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생존수형인들과 유족, 그 가족들에게 지난 70년은 악몽같은 세월이었다고 토로한다. 불법의 시대, 야만의 시절의 참상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지난 3일, 제주지방법원 재판부(제2형사부, 주심판사 제갈창)가 양근방(86) 할아버지 등 4.3생존수형인 18명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청구사건에 대해 내린 재심 개시 결정은 커다란 사사점을 던져준다.

 당시 군법회의가 불법적으로 이뤄졌다는 사법적 판단은 사법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도 그 의의가 무척 크다. 사실 불법 군사재판에 의해 육지 형무소에 수감되었다가 극적으로 생환한 4·3생존수형인 30여명 가운데 18명이 재심청구(사건번호 2017재고합4 국방경비법위반 등)를 하기까지에는 4·3도민연대의 역할과 노력이 컸다. 주위에서는 그게 가능한 일이겠느냐고 코웃음쳤지만 생존수형인들과 함께 끝끝내 일을 성사시켰다.

 사법부가 재심 결정을 내린 것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4.3생존수형인들과 가족 일동을 비롯해 제주4.3도민연대(공동대표 양동윤)가 4일 오전 11시,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개최한 ‘제주4․3 군법회의 재심 개시 결정에 따른 기자회견’ 자리에서 청구인들은 그 결정 하나만으로도 감격스럽다고 말한다.

 4·3 군사재판 재심 결정은 4·3 진상규명에 있어서 작은 단초가 된다. 재판의 존재에 대한 의심은 있지만 수형인들을 구금한 사법절차가 존재했던 것으로 판단하고 불법감금과 고문 등 불법행위가 있었기 때문에 재심 사유가 된다고 인정되었다. 재심이라는 사법적 절차를 통해 군사재판 수형인들의 명예회복과 피해구제의 가능성이 열렸다는 점에서도 환영할 일이고 높이 평가할 수 있는 사건이다.

 오죽했으면 생존수형인들은 “이번 재심 개시 결정을,  70년 세월을 견디어 온 고통의 무게만큼 절실하게 환영한다”고 말하겠는가. 4.3당시 불법 군사재판에 의해 찢기고 망가진 세월의 억울함을 이제라도 풀 수 있는 길이 열린다니 떨리는 감격을 멈출 수가 없다는 것이다.

 4·3 당시 불법적으로 자행된 군사재판은 1948년부터 1949년까지 제14차례나 형법 제77조 내란죄, 국방경비법의 내통·간첩죄 등을 적용해 사형과 무기징역, 구금 등 수형인명부에서 밝혀진 2,530여명을 처벌했음이 드러났다. 재판부도 밝혔다시피 “청구인들은 당시 법원이 발부한 사전 또는 사후 영장도 없이 불법적으로 체포‧구금돼 군법회의에 이르게 된 것으로 판단”됨이 명확한 것이다. 발굴된 문서들이 이를 증명하고도 남는다.

 이제 재심 절차를 밟아 ‘공소 기각’ 또는 ‘무죄’ 판결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돌입했지만, 소송을 맡은 법률대리인 임재성 변호사는 “군법회의에 대한 위법성이 확인된 이상 입법부도 이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공론화가 확산되어 4·3특별법 개정, 입법에 의해 당시 군사재판을 무효화하는 것이 현명한 방식”이라 말한다.

 결국, 2530여명에 이르는 불법 군사재판 희생자들의 명예회복과 피해구제를 위한 최선의 방안은 입법을 통한 무효화이다. 국회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4·3특별법 전부 개정안’ 처리를 더 늦추지 말고 즉각 처리하기를 기대한다. 제주 지역구 국회의원 세  분은 아직 오수를 즐기고 계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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