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힘닿는 데까진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있기를”
|
“2시간의 공백, 대문 밖을 나가 정처 없이 배회하는 아버지를 찾아 온 가족이 출동하는 일이 빈번했다” 고모씨(대천동, 50대)의 사연이다. 87세의 친정아버지가 치매로 요양 등급을 받은 지 오래다. 주간보호센터를 다닌 지는 5년여 됐다. 사연 제보자인 고모씨의 언니가 지금 친정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다. 친정아버지는 오전 8시 30분 센터 차량을 이용해 주간보호센터로 가서 오후 4시경 센터 차량으로 귀가한다. 매일 센터를 이용하고 있지만 문제는 귀가 후 2시간의 공백이다. 아버지와 함께 거주하는 언니는 일을 하고 있어 6시는 되어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 딸 넷에 아들 하나이지만 원거리에 거주하는 자식도 있고, 모두 일을 하는 상황이다. 그동안 센터에서 돌아온 아버지는 다른 가족이 집에 돌아오기까지 공백의 시간을 혼자서 지내야 했다. 치매를 앓고 있어 대문을 열고 밖을 나가 온 가족이 찾으러 나선 일이 셀 수도 없다. 아버지가 사라지면 112에 신고하고 동네 주민들이 제보하고 손주까지 할아버지를 찾아 나섰다. 수중에 돈을 갖고 있지 않아도, 노인 버스 무료 승차이니 버스를 타고 시내까지 나가기도 했다. 자식들은 매일 매일 가슴을 졸일 수밖에 없다. 대문 밖을 나서는 것만 문제는 아니었다. 어느 날 퇴근한 딸이 방안에 쓰러져 계신 아버지를 발견했다. 옷장 깊숙이 넣어 둔 습기 제거제를 꺼내어 그 물을 마시고 쓰러지신 것이다. 어질러진 방안 상황을 살피며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겨우 상황을 유추해 낼 수 있었다. 매일 노심초사하는 상황에서 궁여지책으로 대문에 CCTV를 달았다. 대문 근처에 인기척이 느껴지면 연결된 핸드폰으로 소리가 울린다. 그래도 몇 시간을 CCTV만 들여다볼 순 없는 노릇이다. 지금 아버지가 다니고 있는 주간보호센터에 보호자의 퇴근 시간인 오후 6시까지라도 돌봄이 가능한지 문의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불가하다’였다. 지금 다니고 있는 센터는 5시면 업무가 종료된다. 혹시 더 연장하는 센터가 없는지 수소문하니, 6시까지 근무하는 센터도 결국은 송영 업무를 하려면 아버지가 귀가하는 시간은 지금과 별반 차이가 없다. 그나마 6시까지 센터에서 돌봄 하겠다는 곳이 있어도 보호자가 직접 데리러 가야 하고 무엇보다 “다른 어르신은 아무도 계시지 않는다. 아버님만 혼자 계시는 상황이다”라는 답변을 들으니 이도 저도 할 수가 없다. 결국 2시간의 공백을 메꾸기 위해 집으로 방문해서 돌봐주는 방문요양사를 신청했다. 등급을 받으면 시설 급여와 재가 급여를 정부에서 지원받을 수 있으나, 사연자의 경우 아버지가 매일 센터를 이용하고 있어 지원받을 수 있는 수가가 더 이상 없다. 결국 집으로 오는 방문요양사의 비용은 정부 지원 없이 자비로 충당해야 한다. 매일 2시간씩 평일 방문요양사에게 지출해야 할 비용만 월 70만원 정도이다. 센터에도 정부 지원금 외, 보호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월 20~30만원 가량 발생한다. 이러한 상황이라 아버지를 요양원으로 모시는 것도 고민했을 법하지만 사연자는 “할 수 있는 데까진 가족과 함께 생활했으면 한다. 친정어머니도 치매를 앓다 돌아가셨다. 센터를 이용하다 결국 요양원에 계시다 돌아가셨는데, 어머니의 경험이나 종종 들려오는 뉴스에서 요양원에 마음 놓고 부모님을 모실 수가 없는 마음이다”라고 토로했다. 80대의 치매를 앓고 있는 부모, 맞벌이로 일하고 있는 40~50대인 부양 자녀. 이들의 사연은 지금도 우리 주변의 가까운 이웃의 이야기이자 나에게도 생길 수 있는 이야기이다. “어린이집이 지금은 야간 보육, 주말 보육까지 한다. 필요의 목소리가 자꾸 나오니 정부에서 제도를 마련한 것처럼 노인 돌봄도 아이 돌봄과 같이 정부에서 적극적인 정책 마련을 해야 한다. 일하는 자식들이 부모를 맡길 수 있는 센터가 단 한 곳이라도 생길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
노인장기요양보험 연장 돌봄 시급
국민건강보험공단, 1일 8ㆍ10ㆍ13시간 이용토록 마련
재가ㆍ시설급여 제공 시설은 민간 장기요양기관 뿐
8시간만 제공해도 문제 없어…“시간 맞춤 해결해야”
노인장기요양보험은 고령 또는 치매, 중풍, 노인성 질병 등의 사유로 혼자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신체활동 또는 가사 활동 지원 등을 제공하는 사회보험제도이다.
장기요양인정점수에 따라 장기요양등급이 정해지며 수급자는 적절한 장기요양급여를 선택해 급여 계약 체결 후 장기요양 급여를 이용할 수 있다. 장기요양기관은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에 따라 시설급여 제공기관과 재가급여 제공기관으로 나뉜다.
시설급여 기관은 노인요양시설과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이 있다. 그리고 재가급여 기관으로는 △방문요양 △방문목욕 △방문간호 △주야간보호 △단기보호 △복지용구 등이 있다.
시설급여 기관은 기관에 입소해 생활하는 곳으로 요양원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재가급여 기관은 가족과 함께 생활하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집으로 방문해 도움을 주거나 대상 노인이 주야간보호센터를 이용하는 것이다. 주야간보호센터는 요양원과 달리 송영 시스템으로 기존 일상생활을 유지하고, 자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돌봄이 필요한 노인이 센터에서 활동하는 동안 부양가족은 부담을 덜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 노인장기요양보험 누리집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월 31일 기준 제주도 내 시설급여 기관 수는 서귀포는 21개(노인요양시설 19개, 공동생활가정 2개), 제주시는 48개(노인요양시설 40개, 공동생활가정 8개)가 있다.
재가급여 기관은 서귀포시 73개로 제주시(249개)의 29%에 불과하다. 서귀포의 재가급여 종류별 기관 수를 살펴보면 △방문요양 26개 △방문목욕 20개 △주야간보호 23개 △복지용구 4개로 △방문간호와 단기보호 기관은 1곳도 없다.
그리고 2024년 2월 기준 운영센터별 등급판정현황(2008년 4월부터 누적) 자료에 따르면 서귀포운영센터의 등급판정 신청자는 4424명으로 등급 판정을 받은 수는 3080명으로 분석됐다. (단, 신청자 중 사망자는 제외. 등급 판정 인정자가 다른 지역으로 전출 시 제외)
사연자가 이용하는 주야간보호센터는 주간과 야간이 시설 기준으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고 서비스 종류의 명칭이 주야간보호센터로 통칭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서귀포지사 장기요양팀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제도적으로 야간 돌봄이 불가한 상황은 아니다. 정부가 지원하는 수가는 8시간, 10시간, 13시간 초과 등으로 수가가 정해져 있는데 현실적으로 야간 돌봄이 되지 않는 것은 센터의 인력 문제가 가장 큰 것으로 파악된다.
어르신 한 분을 연장 돌봄 하기 위해서 연장 근무해야 할 인력이 너무 많다. 송영 업무 담당자, 요양보호사, 조리사, 간호사, 치료사 등. 센터에서는 송영 업무를 위해 차 한 대 당 2명의 인력이 필요하다. 보호자 개개인의 요구에 맞추어 송영 업무를 하려면 인력이 하루 종일 상주해야 한다. 하지만 송영 업무를 하는 인력은 낮에 센터 내에서 다른 업무를 할 수가 없다. 어르신을 돌보는 인력은 요양보호사의 자격을 갖춘 이들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비용만의 문제는 아니다. 센터에서는 요양보호사 등 구인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러한 현실로 주야간보호센터에서는 보통 8시간의 노인 돌봄을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업무 담당자는 “공단으로 보호자들의 야간이나 연장 돌봄에 대한 문의가 종종 있다. 수가가 마련되어 있는데 왜 해주지 않느냐고 하소연하지만, 시설을 운영하는 센터 입장에서는 고려해야 할 사항이 너무 많다. 기관과 보호자의 양쪽 입장이 다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기관과 보호자의 자율 계약으로 진행되고 있고, 제도적으로 지원 근거가 있으니 어느 센터에서 연장 돌봄을 하라고 지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고령화 시대에 노인 복지, 노인 돌봄 관련 정책은 현실에 맞게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제도적 혜택 마련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센터가 노인 연장 돌봄 운영을 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제도 등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