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니치 바이탈체크> 강정마을 평화센터에서 공연

지난 12일 저녁 7시 30분, 서귀포시 강정마을에서 강정평화센터에서 재일교포 1세의 삶을 그려낸 <자이니치 바이탈체크>가 공연됐다. 객석은 관객들로 가득 찼다. 공연을 보러 온 강정주민과 평화활동가, 제주도민 등 50여 명은 공연 시간 내내 울고 웃으며 을생의 이야기에 동화됐다. 1인 마당극의 형식을 취한 이번 공연 내내 배우인 재일동포 김기강씨는 다양한 극중 인물들로 분하며 온몸으로 열연했다.

<자이니치 바이탈체크>는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멸시받고 권리를 침해받으며 살아온 제일동포들의 애환을 그려냈다. 이 공연의 주무대는 이쿠노쿠 데이서비스센터인데 재일동포 1세 을생 할머니가 90세 생일을 맞은 시점에서 재일동포로 살아온 과정을 담아냈다.

여러 자료에 따르면 공연의 주무대인 이쿠노쿠 데이서비스센터는 가상의 공간이 아닌 실재 공간이다.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를 이어 복지시설 운영에 힘써온 윤기 씨가 1994년 오사카 이쿠노쿠에 건설한 노인복지시설이다.

<자이니치 바이탈체크>는 체온, 맥박, 호흡, 혈압 등 바이탈사인 민족성의 상징으로 표현한다. 바이탈사인은 생명 활동의 신호로, 생명을 잃으면 바이탈사인은 잡히지 않는다. 그와 같은 생명체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바이탈체크다. 이 공연에서 바이탈사인은 재일동포들의 민족성을 상징한다.

뱃고동을 들으며 어린 을생이 허리가 굽으며 할머니 을생으로 화하는 장면은 강렬했다. 그 어떤 특수효과로도 흉내낼 수 없는 연출이었다. 배우 김기강씨는 그 5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 에 을생의 모든 세월을 함축하는 연기를 보여줬다. 약 100년 동안의 식민지 지배, 강제노동, 왕따(이지메), 각종 차별 등 재일동포들이 겪은 고통의 무게가 을생 할머니의 굽은 허리에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이 공연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고통을 받다가 세상을 떠난 재일동포들을 위무하는 굿판이었다. 김기강씨는 배역이 바뀔 때마다 매번 새로운 신을 몸에 모신 듯이 연기를 해냈다. 공연 관계자의 비유대로 작두를 타는 듯한 연기였다.

<자이니치 바이탈체크> 순회공연은 12월 4일 서울을 시작으로 6일 인천, 8일 해남, 10일 부산에 이어 12일 서귀포 강정마을에서 마무리됐다. 강정마을 공연은 한국에서 열린 다섯 번째 공연이자 마지막 공연이다.

조선학교를 돕는 사람들의 모임 몽당연필의 대표인 권해효씨(배우)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재일동포 중에는 제주 사람들이 많았다. 주인공도 제주 사람이다. 이 공연의 제주 공연은 어떤 면에서는 필연적이라고 볼 수 있다. 강정마을에서 순회공연을 마무리 하게 돼 더욱 뜻깊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로 사랑의 묵시록이 있다. 이쿠노쿠 데이서비스센터를 만든 윤기 씨의 어머니 다우치 치츠코( 田內  千鶴子)씨 이야기이다. 다우치 치츠코씨는 평생 한국의 고아들을 위해 헌신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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