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FC 최종수비수, 이병찬 선수

부천FC 이병찬 선수.

동계훈련리그 초등부 경기가 마무리되는 20일, 제주에는 기상청 예보대로 강한 바람과 함께 눈보라가 날렸다. 이날 중문초등학교에서 열릴 예정이던 경기는 궂은 날씨 때문에 모두 보류되었다.

이번 대회 최강으로 꼽히는 부천FC와 외도초등학교의 경기는 우여곡절 끝에 서귀포초등학교로 옮겨 치러졌다. 중문에 비해 조금 낫기는 했지만, 서귀포의 날씨도 짓궂기는 마찬가지. 천막이 바람에 주저앉기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 경기를 제대로 치를 수 있겠냐는 우려가 곳곳에서 들렸지만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 눈빛은 흔들림이 없다.

주심의 신호로 양팀 선수들이 하프라인에 모였을 때, 부천FC 선수들 가운데 눈에 띠는 선수가 있다. 키가 동료들보다 큰데, 빨간 운동화를 신었다. 거기에 주의사항을 알리는 심판의 목소리에 유독 집중한다. 등번호 5번 이병찬 선수다.

부천FC와 외도초등학교 선수들이 경기 직전 하프라인에 모였다.

병찬이의 포지션은 최종 수비수다. 경기가 시작되자 가운데 가장 후방에서 상대 공격수들이 골문으로 돌파할 수 없도록 차단한다. 공격수를 강하게 압박해 상대에게 슛을 날릴 기회를 주지 않고, 필요할 땐 강한 태클로 공격의 흐름을 끊는다. 병찬이의 적극적인 수비로, 부천FC의 골키퍼가 바쁘지가 않다.

부천FC는 시종일관 경기 흐름을 지배했다. 점수도 부천이 제법 앞선 후반전, 병찬이가 최종 공격수로 위치를 바꿨다. 코너킥 찬스에서는 자리를 바꾸기도 하고 높이 튀어 오르기도 하면서 수비수들을 교란시킨다. 병찬이는 끝까지 종횡무진 맹활약을 펼쳤고, 경기는 부천FC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동계훈련리그 전 경기가 마무리됐기 때문에, 선수들은 짐을 챙기고 서둘러 공항으로 가야한다. 모두 바삐 움직이는 가운데, 병찬이를 붙들고 얘기를 나눴다.

병찬이는 부천석천초등학교에 다니는데, 새해 6학년이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재미로 축구를 하다가, 4학년 때 부천FC에서 공개테스트를 받았다. 그렇게 팀과 인연을 맺었다. 이번 대회에서 병찬이는 3골을 넣었다.

부천FC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부천공설운동장에서 축구연습을 한다. 매일 축구연습을 하기 때문에 공부에 소홀할 우려도 있지만, 그래도 학교에서 시험을 보면 평균 90점은 넘는다.

스페인 바로셀로나 팀의 카를레스 푸욜을 좋아한다. “수비도 잘하고, 매너도 좋기 때문에 이 선수를 좋아한다”고 했다.

카를레스 푸욜은 스페인 최고 수비수이자 영원한 리더로 꼽힌다. 2010년 FIFA 월드컵 당시 독일과의 4강전에서의 인상적인 헤딩골로 스페인의 1:0 승리를 이끌어 월드컵 첫 우승을 거머쥐는데 일조했다.

푸욜은 운동장에 들어서면 저돌적인 태클로 상대방 공격을 차단, 철벽수비를 자랑하지만, 상대팀에 대한 남다른 예우를 보이기 때문에 축구장의 신사로 존경을 받았다.

철벽수비에 깨끗한 매너, 병찬이가 자신이 좋아하는 푸욜 선수를 닮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부모님은 병찬이가 축구할 수 있도록 응원을 많이 해주신다. 처음 시선을 끌었던 빨간 축구화도 아빠가 손수 동대문까지 가서 사오셨다고 했다.

경기 후반에 왜 공격수로 자리를 옮겼는지 묻자, “감독님이 가끔 그런 작전을 내린다”고 했다. 경기가 잘 안 풀리거나 저학년들에게 기회를 주고자할 때 공격력을 보완하기 위해 내리는 전술이다.

자신의 장점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더니, “신체조건이 뛰어나고(키 166cm, 체중 49kg) 스피드가 좋다”고 했다. 그리고 “상대방 공격수가 돌파를 시도해도 겁내지 않고 강하게 압박할 줄 안다”고 했다.

부천FC 마현욱 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지시를 내리는 장면이다. 마 감독 왼쪽에 이병찬 선수가 서있다.

같은 반이든 축구 동료든 친구는 모두 친하다. 같은 반 여학생들과도 두루 친한데, 특별히 사귀는 여학생이 있다고 물었더니 “아직은…”이라고 모호하게 답했다.

경기가 마무리된 후 부천FC 마현욱 감독의 간단한 지시가 있었다. “이번 대회의 목적은 우리 단점을 확인하고, 돌아가서 보완하는 것”이라며, “각자 알아서 자신의 단점이 뭔지 생각해보라”고 했다.

생각하는 선수, 현대스포츠가 추구하는 최고의 무기이자 가치다. 아이들은 스포츠를 통해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키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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