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는 지금 열병에 시달리고 있다.
대한민국 최남단 마라도를 찾는 관광객들의 끊이지 않는 발길에 기쁨의 열병을 앓고 있고, 점점 늘어나는 폐기물과 환경문제로 역시 아픔의 열병도 함께 앓고 있다.
지난 2월 우리는 세계적인 관광의 섬 보라카이 폐쇄 경고라는 충격적인 뉴스를 접한다. ‘마지막 남은 천국’이라는 별명을 가진 필리핀 최고의 관광섬 보라카이가 폐쇄라니, 설마! 두테르테 대통령의 경고 이후 필리핀의 환경청, 관광청, 지방정부는 연간 200만명이 넘는 관광객들을 통한 수입을 포기하고 19,000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만들 수는 없다며 방안을 찾고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불법건물은 철거명령을 내리고 하수도를 정비하고 아무 곳에나 버리던 담배 꽁초와 쓰레기는 분리수거하고... 그러나 바로 오늘 2018년 4월 26일부터 필리핀정부는 보라카이를 6개월간 폐쇄한다. 관광객을 내보내고 소요와 시위, 테러를 대비해 600여명의 경찰이 섬에 배치된다고 한다. 에메랄드 빛 해변과 다양한 음식, 훌륭한 편의시설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지루할 틈이 없는 여행지로 각광받던 아름다운 섬 보라카이가 인구의 증가, 물의 과용, 오수와 폐기물 등 환경문제로 인해 누구의 접근도 허용하지 않는 섬으로 바뀐, 그야말로 사태가 일어났다.

마라도는 백령도(최서단), 독도(최동단)와 더불어 대한민국의 가장 끝에 위치한 유인도로서의 희소가치와 앞의 두 섬보다 비교적 편리하게 다녀올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관광객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마라도를 검색하면 ‘국토최남단 마라도’가 가장 먼저 뜬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짜장면’이 먼저 뜨지 않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90년대 모 통신사가 찍은 CF로 마라도 짜장면이 유명세를 탄 것이 아직도 마라도의 대표적인 콘텐츠인양 행세를 하고 있어 마라도의 진짜 매력을 가리고 있는 점은 아쉬움이 정말 많은 대목이다. 연간 6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마라도는 면적으로만 보면 보라카이보다 10배나 많은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다만 체류시간이 2시간 이내로 짧아 섬 안에 쌓이는 환경적 피로감이 보라카이보다는 작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방문한 마라도에서 안타깝게도 우려하던 현실을 마주했다.

마라도에서는 본섬이라고 불리는 제주도에 사는 우리는 쓰레기를 분리수거해 집 근처 클린하우스에 가져다 두면 된다. 폐가구나 큰 폐기물은 주민센터에 신고하고 스티커를 사다 붙여 내놓으면 그만이다. 나머지는 행정시스템에서 처리해주니까 나 같은 개인에게 더 이상의 노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런데 마라도의 경우는 다르다. 전혀 다르다. 분리수거를 해도 쓰레기는 섬 안에 남아있고 대형 폐기물의 경우는 어디 둘 곳도 마땅치 않다. 못쓰게 된 전동카트들이 여기저기 부서진 채 세워져 있는 모습은 저절로 미간을 찌푸리게 한다.

간혹 봉사자들이 섬을 돌며 주워온 쓰레기가 고맙기보다 둘 곳이 없어 난감하다는 것이 마라도 주민의 솔직한 입장이다. 우리에겐 그냥 버리면 그만인 일이 마라도에선 엄청나게 해결이 어려운 문제였다. 이뿐 아니라 부서진 안내판, 부러져 누워있는 풍력발전기, 턱없이 부족한 전기용량, 대충 시멘트로 정비해버린 길의 모습은 마라도 주민들의 정주환경에 대해 우리 도민들과 행정이 얼마나 무관심했던가를 반성하게 했다.

마라도에서 만난 한 주민은 “큰 폐기물들은 바지선을 빌어 섬 밖으로 배출시켜야하는데 바지선 임대에만 150만원이 넘게 듭니다.” 여기에 폐기물을 모으고 운반할 인력과 장비, 본섬에서 처리해야하는 비용을 합치면 마라도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해결하기엔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다.

“마라도가 오래 사랑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환경 정비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행정에서는 인구 130명(실거주 50명)의 지역으로만 생각하지 관광객 60만명이 다녀가는 섬으로 보고 정책이나 예산을 반영하지 않습니다. 전기용량도 턱없이 부족해 관광객이 더 많이 찾는 여름시즌에 정작 에어컨도 가동하지 못해 고객 불편사례가 줄을 잇는 걸 알면서도 몇 년째 한전과 행정이 서로 증설을 미루고 있는 실정입니다.”며 현실과 먼 정책에 아쉬움을 토로한다.


“지난 4월 1일부터 마을사람들이 모여 매월 1일 자체적으로 마라도 클린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사는 곳이니 우리가 먼저 나서야지요.”


우리의 마라도는 지금 관광 열병을 앓고 있다. 보라카이처럼 더 늦기 전에 우리의 보물 마라도를 도민들 모두가 수눌음으로 하나 되어 치유하고 보살펴야 한다. ‘마라도니까 잘살겠지’라는 편견도, ‘우리 마을 일이 아니니’라는 무관심도 섬의 곳곳에 쌓여있는 폐기물, 쓰레기들과 함께 치워 내고 대한민국의 자랑 마라도를 건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마라도 주민이 먼저 앞장을 섰으니 함께 사는 이웃인 우리 도민들이 따라나서고 행정에서 제도와 예산을 통해 지원한다면 제2의 보라카이사태는 우리 제주도에서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어느 고고학자는 ‘인류의 역사는 청소의 역사다. 인류는 필사적으로 계속 청소했기 때문에 살아남았다. 청소를 조금이라도 게을리 하면 문명 같은 것은 금세 먼지 속에 파묻혀 버리고 말았을 것이다.’라고 했다.

<마라도 수눌음 청소의 날 캠페인에 동참하실 단체나 기업, 개인께서는 본 지로 문의해주시기 바랍니다.>

문의:
sgpnp1996@naver.com
서귀포신문 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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