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은 제주시 한정, 전통상권 피해 적지만 관광지엔 결정타

표선에 위치한 제주민속촌. 중국인 관광객의 눈길을 끌기 위해 한류드라마 대장금 사진을 입구에 전시했다. 중국 당국의 한국여행 금지 조치로 주말에도 한산하다.

중국 정부가 사실상 중국인들의 한국여행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리면서, 중국 특수를 누렸던 제주도 여행업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지난해 국방부가 성주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한 이후, 중국은 한국 연예인의 중국내 공연을 취소하고, 한국행 전세기나 크루즈 운항을 대폭 축소했다. 그리고 중국 수출을 추진하던 한국 화장품을 대량 반품 조치했다. 급기야 정부가 나서서 중국인들의 한국여행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지난 2일, 연합뉴스는 중국 현지 여행업계의 소식을 인용하며, “중국 여유국이 베이징 일대 여행사를 소집한 회의를 열어 한국행 여행 상품에 대해 온·오프라인을 망라한 전면적인 판매중단을 구두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미 계약된 관광 상품에 대해서는 3월 중순까지 모두 소진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중국 당국의 조치로 중국내 온라인 여행사에서는 한국 여행상품이 사라져, 중국인들은 한국행 단체관광은 물론이고 여행사를 이용해 한국행 항공권을 구매하는 것도 불가능해졌다. 실제로 인천관광공사는 지난 3일, “중국 화장품 업체인 코우천그룹이 다음달 17일부터 5일 동안 직원 4천명에게 인천으로 포상 관광을 보내기로 가계약까지 마쳤지만 돌연 취소 통보를 보냈다”고 밝혔다.

제주도 단체관광을 예약한 관광객들이 무더기로 예약을 취소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승찬 제주도 관광국장은 "중국 당국이 한국관광 금지 조치를 내린 이후 제주관광 예약 취소 실태를 파악한 결과, 6일 기준 11만1000여명이 취소했다"고 말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300만 명이 넘던 제주방문 중국인 여행객은 반도막도 남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 당국의 이번 조치는 지난달 27일, 롯데그룹이 성주골프장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의 부지로 정부에 제공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보복조치 차원에서 이뤄졌다. 중국당국은 한국에 대한 여행금지 조처를 내렸을 뿐만 아니라 중국내 롯데마트에 대해 불시소방점검 등을 단행해 벌써 23개 영업점이 중국에서 영업정지를 당한 상태다.

지난 2010년 40만 명이던 제주방문 중국인 수는 2016년에 300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이 806만 명이었는데 그중 37%가 제주를 찾은 것이다. 또, 360만 명의 제주방문 외국인 중 85%가 중국인인 상황. 이는 제주도가 상하이나 베이징에서 비행기로 2시간 거리에 있는데다, 비자 없이 30일간 여행이 가능한 무사증 제도에 힘입은 결과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지난 1월에 발표한 <FIT증가에 따른 제주관광객 소비패턴 변화분석 보고서>(이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인 개별 관광객과 단체관광객은 제주에서 1인당 각각 132만7000원과 100만5000원을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국인 단체관광객이 25만4000원을 소비한 것에 비하면 중국 관광객들의 씀씀이가 내국인에 비해 4~5배 높은 수준임을 알려준다. 중국인 관광객들의 씀씀이를 낮게 잡아 100만원으로 계산해도, 300만 명이 연간 제주에서 3조원을 소비하는 셈이다. 중국관광객들이 그동안 제주관광을 지탱해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외교 문제로 중국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도내 관광업계가 입을 타격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던 숙박업소와 음식점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제주시내 대형마트들도 벌써 매출이 10% 이상 감소했다.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을 수송하던 전세버스들도 운행을 멈추고 주차장에 세워진 상태.

가장 큰 불이 떨어진 곳은 면세점 업계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관광객들은 면세점 쇼핑에 돈을 가장 많이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면세점 밖에서도 화장품이나 향수, 명품의류, 아동의류, 신발 등을 구입하는데 많은 비용을 지출한다. 그러다보니 지출의 대부분은 공항과 면세점이 들어선 제주시에서 이뤄진다.

제주도에는 현재 9개의 면세점이 있는데 제주관광공사가 운영하는 시내면세점을 제외하고는 모두 제주시내에 위치했다. 제주관광공사 면세점의 매출은 다른 업체의 1%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 중국인 관광객 급감에 따른 면세점의 매출 하락이 서귀포지역에 미칠 파급효과는 별로 크지 않을 전망이다.

도내 9대 주요골목상권을 관광객 유형별로 조사한 결과, 중국 관광객들의 소비는 서귀포시 중앙동상권에서만 일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관광객들의 소비가 주로 관광지에서 이뤄지며 상업지구나 구도심권에서는 이뤄지지 않는다. 따라서 제주도내 상권 중에서 중국인 관광객 감소에 따른 피해가 나타날 곳은 서귀포시 올레시장이 거의 유일하다. 하지만 광광지가 입을 피해는 적지 않을 전망이다.

성읍민속마을에서 관광객을 대상으로 지역특산물을 판매하는 K씨는 “민속마을이 영업 방향을 이미 중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전환한 상태다. 직원들도 주로 중국어 통역이 가능한 조선족들을 주로 고용했다”그 했다. 그는 “그런데 이미 중국인 관광객이 감소하고 있고, 3월 16일 이후에는 중국인들을 찾아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일출봉이 자리 잡은 성산의 상황은 훨씬 심각하다. 한때 주차장에 가득했던 관광버스는 몇 대보이지 않고, 중국어 통역가이드들은 자취를 감췄다. 일출봉 주변에서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상품을 파는 화장품 가게는 한산하다. 일출봉 주변 식당과 커피숍들은 손님이 없어 벌써 종업원을 그만두게 하는 상황이다.

성산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O씨는 성산에는 “농협하나로마트를 제외하고는 장사되는 곳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2014년 세월호, 2015년 메르스, 2016년에 여름 폭염으로 힘들었다. 이제 경기가 좋아질 만한데 사드 문제로 다시 경기가 싸늘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