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도내 최초 엄마학교
2022년 시범사업으로 시작해
3개 기관…민·관 협력 체계로
가정학습으로 부모 자녀 소통
다문화가정 결혼이주여성들을 위한 ‘엄마학교’가 좋은 시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제주도감사위원회(위원장 강기탁)는 지난 3일 서귀포시 대상 종합감사 결과보고서를 공개하고 서귀포시가 실시하고 있는 ‘다문화 엄마학교’에 대해 “다문화가정에서 결혼이민 여성의 자녀와 소통 및 자녀의 교육과정 이해 증진을 통해 지역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고 평한 바 있다.
‘다문화 엄마학교’는 서귀포시가 2022년 시범운영을 시작으로 2024년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다. 이 시책은 서귀포시 여성가족과, 서귀포시 가족센터(센터장 이상구), (사)한마음교육봉사단(이사장 윤용로) 등 3개의 민관 기관이 협력해 추진한다.
서귀포시에서는 사업을 시행하고, 서귀포시 가족센터에서는 위탁 운영을 맡아 참여자 모집부터 교육 장소 제공, 교육생 관리 등을 하고 있다. 대전에 소재한 (사)한마음교육봉사단은 교육 콘텐츠 제공 및 학사 운영 관리를 맡고 있다.
이 사업의 시작은 2021년 7월 (사)한마음교육봉사단이 서귀포시에 다문화 엄마학교를 제안했으나 당시 예산 확보의 어려움으로 사업 추진이 진행되지 못하다가 2021년 6월 행정안전부 주관 ‘2021 지방자치단체 외국인주민 지원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우수사례로 선정돼 받은 인센티브로 엄마학교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이렇게 마련된 재원으로 2022년 도내 최초로 서귀포시, 서귀포시 가족센터, (사)한마음교육봉사단이 협력해 다문화가정 지원을 위한 엄마학교를 시작했다.
2022년 1기 다문화 엄마학교는 15명이 참여해 2022년 8월부터 2023년 1월까지 5개월간 초등교육 과정 7개 과목을 이수하고 전원 졸업했다. 그중 7명은 초등학교 졸업 학력 검정고시에 합격하기도 했다.
2023년 2기 다문화 엄마학교는 읍면지역까지 확대 운영을 시도해 서귀포 시내권과 동부 및 서부 등 3개 권역으로 구분하여 권역별 1개 반·10명 씩 총 3개 반·30명으로 운영했다.
2024년에는 다문화엄마학교 3기의 운영 내실화를 위해 동지역과 읍면지역 결혼이주여성 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운영 내용은 크게 △초등교육 과정 교육(5개월) △가정학습지도 교육(4개월) △동반 자녀 성장지원 프로그램이다. 전과정 수료자에게는 태블릿 pc 제공, 검정고시 응시 지원 및 우수 학생 친정방문 지원 인센티브 등을 제공한다.
5개월에 걸쳐 진행되는 초등교육 과정은 초등학교 고학년 수준의 내용으로 구성된 7개 과목(국어, 수학, 과학, 사회, 역사, 도덕, 실과)을 19주 온라인 수업과 10회 출석 수업으로 진행된다. 수강생들에게는 교재와 태블릿 pc를 제공하고 정기 평가를 통해 수업 이해도를 점검한다.
5개월의 기본 교육과정 이수가 완료되면 4개월간 가정학습 지도 교육을 한다. 교육을 통해 엄마가 습득한 내용을 바탕으로 가정 내에서 자녀 학습지도를 훈련하는 것으로 엄마학교 교육생은 자녀 학습 지도일지를 작성해 제출하게 된다.
동반 자녀 성장지원으로 엄마가 가족센터에서 출석 수업을 진행하는 시간 동안 동반한 자녀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별도로 운영한다. 가족센터 기본사업인 다문화자녀성장지원과 연계해 창의 미술, 요리 프로그램 등 초등 저학년부터 고학년까지 함께 하는 수업으로 진행한다.
1기부터 3기까지 다문화 엄마학교 교육생인 결혼이주여성의 국적은 중국, 베트남, 필리핀, 몽골, 일본, 캄보디아, 멕시코, 네팔 등 다양하다.
2022년 11월 기준 행정안전부 통계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다문화가족(결혼이민자, 혼인귀화자 포함)은 39만9581명으로 제주도 내 다문화가족은 전국의 1.4%인 5565명으로 확인됐다.
도내 다문화가족 5565명 중 서귀포시 1590명으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지속적인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서귀포 관내 읍면동별로는 대정이 261명으로 제일 많고 그다음 동홍 167명, 안덕 140명 순으로 나타났다.
다문화가정의 결혼이주여성들은 한국어에 서툴러 가족 간 대화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한국 생활과 문화에 적응하기 쉽지 않다. 그리고 초등학생 자녀를 두게 되면 학교 교육과정 이해와 가정에서 자녀들의 학습 도움, 담임 교사와의 소통 또한 쉽지 않아 어려움을 겪게 된다.
다문화 엄마학교는 결혼이주여성의 자녀에 대한 학습지도 및 학교 교사와 소통 가능한 엄마로 양성해 자녀 교육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하는 취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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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생인 결혼이주여성들과 가장 가까이에서 소통하는 이은하 서귀포 가족센터 사무국장이 다문화 엄마학교의 시작부터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전했다. “한마음봉사단에서 다문화 엄마학교를 만든 취지가 ‘자녀’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엄마학교이지만 엄마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녀를 위한 학교라는 점이다. 언어도 문화도 서툰 결혼이주여성들은 자녀가 점점 자라면서 자녀와 엄마 간 소통의 문제가 생기고, 소통의 부재는 관심의 문제로도 이어진다. 이러한 과정에서 아이들은 기초 학습부진을 겪기도 한다. 엄마학교 과정을 통해 엄마들의 역량을 강화해 가정에서 아이들과 같이 학습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엄마와 자녀가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며 공감하는 것이 엄마학교의 핵심이다. 다양한 문화 배경을 가진 엄마들에게 ‘지각하지 않기, 약속 지키기. 중도 포기하지 않기, 책임감 있게 행동하기’ 등 학습력의 문제가 아닌 학습에 대한 기본자세부터 가르쳐야 한다. 그리고 학습을 시작하면 한 주에 한 번씩 시험을 본다. 단원평가, 주간평가가 있고 떨어지면 재시험도 봐야 한다. 그리고 2주에 한 번은 출석 수업도 나오고, 1학기가 끝나면 학기말 평가도 있다. 이 모든 과정이 통과되어야 다음 단계로 진행한다. 결혼이주여성들은 각자의 다양한 사연들을 안고 있다. 가정 폭력, 생활고, 생계를 위해 일을 하면서 자녀를 키우면서 엄마학교 과정까지 수료하기가 정말 녹록지 않다. 가까이에서 한 명 한 명 교육생들의 사연을 알고 이들이 끝까지 졸업할 수 있도록 독려하기 위해 교장 선생님, 담임 선생님, 담당자 등 모두가 함께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1기, 2기 졸업자들이 스스로 “내가 해냈구나”라는 뿌듯함을 느끼고 자녀와의 소통과 관계가 개선되며 자신감이 상승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확연하게 볼 수 있었다. 2022년 엄마학교는 15명으로 시작했고, 지난해는 읍면지역까지 수요를 늘렸지만 수요의 적정성과 교육생들의 수준 등 사업 내실화를 위해 올해는 다시 15명으로 진행하게 됐다. 한마음봉사단이 타지역에서도 엄마학교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대부분 1기수에 7~8명 정도이다. 교육생 관리 차원에서도 그렇고 교육 대상자의 한국어 기본 실력이나 학습력, 책임감, 의지 등도 중요하기에 끝까지 교육을 잘 받을 수 있는 교육생을 모집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상 이러한 조건들에 적합한 교육생들을 모집하는 일이 해가 갈수록 제일 어려운 과제이다. 서귀포시교육지원청에서도 올해 엄마학교에 관심을 두고 있어 내년 교육생 모집에서는 교육청과 협업을 통해 가정통신문 번역서비스 등을 활용해 홍보를 확대할 계획이다. 좋은 시책인 엄마학교를 운영 규모나 수료생의 숫자로만 보지 않고 본 취지에 초점을 맞추어 지속적이고 효과적으로 사업이 운영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