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 제주자치도 전 부이사관은 공직에 재직하는 동안 제주도 감사위원회에 발령돼 공직 기강을 바로세우는 일을 수행했다. 지난 2006년에는 서귀포시청에 대해 특별감사를 실시해 공직자가 업자와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실과 선심성 예산을 집행한 점, 부당한 승진 인사를 단행한 점 등을 적발하고 관련자들을 문책했다.

지난 2009년에는 정부로부터 근정훈장을 받았다. 당시는 영리병원을 도입하고 감염병을 예방하는데 기여한 공이 인정됐다. 지난 2011년 공직 퇴임에 즈음해 다시 근정훈장을 받았다. 지난 38년간 지방공무원으로 재직하면서 투철한 공직관을 바탕으로 지역연대를 구축했고 장애인 등의 복지증진에 기여했다는 게 포상의 사유였다.

그런데 훈장을 두 차례라 받고, 공직기강을 바로잡는 역할을 수행했다던 H 전 부이사관이 최근 입건돼 서귀포경찰서의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 2017년, 서귀포시청 공무원에게 가족이 운영하고 있는 서귀포시 소재 모 리조트 주변에 100m가 넘는 배수로를 시공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개인이 부담해야 할 배수관 시설비를 시청이 부담하게 했다는 이유다.

서귀포경찰서는 이 과정에서 서귀포시는 사업비를 확보하기 위해 성산읍 온평리 배수로 정비사업 명목으로 편성됐던 예산 1억 원을 전용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서귀포시 내부 사정에 밝은 인사에 따르면, H 전 부이사관은 서귀포시 인사에도 관여할 위치에 있었다. 당시 시청 실세 공직자가 H 전 부이사관을 위해 담당 공무원에게 불법 민원을 주선도 했다. 현직 실세가 전직 실세를 위원회에 천거해 영향력을 행사하게 하고, 시민 공공이 누려야할 과실을 저들끼리 편취하는 전형적인 부패사례다.

서귀포경찰서가 관련자들을 입건한 만큼, 철저하게 조사해 진상을 드러내야 한다. 불법 공사가 버젓이 진행되고, 공직 라인을 거쳐 결재되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검은 손이 작동했는지도 밝혀야 한다.

그리고 관련 사실들이 모두 사실로 밝혀지면 정부는 두 차례 수여한 훈장을 회수해야 한다. 훈장은 국가가 개인의 공적을 인정해 명예를 헌정하는 방법이다. 공직 과정에서 확보한 인맥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운 이에게 ‘투철한 공직관’ 운운하며 하사한 훈장을 어느 국민이 인정하랴? 국민은 부패한 공직자에게 명예를 헌정하지 않는다.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