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호와 졸업을 함께하지 못해 너무 아쉽습니다. 그렇게 사고를 당하리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나버려서 마음 아프고 슬픕니다. 민호가 보고 싶습니다."라며 졸업식장에서 울먹이던 같은 반 친구들의 모습이 안쓰러웠다. 명예졸업장을 받아든 민호군 부모님의 눈가에 맺힌 눈물과 그 슬픔은 오래 풀지 못할 한스러움임을 느끼게 했다.

도내 음료 제조공장에서 현장실습 중이던 고교생 이민호 군이 숨진 지 이미 100일을 넘어섰음에도 약속되었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후속조치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현장실습고등학생 사망에 따른 제주지역공동대책위원회(대책위)'는 지난 26일, 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민호 군 사망 100일을 맞아 정부와 도교육청에 조속한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며 대통령과의 면담을 공식 요청했다.

이와 함께 "사건발생 초기 고용노동부와 교육부가 진행한 합동조사에 대해 제주도교육청도 결과를 모른다고 하고, 사고 업체 대표에 대한 검찰 조사도 진척사항이 없는 상황"임을 지적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사건의 진상을 조속히 조사하고 마무리해야 할 고용노동부는 (주)제이크리에이션 공장을 재가동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유족과 대책위에 약속했던 '공장 재가동시 재발방지 위한 안전조치 이행상황'에 대한 사전 설명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고 밝혔다. 특히 근로복지공단도 노동부의 조사를 핑계로 유족에 대한 보상 업무를 늦추며 아직껏  그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니 이는 무책임의 극치다.

조속한 진상규명, 임금 보상 등 후속조치 마무리, 서귀산과고의 허술한 현장실습 지도와 도교육청의 지도관리 소홀 책임 규명, 2018년 현장실습개선안 관련 대책위와의 충분한 논의와 실행, 재발방지 위한 학생안전과 인권을 기리는 기념비의 교육청 내 설치 등 대책위의 요구사항은 타당하다.

정부는 물론 여야 정치권은 도끼자루 썩는 줄도 모르는 이념논쟁에 몰두할 것이 아니라 현장 방문을 통해 이구동성으로 약속했던 '진상조사, 현장실습 점검관리 시스템 개선'을 비롯한 재발방지 근본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제주도와 도교육청 역시 대책위와 유족들의 문제 제기에 귀 기울여 그에 상응한 조치를 조속히 실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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