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현성 600주년 컨퍼런스
빈집 활용과 보존방안 논의
완화·유연·변화의 가치 모색
지난 5일 오후 2시부터 성읍민속마을 무형문화재전수관에서는'민속마을의 가치와 미래' 에 대한 주제발표와 전문가 토론을 겸한 컨퍼런스가 진행됐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성읍민속마을의 미래적 가치를 위해 △정의현성 내 초가는 주거환경 개선과 과감한 변화 △성읍민속마을은 사계절 축제 개최 △빈집은 게스트하우스로 변신 △영주산을 활용한 목축업 검토 등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이날 첫 번째 발표자인 강문규 서귀포시문화도시추진위원장은 고향인 성읍에서의 체험과 기억을 중심으로 한 ‘민속문화의 보고 성읍마을'에 대한 주제발표를 진행했다. 강 위원장은 "성읍민속마을에는 축제자원이 많기 때문에 주민들의 자긍심과 전통 계승, 민속마을의 가치를 드높일 수 있는 축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봄에는 정소암 화전놀이, 여름에는 정의고을 들노래, 가을에는 정의골 한마당 축제, 겨울에는 전통 꿩사농 축제로 사계절 축제를 확대해야 하고, 더 나아가 월별 주제를 정해 성읍마을의 대표적 민속자원을 소개하는 프로그램도 함께 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두번째 발표자인 정재숙 전문화재청장은 ‘민속마을의 현황과 미래 전략’에 대한 주제발표를 진행했다. 정 청장은 "30년간 문화부 기자를 하고, 10대 문화재청장을 역임했었다"며 "오늘 문화부 기자로서 기사를 작성한다면 첫 줄은 민속마을에는 사람이 살아야 한다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동 하회 마을을 비롯한 전국 민속마을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문화재나 민속마을에 대한 전세계적인 기조는 향후 개선방향에 대해 공유와 상생을 통한 주민 주도형 보존과 활용의 가치를 발표했다. 마지막으로 민속마을은 법적규제 완화, 현장의 유연과 변화로 사람이 살 수 있는 민속마을로 바뀌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세번째 ‘성읍민속마을의 현안과 비전’을 주제로 김철홍 성읍1리 이장이 주제발표를 진행했다. 김 이장은 "성읍민속마을은 주민들의 것이기 때문에 주민 주도형 마을이 되기 위해 마을 전체가 한뜻으로 뭉쳐야 한다"라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 일본의 민속마을인 시라카와고 사례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치가옥으로 인한 경관 훼손 문제를 제기하며, 초가 등 기존 시설물에 대한 현상 변경 심의절차 간소화의 필요성에 대해 발표했다.
세 번의 주제발표 후 박찬식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장을 좌장으로 전문 종합 토론이 이어졌다.
안동대학교 민속학과 임재해 교수는 "살고 싶은 성읍마을을 만들기 위해서는 마을 주민의 경제적 자립이 중요하다"라며 "기본소득제의 적용이 검토되어야 하고 지정 초가의 내부를 현대식으로 마음껏 고칠 수 있도록 정부와 제주도가 적극적인 법 개정 및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임 교수는 "작은 제주로서 '성읍'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의료(치과)·교육·문화예술·복지 수준을 끌어 올려야 하고, 후원회 조성이나 행정의 재정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전했다.
서민생활사 고광민 연구자는 성읍민속마을을 생각하면 측은함과 경이로움을 떠올렸다면서 "옛 문헌 기록상 과거 영주산에 소가 방목됐음을 주목해 영주산에 소를 방목해야 한다"라며 "여기서 나온 부산물을 거름으로 활용해 메밀, 산디, 조 등을 수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수확한 곡식을 이용해 전통음식을 재현한다면, 전통을 살리고 주민소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제안했다.
제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허남춘 명예교수는 "제주도에서 매입한 초가(44동)와 빈집(17동)에 대해서 게스트하우스로 활용하거나 주거 근린시설 등이 필요한 문화예술가를 유치하는 용도로써 활용해야 한다"라며 "마을 차원에서 체계적 관리를 위한 협동조합 구성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허 교수는 "영주산을 이용한 수선화 축제, 정소암 축제, 강승희 씨의 민요 전승, 취업·승진·합격을 관장하는 ‘안할망당’을 활용해 본향제를 열고 축제 자원화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