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 밝힌 반려 사유를 이번엔 부대 의견으로 제시하며 통과
환경부(장관 한화진)가 국토부가 지난 1월 5일 제출한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조건부 협의’ 결정을 내렸다.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전문 기관의 검토를 거친 결과, 반려 사유에 대한 보완이 평가서에 적정하게 반영되는 등 입지 타당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6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제주 제2공항 개발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조건부 협의’ 의견을 국토교통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2019년 6월 평가서 초안을 제출한 후, 환경부의 검토의견을 반영해 2019년 9월에 본안을 제출하고, 같은 해 12월과 2021년 6월에 각각 보완서와 재보완서를 제출했으나, 환경부는 협의에 필요한 중요사항이 빠지거나 부족하다며 평가서를 반려했다.
당시 환경부가 반려한 사유는 ▲비행안전이 확보되는 조류 및 그 서식지 보호 방안에 대한 검토 미흡 ▲항공기 소음 영향 재평가 시 최악 조건 고려 미흡 및 모의 예측 오류 ▲다수의 맹꽁이(멸종위기야생생물 Ⅱ급) 서식 확인에 따른 영향 예측 결과 미제시 ▲조사된 숨골에 대한 보전가치 미제시 등이다.
국토교통부는 1년간의 추가 연구를 통해 이를 보완하여 올해 1월 5일, 환경부에 전략환경영향평가 재협의를 요청했다.
환경부는 다시 접수된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한국환경연구원 등 전문 검토기관의 검토를 거쳐 조건부 협의 결정을 내렸다. 환경부는 국토부가 제출한 평가서가 상위 및 관련 계획과의 부합성이 인정되고, 반려 사유에 대한 보완 방안이 평가서에 적정하게 반영됐다고 주장했다.
제주 제2공항 건설계획이 제5차 국토종합계획 및 제3차 항공정책기본계획, 제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 제3차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 등 상위 및 관련 행정계획에 이미 반영돼 있어 계획의 적정성 측면에서 적절하다고도 덧붙였다. 국토부는 전략환경영향평가 문턱에서 삼수 끝에 환경부의 동의를 얻었다.
다만, 환경부는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검토기관의 조건부 세부 의견을 국토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후 제주도가 협의 예정인 환경영향평가서에 미흡한 부분이 보완될 수 있도록 했다는 발표다.
먼저,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지역 주민과 제주도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제기되는 다양한 쟁점을 해당 계획과 사업 승인 등에 검토·반영하도록 했고, 둘째, 항공 안전을 위한 조류 충돌 방지 대책과 그에 따른 조류 서식지 보호를 위해 구체적인 조류 충돌 위험관리 계획을 사전에 수립해 환경영향평가서에 제시하도록 했다. 그리고 셋째, 그간 제기됐던 항공소음 영향 및 대책, 법정 보호생물 보호 및 숨골 영향 등에 대해서도 정밀한 현황조사와 저감방안을 철저히 강구하도록 했다.
국토부가 세부 의견이라고 제시한 내용은 그동안 환경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반려하면서 내놓은 핵심 사유다. 핵심 사유 대부분이 과제로 남았기 때문에, 부실 검증이라는 논란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환경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동의한 만큼, 국토부는 제2공항에 대해 ‘공항건설에 관한 추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공항건설 기본계획을 확정해 고시한다. 그리고 실시계획을 작성한 후 제주자치도에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요청하고, 제주도의 동의하면 국토부장관은 실시계획을 확정해 고시한 후 공사를 진행한다.
그동안 7년 넘게 도민사회를 갈라놓은 제주 제2공항 사업은 환경부의 발표로 칠부 능선을 넘은 셈이다.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제주도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마지막 남은 문턱이라, 오영훈 지사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국토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 가능성 검토 연구용역의 내용을 도민에게 공개하지 않은 것이나,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서 작성 과정에 제주도에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것에 오영훈 지사가 여러 차례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국토부와 제주자치도 간 힘겨루기가 연출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3일 제2공항 반대단체와 오영훈 지사가 만나 제2공항에 대한 주민투표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았다. 오영훈 지사가 시민단체의 의견 수용해, 제주도민의 자존심 등을 거론하며 도민의 자기결정권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 제2공항 갈등이 국토부와 제주도, 원희룡 장관과 오영훈 지사 간 힘겨루기로 번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