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으로 물러나며 남긴 흔적들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청와대는 도적의 소굴이었나, 싶게 연일 뉴스를 장식하는 타이틀이 국민들을 놀라게 하고 격분하게 만들고 있다. 안보를 튼튼히 한다는 명분으로 행한 방위산업에서도 ‘수리온’이라는 한 가지 사례가 보여주듯 구멍이 뻥 뚫려 있음을 여실히 느끼게 한다. 국방·안보가 아니라 이적(利敵) 행위라는 비판에 직면한 소이이다.

지난 17일, “방산비리 척결은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닌 애국과 비애국의 문제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적폐청산 과제입니다”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적은 썩어 있는 국방·안보의 적폐도 이제 끊어내야 한다는 결연한 의지와 당위로 읽힌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1조3000억원을 들여 개발한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은 250대 보급에 5조원의 예산이 투입될 계획으로 햔재진행 중인 사업이다. 이러한 수리온이 부실 덩어리 무기체계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16일, 감사원에서 발표한 감사결과에 따르면 이 헬기의 엔진·기체·탑재장비 곳곳에 문제가 있음이 밝혀졌다. 2015년 10월에서 2016년 3월까지 미국에서 진행된 수리온 체계 결빙성능 시험에서 101개 항목 가운데 29개나 기준미달이었음에도 대한민국 방사청은 그 납품을 수락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60대가 이미 납품되었고 추가 30대는 물론 경찰과 소방청에 납품된 수리온 계열 헬기 역시 내재된 결함으로 인해 언제 추락할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운항을 중지시키고 전수조사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수리온 납품과 관련해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서 그 결과에 국민들의 시선 또한 쏠리고 있다.

19대 국회 국방위에서 활동했던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전 의원이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쏟아놓은 발언을 들어보면, 6·25 때부터 사용했던 수통을 사용하고 있는 장병들이 많았다. 수통 교체에 25억 예산이 투입됐는데 일부 사단에서는 장병들이 사용해야 할 새 수통을 전쟁나면 쓴다고 창고에 묵혀둔 경우도 많았다니 해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총알에 뚫리는 방탄복, 땀이 빠지지 않는 전투복, 물에 뜨지 않는 구명조끼, 발진하지 못했던 통영함 등 우리 군 장병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사기를 떨어뜨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군장비의 부실화, 무력화는 군 전력의 약화는 물론 기강해이로 이어진다. ‘군의 전력 부실·안보부실 야기 우려’ 측면에서 반드시 척결해야 할 사안인 것이다.

문 대통령도 언급했듯이 방산비리는 명백한 이적행위이자 매국행위이다. 참여정부 당시 설치됐던 ‘반부패 관계기관협의회’ 복원이 방산비리와 국정농단을 야기한 적폐 청산의 또 다른 시발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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