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전국의 고등학생들이 제주4‧3의 실체적 진실을 공부할 것이라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금성출판사와 동아출판 등을 포함한 8개의 출판사가 2020년 교과서에 제주4‧3을 8‧15광복과 통일 정부 수립 과정을 이해하는데 알아야 할 ‘학습요소’로 반영했다는 소식이다.

과거 한국사 교과서는 제주4‧3을 정부수립에 반대한 폭동이나 좌우대립의 소요사태 등으로 규정했다. 그러다보니 도민이 입은 피해는 축소 기술되고, 국가가 저지른 폭력에 대해서도 실체적 기술이 이뤄지지 않았다. 교과서를 통해 청소년들은 냉전 이데올로기를 체화하고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외면하기에 이르렀다. 과거 부조리한 국가가 저지른 그릇된 국민교육의 폐해다.

2013년도에 발생한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사태는 그 대표적인 예다. 당시 교학사는 새로운 교과서를 집필하면서 제주4‧3에 대해 ‘4월3일 남로당 주도로 총선거에 반대하는 봉기를 일으켜 경찰서와 공공기관을 습격했다. 이때 많은 경찰들과 우익인사들이 살해당했다. 사건을 수습하는 과정에서는 무고한 양민의 희생도 초래됐다’고 기록해 도민사회는 물론이고, 국민적 공분을 샀다. 결국 교학사를 채택했던 고등학교들이 채택을 철회하면서 교과서는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이에 제주도교육청은 새로운 교육과정 적용을 앞두고 지난 2017년 9월부터 12월까지 3개월 동안 ‘검인정 역사교과서 4‧3집필기준개발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그리고 발생 배경과 전개과정, 진상규명, 화해와 상생의 가치 등 제주4‧3을 제대로 기술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했다. 그 기준이 ‘중학교 역사‧고등학교 한국사 집필기준 개정 시안’에 반영됐다는 기쁜 소식이다.

8개 출판사는 현재 출간을 완료한 상태인데, 현기영 작가의 소설 ‘순이 삼촌’과 영화 ‘지슬’, 무명천 할머니의 삶, 노무현 대통령의 추념식 사과, 섯알오름 학살터 등 제주의 비극을 담은 다양한 자료들이 첨부됐다. 3‧1절 발표사건이나 단독선거 반대 선거보이콧 등 사건의 배경은 물론이고 당시 제주도민 28만명 가운데 2만5000명~3만명이 희생됐다는 내용도 담겼다. 그리고 제주4‧3이 여순10‧19사건의 도화선이 됐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제주4‧3이 발생한 지 70여 년 만에 대한민국 청소년들이 교과서를 통해 비극의 실체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 격세지감이다. 그동안 제주4‧3의 실체를 알리기 위해 노력한 유족회와 관련단체, 제주도교육청의 노고에 감사의 뜻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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