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이야기 2]일벌은 여왕벌의 자매, 꿀에서 탄수화물 꽃가루에서 단백질 채취

벌집틀에 수많은 방들이 있다. 벌이나 애벌레가 서식하는 방이 있고, 먹이를 저장하는 방이 있다.

여왕벌은 성충으로 변한 뒤 다른 경쟁 여왕벌들을 모두 죽이고 비로소 진정한 여왕벌에 등극한다. 최후까지 살아남은 여왕벌이 짝짓기를 위해 벌집을 나서면 수벌 10여 마리가 여왕벌과 교미를 하는데, 수벌들은 최후의 불꽃을 끝으로 생을 마감한다. 짝짓기에 성공하면 여왕벌은 둥지로 돌아와 알을 낳고 집단의 질서를 세운다.

여왕벌의 알은 여왕벌 난소 주변의 주머니에 보관된 후 정자로 수정되면 암컷으로 자라고 수정이 되지 않으면 수벌이 된다. 암벌이 통상적인 음식을 제공받으면 일벌이 되고, 로열젤리라고 불리는 특별히 영양분이 풍부한 음식을 먹으면 여왕벌이 된다.

벌은 꽃에서 꽃으로 옮겨 다니며 꽃가루를 운반해 식물의 수분을 도와준다. 그리고 꽃들은 꽃꿀과 꽃가루를 생산해서 벌에게 먹이로 제공한다. 꽃꿀은 벌에게 탄수화물을, 꽃가루는 단백질을 공급했다.

일벌이라는 암컷 벌은 여왕벌과는 자매지간이다. 이들은 여왕벌보다 몸이 작아 활동에 편리하다. 이들은 다리 끝에 달린 털로 꽃가루를 모은 후 다리에 달린 주머니에 꽃가루를 담아 둥지로 가져온다. 배에는 분비기관이 있어 벌집을 짓는 밀랍을 분비한다.

일벌은 꽃에서 꽃가루를 채집해 벌집의 저장용 방에 내려놓는다. 저장용 방이 가득차면 채집벌(외역봉)은 스스로 채집활동을 줄일 뿐만 아니라 다른 일벌에게도 꽃가루 채집을 종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꽃가루 방이 비면 스스로 채집에 적극적일 뿐만 아니라 춤을 활발하게 춤으로써 다른 벌들의 채집도 종용한다.

메밀꽃이 활짝 피었다. 벌들은 메밀꽃도 좋아한다.
제주수원양봉원 양수남(74) 대표와 부인 고원춘(72) 씨 부부. 50년이 넘게 벌을 키웠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일벌들은 애벌레가 필요한 음식을 마련한다. 애벌레는 배가 고프면 페로몬이라는 화학 물질을 분비해 음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린다. 일벌은 자신의 몸에서 꽃가루를 소화가 쉬운 형태로 분해해 분비기관을 통해 배출한다. 그리고 그 음식을 애벌레가 있는 방에 보관한다.

꿀벌은 꽃의 꿀샘에서 자당을 먹었다가 모이주머니에서 자당을 분해한다. 꿀벌은 벌집으로 돌아와 꽃꿀을 게워 혀 위에 펼쳐놓고 수반을 일부 증발시켜 작은 방에 뱉어 놓는다. 그러면 어린 벌이 그 옆에서 날개 짓으로 바람을 일으켜 꽃꿀에 함유된 수분을 증발시켜 숙성을 촉진한다. 꽃꿀의 수분이 비로소 18.6% 이하가 되면 이게 진짜 꿀인데, 이 상태에서 벌집을 짓는 벌들이 밀납을 분비하며 작은 방을 밀봉해 저장에 들어간다.

일벌 가운데 시녀벌이라 불리는 특별한 벌들이 있다. 이들은 더듬이를 통해 여왕벌의 몸을 부지런히 핥은 후에 주변에 여왕벌의 페로몬을 전달하는 일을 한다. 여왕벌이 건재함을 주변 벌에게 알리는 역할이다.

여왕벌이 낳은 수벌들은 일을 하지 않고 근처의 다른 여왕벌과 짝짓기를 해서 번식을 돕는 일만 한다.

벌은 10월 이후가 되면 활동을 줄이고 벌통 내부에서 시간을 보낸다. 이를 월동이라 하는데, 이 시기에 양봉업자들은 벌이 먹을 있게 설탕을 재료로 사양액을 준비해 공급한다.

제주수원양봉원이 판매하는 제품들.

양수남 대표는 “양봉이 사양길로 접어들었다라고 하며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제주에 양봉농협조합이 있었는데 지금은 해산되고 없다”라며 “지금은 한국양봉농협조합을 통해 사업에 도움을 받는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양봉을 오래 했기 때문에 판매처도 있고 직거래 고객들도 많다”며 “다른 사람들은 이 일이 어렵다고 하지만 나는 이걸로 생활하고 돈도 좀 벌었다”라고 말했다. 옆에서 부인 고원춘 씨는 “벌을 죽지 않게 잘 키우는 게 중요하다”며 “처음부터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람이 이용하는 식량자원의 1/3은 곤총에 의해, 그리고 그중 80~90%는 꿀벌에 의해 수정이 이뤄진다. 꿀벌은 전 세계 40여만 종 식물 75%의 번식에 참여한다. 벌이 있어서 식물이 번식하고, 인류가 식량자원을 얻을 수 있다. 꿀벌이 사라진다면 식물은 번식에 장애를 받고 생태계는 붕괴될 것이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도 4년 안에 사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벌을 돌보는 일은 생태계와 인류를 지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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