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톤 수매 목표에 훨씬 미치지 못한 성과, 내년 개선안 기대

풋귤

'제주특별자치도 감귤생산 및 유통에 관한 조례'와 2017년도 풋귤 유통처리 계획에 의해 2017년산 풋귤 유통기한이 종료됐다. 제주자치도와 제주농협이 야심차게 추진한 풋귤 명품화 사업은 별 성과 없이 막을 내렸다.

제주도와 농협은 올해산 풋귤 1000톤 수매를 목표로 걸었다. 도내 6개 지역농협이 농협 유통망을 이용해 수도권 6개 하나로마트와 연계해 풋귤을 판매하기로 했다. 지난 8월 23일, 3.5톤을 처음 출하했는데 그게 전부였다. 사업 초기의 목표를 감안하면 농협 유통조직은 너무나 저조한 실적을 남긴 것.

반면에, 좋은 빼어난 실적을 남긴 농가들이 있다. 좋은 예로, 제주시 애월읍에서 감귤 농사를 짓는 최 모씨(44). 제주 귀촌 5년째인 농부인데, 그동안 감귤을 직거래로 판매하면서 확보한 소비자들에게 3년 전부터 풋귤청을 팔았고, 지난해부터는 풋귤도 팔았다. 올해는 풋귤만을 팔았는데, 10kg 한 상자에 3만4000원씩 받고 600상자 분량을 팔았다.

최모씨 농가의 고객은 주로 일반 소비자들이지만 소규모 가공업체나 카페 운영자들도 있다. 특히 소규모 가공업체들은 한 번에 500kg 이상 매입해 풋귤청을 만들고 소비자에게 판매하거나 카페에 납품한다는 것.

최 씨는 “카페에서 풋귤에이드 한 잔에 4~5000원씩 판매되는데 여름 한철 특수를 누리는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농가는 남원읍에서 감귤농사를 짓는 오모씨(49). 미리 제작한 SNS홍보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판매가 시작되기 전부터 주문이 이어졌는데, 급기야 오픈마켓 운영자와 연결이 됐다. 5킬로그램 포장상자로 하루에 500상자 넘는 풋귤을 오픈마켓에 납품하기도 했다.

풋귤 사업에 대해 이렇게 양극화가 일어난데 대해 여러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서울에서 제주로 귀촌한 지 오래지 않은 주부는 “풋귤이 제주를 중심으로 알려지고 있기는 하지만, 풋귤 소비가 대도시에서 일반적이지는 않다”고 했다. 즉, 아직 도시 매장에 쌓아놓고 지나는 소비자에게 팔 수 있을 만큼 대중화되지는 않았다는 말이다.

매장에서 다양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광고나 TV방송을 통한 ‘직·간접적 홍보’가 절실히 필요한 단계라는 지적이다.

서귀포 지역 업체가 제작한 풋귤 음료.

수확한 지 일주일이 지나면 노랗게 변하는 풋귤의 특성상 제품화가 시급한 과제라는 지적도 있다. 풋귤을 이용한 다양한 제품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것도 한계다. 아직까지 도내에서 개발된 제품은 수공업으로 제작된 ‘풋귤청’과 '풋귤음료'가 전부다.

지난 6월 이후, 서귀포시가 15억을 내걸고 풋귤 제품 가공공장이나 장비 구축 등 민간자본보조사업을 수행할 업체를 내걸었는데도, 아직까지 참여희망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다양한 사업 전망이 아직까지 보이지 않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그런 가운데 서귀포시에서 감귤 원액주스를 생산하는 업체는 최근 ‘풋귤 음료’를 출시해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상품이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업체 관계자는 “육지의 업체에서 건조 풋귤 주문이 있어서 납품하고 있다”고 했다. 다른 지역 업체가 풋귤의 기능성에 관심을 두고 제품개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지역 업체가 외부 기업의 주문을 받고 생산한 건조 풋귤. 다른 지역에서 풋귤의 기능성에 주목하고 제품 개발에 나선 것으로 판단된다.

다행히도 금년 가을부터 감귤 자조금이 조성된다. 풋귤과 감귤 전반에 대한 홍보가 이전에 비해 활발해질 것이라고 기대된다. 농업기술원과 농촌진흥청, 테크노파크, 한의약연구소 등 각 연구기관에서 풋귤과 관련한 연구가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내년도는 금년보다 사업여건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도 가능하다.

너무나 초라한 성적에 대해 민망해서인지 내년 선거를 의식해서인지, 제주자치도와 농협 관계자들은 올해 풋귤 사업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땅에 넘어진 자, 그 땅을 짚고 일어나라(因地而倒者 因地而起)’는 지눌 스님의 법어가 있지 않은가? 제대로 평가하고 반성해야만 실패를 교훈삼아 제대로 된 개선안을 내놓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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