 이를 대변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지금 경제가 어렵고 사는 맛이 좀 덜하더라도 여러분, 부디 힘내세요. 지금보다 훨씬 어려웠던 IMF시절도 넘었던 저력을 갖고 있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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