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로잉, 송철의 <내가 당신에게 해줄 수 있는 위로> 사진展

'사운드로잉' 갤러리 내부 모습

풍경에서, 사람에서, 늘 아름다운 것들로부터....내가 작업하는 모든 것들은 ‘위로’를 담는다.

서귀포시 성산읍 신풍리에 한 농가창고가 있다. 슬레이트 지붕에 ‘사운드로잉’이라고 적혀 있는 것이 유일하게 이곳을 알리는 간판 역할을 한다. 자칫 스쳐 지나가기 쉽다.

‘사운드로잉’을 운영하고 있는 송철의 작가. 사진작가인 그는 제주에 내려온 지 5년 차로 서울에서 패션, 광고 위주의 상업 사진으로 꽤나 유명했고, 쉼과 전환점을 갖고자 내려온 제주에서 우연히 셀프 웨딩 사진을 시작하며 셀프웨딩을 찍고자 하는 이들 사이에서도 알려져 있다.

2017년 7월 1일 문을 연 신풍리에 있는 ‘사운드로잉’ 공간은 그의 사진 작품을 전시하는 곳이다. sound+drawing의 합성어로 2011년 그의 작품을 보고 영감을 얻은 작곡가가 곡을 만들어 사진 전시와 연주를 함께 진행했던 프로젝트로 ‘사운드로잉’의 첫 개인전이 시작됐다. 신풍리의 ‘사운드로잉’에서는 작년 6월부터 11월까지 첫 전시를 열고, 2018년 3월 2일부터 4월 15일까지 두 번째 사진전을 펼치고 있다.

 

 

“삶 속에 음악이 있어야 하는데, 음악 안에 삶이 있었다.” 이렇게 삶의 전환점을 맞았던 송철의 작가.

송철의 작가는 원래 플루트를 전공했던 음악가였다. 유년시절 플루트가 좋아 시작한 클래식 음악으로 대학 전공을 마치고 영국으로 유학 갔던 그에게, 우연한 기회가 찾아왔다. “원래 클래식을 하는 사람들은 그것만 하다 보니, 다른 세계가 어떤지도 몰랐어요.” 영국에서 우연히 한국의 스포츠 전문 언론사 특파원과 같이 쉐어하우스 생활을 하게 됐고, 2006년 그 당시 박지성 등 유명한 한국의 스포츠인들을 인터뷰하는 자리에 기자와 동행한 것이 시작이었다.

그 우연한 계기가 운명처럼 한 순간 ‘사진’에 미치도록 한 것은 아니다. 그 경험들은 음악이라는 틀 안에서만 갇혀 있던 그에게 “인생이 음악 하나만 알고 살기에는 너무 아깝겠다.”라는 생각을 던져주었다고. 그렇게 그는 음악을 하고자 오랫동안 머물 생각으로 갔던 영국 유학에서 과감히 악기를 처분했다. 악기를 손에 들고 있는 이상, 다양한 삶을 위해 도전해보고자 하는 그의 마음이 흔들릴까 하는 마음에.

그는 닥치는 대로 새로운 도전을 했다.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매니저 역할까지 했고, 한국에 와서는 어학원에서 일하기도 했다. 그런데 새로운 삶에 도전하면서 그에게는 습관이 생겼다. 사진을 제대로 배우지도 않았지만, 영국에서 경험 이후로 자연스레 그는 사진기를 들고 다녔다. 다른 일들을 하면서도 아침에 눈을 뜨면 자연스레 사진 찍는 일이 먼저였다고.

그렇게 그는 사진가의 길로 들어섰다. 마치 운명이었던 것처럼.

음악과 사진, 예술이라는 범위 안에서 자기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었고, 플루트를 내려놓고 자기 자신의 표현에 대한 갈증은 사진으로 대체됐다. 30살, 그렇게 시작된 사진으로 어느 언론사의 문화부 사진기자로 입사했고, 후에 여성 의류 쇼핑몰에서 치열한 작업을 해나갔다. “1년 간 잠도 자지 않고 하루에 10장 이상 포트폴리오를 만들자는 생각으로 치열하게 사진 작업을 했었어요.” 이왕 시작한 거 최선을 다해 그의 한계를 느껴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하루에 수천 장을 찍어도 그는 그가 찍은 사진을 전부 리뷰를 한다고 했다. 사진작가들에게 자신이 찍은 수천 장의 사진을 직접 일일이 리뷰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고.

그렇게 치열하게 하루하루 사진에 열중하던 그에게 우연히 음반 앨범 자켓 작업을 할 기회가 왔다. UV의 ‘쿨하지 못해 미안해’ 음반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사진 작업을 했던 그의 이름도 더욱 화자됐다고. 사진 업계에서는 나름 유명세를 타는 사진작가가 되었지만, 그때 또다시 송철의 작가는 삶의 전환점이 필요함을 느꼈다. 정점을 향해 갈 때, 그렇게 제주로 내려왔다.

(사진 왼쪽) 송철의 작가는 제주의 변화무쌍한 날씨 중에서도 화창한 날씨보다 안개낀 제주의 모습을 가장 좋아한다. 그리고 (사진 오른쪽)‘2018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2018 Sony World Photography Awards)’ 수상作, ‘Gas Staion'

분기별로 제주도를 다니며 사진 작업을 했던 그는, 그 당시만 해도 관광지가 아닌 진짜 ‘제주’를 카메라에 담고 다녔고, 매일 블로그, SNS를 통해 올리는 진짜 제주의 모습은 셀프 웨딩을 원하는 예비 신혼부부들의 이목을 끌었다. 그렇게 제주에 내려오고 2년 여 간 웨딩 포토그래퍼로 바쁜 삶을 살았고, 웨딩 사진 작업을 그만 둔 지금도 SNS를 통해 ‘사운드로잉’이란 닉네임의 송철의 작가를 찾는 이들이 종종 있다고 한다.

“자연을 찍는 것은 무척 중요해요. 사진은 결국 빛인데, 자연은 알 수가 없거든요. 자연스럽게 빛의 노출에 잘 조절될 수 있도록, 늘 자연에 예민해지는 거죠. 그렇게 제주의 자연 속에서 경험하고 배우고 있어요.”

사진 강의를 할 때 그는 방법론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감성적인 것들을 이야기하며, 추상적인 것들을 어떻게 실질적으로 접근하느냐를 이야기 한다.

20대까지 음악으로 살았던 그에게 프레임에 담기는 ‘감성’은 자연스러운 이야기인 듯하다. ‘사운드로잉’의 두 번째 전시 <내가 당신에게 해줄 수 있는 위로>에서는 제주도 풍경, 패션, 아이슬란드 풍경, 영국 사람들의 동작과 표정을 담아낸 시리즈로 송철의 작가의 프레임에 비친 다양한 감성을 만난다.

소니가 후원하고 세계사진협회가 주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권위 있는 글로벌 사진 대회 ‘2018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2018 Sony World Photography Awards)’에서 한국인으로 유일하게 송철의 작가의 작품이 선정됐다. 오는 4월 19일 영국에서 그 시상식이 열린다. 10개의 카테고리에 5개의 작품을 출품했고, 여행 카테고리에서 그의 ‘Gas Staion'이 선정됐다. 지난 11월 아이슬란드 여행 시, 지나가던 무인 주유소에서 어둑한 주변 풍광과 조용히 눈 날리던 아름다운 풍경을 담아냈다.

39살의 송철의 작가. 그의 인생은 크게 ‘음악’ 과 ‘사진’이라는 범주 안에서 그만의 방식으로 다양한 삶을 추구해 가고 있다. 제주의 자연, 그 안에서 매일 느끼는 어떤 감성들이 그가 찍는 모든 피사체에 녹아든다. 그렇게 그는 제주에 감사한다.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