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초 축구부 홍일점 이하은 선수

서귀포초등학교 축구부 이하은 선수.

전지훈련 청소년축구대회 초등부 경기가 열리고 있는 서귀포초등학교 운동장. 지도자들의 외침과 선수들의 고함, 부모님들의 응원으로 운동장에는 생기가 느껴진다.

홈팀 서귀포초등학교와 도내FC가 경기를 앞둔 10일 오후, 운동장에 눈에 띠는 홍일점이 있다. 서귀포초등학교(이하 서귀초) 이하은 선수다. 새 학기가 되면 5학년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여자축구가 제법 활성화되었고, 여자대표팀이 남자들보다 국제대회에서 더 좋은 성적을 거둔다. 다만 남자팀에서 여학생이 뛰고 있는 것이 이상했는데, 남학생은 여자팀에서 뛸 수 없지만 여학생이 남자에서 뛰는 건 가능하다고 한다. 서귀초에 여자 축구부가 없기 때문에 하은이가 남자 축구부에서 뛰는 것이라고 한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다. 축구선수인 오빠를 따라하다가 축구 좋아졌다고 한다. 다른 어떤 게임보다도 축구가 재미있고 좋다. 학교에서는 남자, 여자 가릴 것 없이 친구가 많은데, 특히 축구부 친구들과 사이가 좋다.

좋아하는 걸그룹이 있는지 물었더니, 좋아하는 연예인은 없고 여자축구 지소연 선수를 좋아한다고 답했다.

서귀포초등학교 선수들이 경기에 앞서 몸을 풀고 있다.

서귀초 장영훈 감독은 “하은이가 아직 4학년이라 주전으로 풀타임 뛰기 어렵지만, 5학년이나 6학년이 되면 충분히 주전으로 뛸 기량”이라고 했다. 달리기도 빠르고, 체력도 좋아 라이트 윙 자리에서 연습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 하은이에게 문제가 생겼다. 지난 주 성거초등학교와의 경기에 출전했다가 허벅지를 다쳐 더 이상 시합에 나올 수 없는 상황. 어머니는 아프면 운동장에 나가지 말고 쉬라고 했지만, 그래도 경기장이 좋아서 나왔다.

운동장에 나왔는데 뛸 수가 없어 답답한지, 경기가 진행되는 내내 경기장 주변을 서성거렸다. 동료들이기를 잘 풀어가지 못할 때마다 쓸쓸한 눈으로 운동장을 쳐다봤다.

하은이는 부상을 당해서 이날 경기에 뛸 수 없었다.

초등학교 졸업 후에도 축구를 계속할 생각인지 물었더니, “중학교 가서도 축구를 할 거예요. 뛰어난 축구선수가 될래요”라고 했다. 축구를 할 수 있다면 육지에 있는 학교에 진학할 수도 있다고 했다. 제주도내 여자 축구부가 있는 중학교로는 조천중학교가 유일하다.

이날 시합에서 서귀초는 안타깝게도 도내FC에게 1-2로 졌다. 인터뷰 초반에는 “제가 진짜로 신문에 나와요”라며 활짝 웃던 하은이 얼굴에 어느덧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졌다. 아이들은 이렇게 스포츠를 통해 인생을 배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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