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다수 사용 파손 제한...파손 원인 '다수 동시 사용' 파악
현재 업체에 안전검사 의뢰...'아이들 놀 권리' 우선 기구 선정해야
속보=서귀포시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잇는 ‘무장애 놀이터’를 조성했지만 ‘개점휴업’ 상태(본보 2023년 8월 23일자 4면ㆍ9월 13일자 2면 보도)가 지속되고 있어 눈총을 사고 있다.
2일 서귀포시 동홍동 여명어린이공원.
이곳 여명어린이공원 무장애통합 놀이시설 중 일부인 바구니그네에는 서귀포시 명의로 ‘안전검사 진행에 따른 그네 사용 제한 안내’ 현수막이 내걸린 채 사용 중단됐다.
더구나 바구니그네에는 소위 말하는 사건사고 현장을 보존하는 듯한 ‘위험’을 알리는 ‘출입통제용 안전 테이프’가 빙 둘러쳐져 있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까지 연출했다.
이곳은 서귀포시가 지난해 3월부터 사업비 2억7600만원을 들여 아이들이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 불편 없이 뛰어놀 수 있도록 조성된 ‘무장애 통합놀이터’다.
시는 지난해 6월 14일 바닥을 탄성 재질로 포장하고 무장애조합놀이터 1개, 바구니그네 1개, 흔들놀이대 3개 등을 설치ㆍ준공하고 개방했다. 이전 여명어린이공원 놀이터는 진입 부분에 경사 낮춤석이 설치되지 않아 휠체어나 장애인 등의 이동이 제한돼 장애어린이가 이용하기에 어려워 개선했다는 게 서귀포시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곳은 준공 후 8일 만인 지난해 6월 22일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검사 진행 중이오니 이용을 금지합니다’란 현수막이 내걸린 채 사용 중단됐었다.
시는 문제가 됐던 바구니그네의 끈을 체인으로 보강해 운영 중단된 지 74일 만인 지난해 9월 4일부터 놀이터를 다시 운영했다.
시는 다시 운영하면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놀이터 한편에 시설 이용안내 현수막을 게재했다.
현수막에는 ‘놀이터 내 바구니그네를 이용할 때에는 △영·유아 보호자 동반 △서서 타거나 무릎으로 혹은 엎드려 타지 말 것 △동시에 2명이 타지 말 것 등의 안전수칙을 지켜야 한다’ 등의 내용을 담았다.
당시 서귀포시 관계자는 “바구니그네의 앉는 부분이 원형 그물 형태로 되다보니 어린이 4~5명이 같이 매달려 그네를 타고 있었다”며 “이로 인해 줄 끊어짐 등 안전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사용 중단을 결정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문제는 준공 이후 10개월도 안 돼 ‘개점휴업’ 상태가 수개월째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시는 여전히 운영 중단의 가장 큰 원인으로 ‘다수 이용자의 동시 이용에 따른 파손’을 최우선적으로 꼽고 있어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지켜져야 할 아이들의 ‘마음껏 놀 권리’가 외면됐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다.
더구나 ‘배리어 프리(barrier free)’라는 단어로 더 많이 알려진 ‘무장애’ 시설에 대해 누구라도 제약 없이 접근해 안전하게 즐길 수 있도록 기구의 선정과 조성에 있어서 보다 세심한 접근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지역 내 한 장애어린이 전담 교사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함께 어울려 노는 무장애 통합놀이터가 함께 어울려 놀아서 기구가 파손됐다는 것 자체가 애초 부실한 기구를 조성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라며 “장애의 벽을 없앤 통합 놀이터에서 안전한 기구의 사용을 통해 아이들이 평등과 다양성의 가치를 배워나가길 바란다”라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서귀포시 관계자는 “여명어린이공원 무장애통합 놀이시설은 지난달 그물그네의 안전 문제 등으로 인해 일반 그네로 새롭게 조성하고 현재 안전검사를 위해 전국에 2곳밖에 없는 업체와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라며 “올해 사계공원도 무장애 통합놀이터로 조성할 계획인 만큼 안전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전했다.
한편, 서귀포시는 서귀포 지역 어린이놀이시설 27곳을 대상으로 2022년 5월에 수립한 ‘무장애통합 어린이놀이터 조성 기본계획’에 따라 순차적으로 사업 대상지를 선정해 무장애통합놀이터를 확대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