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윤행순 시인의 『간호사도 가을을 탄다』(문학과사람, 2022)
윤행순 시인이 첫 시집인 『간호사도 가을을 탄다』(문학과사람, 2022)를 발표했다. 이 책은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문화예술재단의 2022년도 제주문화예술지원사업 후원을 받아 발간됐다.
윤행순 시인은 1996년 『문학공간』 수필 부분에서 신인상을 받으며 작가로 등단했다. 이후 2018년 『시조시학』 신인상을 받았으며, 수필집 『하얀스웨터』 발간했다.
윤행순 시인은 제주대학교 대학원 간호학과 졸업한 후 서귀포의료원에서 수간호사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시집에 팬데믹 시대 응급실 수간호사의 일상을 적나라하게 담아냈다.
『간호사도 가을을 탄다』는 △1부 동병상련의 등불 △2부 윤슬로 우는 해녀 △3부 섬이 되는 사람아 △4부 독백 같은 낙엽 △5부 산문으로 구성됐다.
다음은 시 「간호사의 하루(간호일지7)」의 전문이다.
간호사의 하루는 누가 간호해주나 / 환자들 욕지거리야 한쪽 귀로 흘리지만 / 밤새껏 아프단 소리 / 이젠 내가 더 아프다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는 응급벨 / 어느 쪽이 먼저인지 어느 쪽이 나중인지 / 벨소리 벨소리 겹쳐 히어뜩한 허혈증
논문도 시 한 편도 직장 일도 심근경색 / 의사도 어머니도 처방전이 없는 날 / 하루쯤 날 받아놓고 심초음파 찍고 싶다
오늘의 시조시인회 이승은 의장은 “윤행순 시인은 그럴듯한 것을 쓰는 것이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을 쓴다. 이 시적표현을 익히 아는 시조는 경험과 상상력의 적절한 조화로 시대의 갈증을 풀어내는 저력이 있다”라며 “‘성경을 필사하다가 찢어버린 파지 같다(「성세기해변’)’, ‘간호사의 하루는 누가 간호해주나(「간호일지7」)’, ‘MRI 영상으로도 볼 수 없는 그 머릿속(「스트레스」)’처럼 소소한 일상을 섬세한 감각으로 접근하고 언어의 습관적 배치를 뛰어넘는 시적 에너지를 보여 준다”라고 평가했다.
문순자 시인은 “‘수시로 울려대는 응급벨(「간호일지7」)’, ‘코로나19와 싸우느라 정작 하나뿐인 딸아이 출산도 못 챙기는(「코로나 속, 첫 울음」)’를 보면 간호사이자 엄마의 애환이 행간마다 묻어난다”라며 “‘이사를 다닐 때 마다 따라오는 보따리 종교(「어둥개 할망당」)’, ‘아버지 직장 따라 학교도 따라가던(「고추잠자리」)’, ‘4•3공원에 ‘진설된 명패들 중에 못 부른 이름(「외삼촌」)’ 등 그녀만의 독특한 서정으로 제주 정서를 실감나게 형상화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