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실업핸드볼 대구시청 황정동 감독

공천포전지훈련장내 다목적체육관에서 대구시청 핸드볼 팀이 황지정보산업고등학교 선수들과 연습경기를 치르고 있다.

정오가 몇 분 남지 않은 시각, 공천포전지훈련장 내 다목적체육관. 운동화 창이 바닥에 미끄러지는 소리와 선수들의 함성소리, 공이 사물에 부딪쳐 튀어 오르는 소리로 실내가 요란하다.

대구시청 여자 핸드볼 팀과 여고부 최강 황지정보산업고등학교 선수들이 연습경기에 열중이다. 여자 선수들의 가늘고 톤 높은 ‘화이팅’이 쉼 없이 이어지고, 경기 지시를 내리는 감독의 육중한 목소리가 체육관을 지배한다.

그 무거운 목소리의 주인공, 여자실업핸드볼 대구시청 팀 황정동 감독을 만났다. 황 감독은 지난 11월에 은퇴한 이재영 감독의 후임으로 지휘봉을 잡게 되었다. 코치에서 감독으로 승진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지금도 자신을 코치라고 소개했다. “그럼 감독님은 어디 계시냐”고 물었더니, “사실 제가 감독입니다”라고 답했다.

대구시청은 지난 84년에 창단한 팀이다. 지난해에는 SK코리안리그(연중리그)에서 4위, 전국체전에서 3위를 차지했다. 정유라, 김진이, 배민희 등 국가대표에서 활약하는 선수를 세 명이나 확보하고 있다.

10년 전부터 매해 겨울 서귀포에 둥지를 틀고 동계훈련을 치렀다. 올해도 이달 5일부터 19일까지 2주간 일정으로 공천포훈련장, 효돈체육관, 서귀중학교 체육관 등에서 훈련에 열중이다. 2월 3일 예정된 리그 개막 이전에 기량을 극대화시켜야 한다.

여자실업핸드볼 대구시청  황정동 감독. 지난 11월에 은퇴한 이재영 감독의 후임으로 지휘봉을 잡게 되었다.

황 감독은 서귀포가 전지훈련 장소로서 좋은 조건을 갖췄다고 말한다. 무엇보다도 날씨가 따뜻하고 연습할 수 있는 체육관 시설이 잘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게 다 만족스러운 건 아니다.

훈련기간 중 연습경기를 치러보는 게 중요한데, 제주도에는 실업 선수들과 겨룰만한 팀이 없다. 서귀포에 핸드볼 팀으로는 서귀중학교가 유일한데 실업선수들이 중학생들과 경기할 수는 없다. 이런 사정 때문에 제주도 전지훈련을 계획할 때, 꼭 두 팀이 함께 짝을 맞춰야 한다. 그래서 올해는 황지정보산업고등학교와 훈련 파트너가 되었다.

서귀포시의 관심도 예전 같지 않다고 한다. 10년 전 처음 훈련 왔을 때는 서귀포시청에서 물도 준비해주고, 귤도 몇 상자 선물했다. 그런데 전지훈련 오는 팀들이 많아지면서, 관심이 식어가는 느낌이다.

실업 선수단은 돈에 여유가 없다. 동계훈련 예산으로 약 2천5백만 원 정도를 책정하는데, 버스를 대여하는 비용만도 5백만 원이 넘게 든다. 거기에 숙식비를 지출하고 나면 남는 돈이 별로 없다.

일정 중에 관광지를 둘러볼 시간이 포함되었지만, 입장료 때문에 구경도 많이 못할 형편이다. 황 감독은 동계훈련 기간 동안만이라도 선수들에게 제주도민 할인과 비슷한 혜택을 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제주도까지 왔는데 훈련만 하고 관광은 못한다면, 선수들이 너무 딱하다는 말이다. 담당자들이 새겨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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