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호 참사 50주기, 끝나지 않은 진실. 제1회 추모예술제’ 15일 열려

추모제 길트기(사진=장태욱 기자)
추모제 길트기(사진=장태욱 기자)

남영호 침몰 희생자를 추모하는 문화공연이 서귀포에서 열렸다. 3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고였지만, 지난 50년간 이를 제대로 평가하고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지 못했다는 판단에서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재능기부로 무대를 열었다.

한국예총 서귀포지회(회장 윤봉택)15, 천지연폭포 칠십리 야외공연장에서 남영호 참사 50주기, 끝나지 않은 진실. 1회 추모예술제를 열었다. 서귀포문인협회·서귀포국악협회·서귀포무용협회·서귀포음악협회·서귀포미술협회·서귀포사진작가협회·서귀포영화인협회·서귀포연예예술인협회 등 서귀포예총 산하 8개 회원단체가 공동으로 행사를 주관했다.

남영호조난자유족회(회장 나종열서귀포신문·서귀포 미래를 생각하는 시민모임(공동대표 허정옥)·()제주올레(이사장 서명숙)·()탐라문화유산보존회·()서귀포문화사업회(이사장 이석창카노푸스음악회(회장 강승원) 등이 후원했고, 자농 보카시비료(대표 이종헌서귀동어촌계(계장 강유신)가 협찬했다.

추모행사는 묵념을 시작으로 헌화·길트기·영신(진혼무헌주(추모곡, 계선주기도·추모헌시·추모시·추모곡·송신(살풀이방생 순으로 진행됐다.

헌화는 서귀포동어촌계의 지원을 받아 바다 위에서 봉행됐다. 유족과 회원들이 배를 타고 바다로 나아가 노란 들국화를 바다에 뿌리며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했다.

헌화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뭍으로 상륙하자 길트기 공연으로 무대가 열렸다. 서귀포국악협회 회원들은 323명 희생자들의 원혼이 무대로 들어올 수 있도록 깨끗하게 길을 열겠다는 마음을 담아 길트기 공연을 펼쳤다.

진혼무(사진=장태욱 기자)
진혼무(사진=장태욱 기자)

 

이어 행사장까지 온 영혼들을 제단에 모시는 영신(迎神) 제례가 이어졌다. 무대에는 참사에 희생된 323명의 이름이 적힌 현수막에 걸려 있었다. 현수막의 폭이 127cm인 것은 전복 시간을 기억하기 위해서이며, 길이가 323cm인 것은 희생자들의 수를 기억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이윽고 김화월 무용가가 희생자들의 넋을 모시는 영신맞이 진혼무를 선보였다. 이윽고 메조소프라노 김미현 씨가 남영호 참사 조난자를 추모하는 노래 계선주’(작사 윤봉택, 작곡 오덕화)를 부르는 가운데, 추모 헌주가 이어졌다.

이어 양해란 목사의 기도가 이어졌다. 양해란 목사는 14살이 되던 해에 남영호 참사로 어머니를 잃은 후 신앙에 의지해 삶을 살았다. 양 목사는 이념과 종교를 초월해 희생자들의 넋을 위호하는 일에 함께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밝혔다.

헌시 낭송이 이어졌다. 서귀포문인협회 문상금 전 지부장이 김광협 시인의 바다여 말하라를 낭송했다.

바다여 말하라/ 우리의 통곡을, 이 눈물을/ 절망을 말하라/ 바다로 떠나/ 바다로 가/ 바다에서 머문,/ 바다에서 쉬는/ 자 우리의 아내를 말하라/ 저 우리의 남편을 말하라/ 저 우리의 부모를, 형제를/ 친구를 말하라.

-‘바다여 말하라중 일부

김광협 시인은 남영호 침몰사고가 발생한 후 바다여 말하라를 지어 1219일자 제주신문에 게재했다. 최근 예총 서귀포지회가 남영호 추모 예술제를 준비하면서 관련 자료를 모으던 중 김광혐 시인의 시를 발굴했다.

추모시 낭송도 이어졌다. 서귀포문인협회 고현심 시인이 오승철 시인의 그리운 님을 낭송했다.

보따리 장수 홀어머니 바다에 묻은 세 아이/ 그 눈빛 그 어깨울음 뿔뿔이 흩어진 골목/ 마당귀 유자 몇 알이 장대만큼 솟았는데

, 어느 이름인들 눈부처가 아니랴/ 다시 만나자는 약속은 못했어도/ 내 아직 이승에 있을 때 이제 그만 돌아오라.

-‘그리운 님의 일부

이어 추모연주가 이어졌다. 가수 김서희 씨의 밤 항구 연락선을 시작으로 서귀포예술인협회 휘원들이 다양한 장르의 음악으로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했다. 특히 밤 항구 연락선은 남영호 참사 이후 은방울자매가 불러 대중의 사랑을 받았는데, 가사에 쌍고동에 허공 실어 침몰된 남영호야라는 대목이 있어서 한때 금지곡에 지정되기도 했다.

추모공연이 끝나자 원혼을 돌려보내는 송신(送神) 의례와 방생(放生)이 이어졌다. 유족과 작업을 도울 스텝들은 다시 바다로 나가 350여 마리의 붕장어를 바다로 돌려보내는 의식을 치렀다.

유족들이 행사장을 방문해 주최 측과 언쟁을 벌였다.(사진=장태욱 기자)
유족들이 행사장을 방문해 주최 측과 언쟁을 벌였다.(사진=장태욱 기자)
남영호 위령제(사진=서귀포시청 제공)
남영호 위령제(사진=서귀포시청 제공)

한편, 이날 추모 예술제가 이어지는 도중에 남영호조난자유가족회 회원들이 행사장에서 예총 회원들과 언쟁을 벌여 눈길을 끌었다.

유가족들은 남영호 참사를 추모하는 행사인데 유족들에게 참여의 기회도 없고, 발언할 순서도 없다라며 불만을 쏟아냈다. 이에 행사를 진행하는 회원들은 우리도 오늘 행사를 위해 십시일반 돈도 모았고, 재능기부로 무대를 열었다라며 우리는 문화와 예술로 희생자들을 위로하려 했던 것이고 다른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다.

유가족들은 15일 오전 10시에 위령탑 앞에서 열린 위령제에 참석했는데, 이날 위령제는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라 매우 간소하게 진행됐다. 김태엽 서귀포시장이 참석했지만 헌화와 분향 외로 추모사를 낭독하는 순서도 생략됐다.

유족들은 위령제가 너무 간소하게 치러지는 바람에, 오후에 열리는 추모 예술제에 참석해 그간 살아온 얘기도 하고 고마운 뜻도 전하고자 했다. 그런데 추모 예술제에 유족이 참여할 여지가 마련되지 않아서 서운한 마음을 드러낸 것이다.

행사장에 있었던 한 시민은 오늘 일도 결국은 그동안 남영호 참사를 제대로 조명하고 추모하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것이다라며 이제라도 서귀포시와 시민들이 남영호 희생자들을 제대로 추모하고 사고를 제대로 조명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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