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안일 선생 <옛 제주인의 샘> 열 번째 책 발간

책의 표지.

백두 오안일 선생이 <옛 제주인의 샘> 열 번째 책을 발표했다. 책은 제218장 악재(惡材)에서 제228장(여자)까지 11개의 장을 담았다.

악재와 관련해 ‘불치 장시 호잰 호난 보름 분다’는 속담을 담았다. 풀치는 불을 태우고 난 뒤에 남는 재를 뜻하는 제주어다. 재 장사를 하려는데 바람이 불어 일을 그르친다는 의미이다. 재는 과거에 비료 대용으로 사용했는데, 제주는 바람이 심해 재 장사가 쉽지 않다. 사업에는 그만큼 어려움이 따른다.

‘놈이 눈에 피 내우쟁호당 이녁 눈에 고름난다’는 속담도 있다. 남에게 피해를 주려 하다가 자신에게 더큰 화가 미친다는 의미다. 선량한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이들을 처벌해야 하는데, 저자는 이와 관련해 국가와 국제연합 등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230장 안전과 관련해 ‘고랑창 물도 내창 넘듯 해사 혼다’고 했다. 고랑창은 도랑을 뜻하는데, 작은 고랑을 넘을 때도 냇물 넘듯 조심해야 한다는 의미다. 작은 가지에 찔려도 눈이 실명될 수 있고, 평탄한 도로에 넘어져도 뇌진탕으로 사망할 수 있는 게 세상이다. 작은 일도 대수롭게 여기지 말고 명심해야 한다.

221장 양심과 관련해서는 ‘양심에 터럭났다’는 속담이 있다. 사람의 몸속에 털이 있다는 것은 몸에 이상이 생겼다는 의미로, 결국 오래 살 수 없다는 의미다. 양심에 털이 있으면 아무리 높은 기술과 뛰어난 기술이 있더라도 올바른 일을 하지 못하고, 결국은 일터에서 내몰리기 마련이다.

222장 어리석음과 관련해서는 ‘아니 무너지는 하늘에 작대기 바투쟁 혼다’는 속담이 있다. 작대기는 받침목인데, 하늘은 무너질 일이 없는데 걱정에 받침목으로 지탱하려 한다는 의미다. 일어날 가능성도 없는 일을 걱정해 불가능한 방법으로 예방하려는 것이니 그야말로 어리석음의 극치다.

225장 언어와 관련해서는 ‘말 다 고랑 족은 무덤 없나’라고 했다. 죽기 전에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죽은 사람은 없다는 뜻인데, 그만큼 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미다. 말에는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하고, 비밀은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

성경도 불경도 사서오경도 없던 시절, 제주민들은 입과 입을 통해 삶의 지혜를 전하며 살았다. 그렇게 전해진 삶의 지혜는 1000년 넘는 세월동안 섬사람들을 강하게 결속시켰다. 새로운 문화가 유입되면서 선조들이 지켜온 삶의 지혜가 사라져가는 시대, 오안일 선생이 그 지혜를 후대에 남기기 위해 해마다 책을 내고 있다. 2020년 벽두에 선생의 분투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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