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가 최근 서귀포의료원을 제주대학병원에 위탁 운영하는 방안을 놓고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서귀포의료원이 매해 당기순이익에서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인건비 등 운영비로 60억 원 안팎의 혈세를 지원하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그런데 서귀포의료원을 제주대학병원에 위탁 운영하는 게 공공의료기관의 경영성과 공공성을 개선할 방안인지는 의문이다. 군산의료원을 원광대학병원에 위탁했던 전라북도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전라북도는 지난 1998년 11월 원광대학병원과 군산의료원 위‧수탁 계약을 체결했다. 전라북도는 당시 군산의료원측이 위‧수탁을 거부하면 병원을 매각하겠다고 배수의 진을 쳤다.

이 상황에서 군산의료원 소속 일부 의료진은 퇴사 후 군산지역 개인병원 원장들과 함께 출자해 민간 한사랑병원을 설립했다. 군산에 의료원과 규모가 비슷한 병원이 설립되면서 군산의료원의 경영환경은 더욱 열악해졌다.

게다가 노사관계는 크게 악화됐다. 인사권이 악용돼 조합원과 비조합원을 편가르는 일이 비일비재 했다. 의료서비스는 크게 악화됐다.

각종 비용의 부당 청구 사례도 이어졌다. 원광대병원에서 의료원에 파견된 과장이 해외 학회에 참석하는 수당을 청구하면서, 학회 참석도 하지 않은 사람의 출장비까지 의료원에 청구했다. 군산의료원에 파견하는 의료진을 위해 원래 원광대병원에 없던 수당까지 신설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군산의료원의 경영성과는 크게 악화됐다. 계약체결 당시 4억4000만원이던 적자는 2002년도에 35억5000만 원에 이르렀다. 최악에 달했던 2004년에는 72억3000만 원을 기록했다. 위‧수탁 계약을 체결하기 전 148억 원이던 부채는 2013년 422억 원으로 늘었다.

그런데 2014년 직영으로 전환한 뒤 군산의료원의 상황이 달라졌다. 2014년 당기 순이익이 24억700만 원의 적자를 기록한 후, 2015년에는 11억700만 원 흑자로 전환됐다.

군산의료원이 우수한 전문의 4명을 새로 채용해 의료 질을 높였고 충청·전라지역 내 최대 규모와 시설을 갖춘 호스피스 나눔병동을 가동해 서비스 질을 높인 결과다.

전국의 많은 의료원들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방의료원의 적자가 공공성 부문의 확대 때문인지, 방만한 경영 때문인지 일괄적으로 진단할 수 없다. 하지만 공공의료기관은 맡은 소임 때문에 적자가 불가피한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공공의료기관이 가진 사회적 소명을 무시하고, 적자를 탓하며 위탁‧운영에서 활로를 찾으려는 것이 타당한지 입체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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