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고-슈리고 역사 수업 교류
제주-오키나와, 굴곡진 역사 간직
양국의 아픈 역사 교류 통해 이해
미래세대가 함께 만들어갈 ‘평화’
▲제주와 오키나와 청소년들이 나눈 역사
“마치 제주에 있는 듯한 친근함 속에서도, 제주처럼 아픈 역사를 간직한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지난 22일 서귀포고등학교(교장 홍성현)에서 만난 2학년 14명이 전한 이야기이다.
이들은 지난 8월 4일부터 8일까지 오키나와 현지를 방문해 오키나와의 슈리고등학교와 역사 수업 교류를 했다.
제주 4·3사건과 오키나와 전투. 각기 다른 나라에서 비슷한 시기에 겪었던 선조들의 아픈 역사를 한국과 일본의 미래 세대들은 어떻게 이해하고, 또한 미래세대가 만들어갈 역사는 어떤 의미일지 두 나라 청소년의 교류 이야기를 들었다.
‘제주와 오키나와 역사로 본 평화 기행’에 참여한 학생들은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우리 제주의 역사와 오키나와의 역사를 집중 탐구했고, 오키나와 현지에서 방문한 후텐마 기지 일대, 청구의 탑, 사키마 미술관 등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사키마 미술관에서 본 대형 그림은 오키나와 전투의 참혹함을 생생히 전했다. 그림에는 전쟁 중 민간인의 희생, 유아와 노인의 죽음 등 비극적 장면이 담겨 있었다. 또한, 일본 미술관에서 제주 4·3사건과 광주 5·18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보며 두 지역이 공유하는 고통의 역사를 떠올렸다”고 회상했다.
“오키나와 전투 당시 갱도에 방문했다. 2차 대전 때 실제 군인들이 사용했던 동굴인데, 이곳에서 다친 군인들을 치료하거나, 한쪽에는 시신들을 모아놓았다고 했다. 그리고 이곳에는 그 당시 히메유라 학도대도 함께 부상병들을 돌보고 치료 활동을 했다고 들었다. 불도 없고 너무나 어두웠던 이곳에서 우리 또래의 평범했던 여학생들이 전쟁을 경험하면서 느꼈던 아픔들이 생생하게 느껴졌다”라고 전했다.
서귀포고 14명 학생과 슈리고 10명의 학생은 사전 온라인 교류와 현지에서 교류를 통해 ‘아픔의 역사를 해소하고 평화를 실현하는 방법’에 대한 토론도 펼쳤다.
서귀포고 참여 학생은 “ ‘기성세대의 정치적 갈등이 현재 미래의 세대까지 이어져 갈등을 재생산하고 평화를 반대하고 있다. 더 나은 미래 세계를 위해 미래 세대가 먼저 문화적으로 다가가서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라고 전한 슈리고 학생의 발표가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현지 역사 수업 교류 후 학생들은 현지에서의 경험과 인터뷰를 담아 평화에 관한 다양한 관점을 정리한 UCC를 제작했다.
강익준 지도교사는 “학생들이 UCC 제작을 통해 평화의 의미를 전하는 과정을 직접 경험한 데 있어 큰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 서귀포고-슈리고, 온라인·현지 방문 등 역사 교류
서귀포고 학생들은 동북아역사재단 프로그램의 하나로 동북아 한일 학생 역사 수업 교류를 실시했다.
동북아 한일 학생 역사 수업 교류 프로그램은 학생 간 역사 교류를 확대해 미래세대 상호 이해 및 역사 갈등 극복의 기반을 마련하고자 진행됐다.
서귀포고 학생들은 지난 5월부터 사전 프로그램으로 관련 책읽기, 전문가 특강, 토론 등을 통해 제주와 오키나와의 역사를 심도 있게 탐구했다.
그리고 지난 8월 4일부터 8일까지 오키나와 현지를 방문해 슈리고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오키나와 역사의 특수성, 4·3 사건 등을 토대로 본 제주 역사의 특수성, 제주와 오키나와 역사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탐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제주 4·3 사건과 오키나와 전투는 국가와 배경이 다르지만, 민간인의 희생과 폭력의 상처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학생들은 이를 통해 역사의 교훈을 이해하고, 미래 세대가 추구해야 할 평화의 방향성을 고민했다.
현지에서 슈리고 선생님의 역사 수업으로 오키나와 전투에서 희생된 조선인을 추모하는 청구의 탑, 삶과 죽음 및 반전과 평화를 표현한 사키마 미술관, 오키나와의 후텐마 기지 등을 답사하며 오키나와 역사를 돌이켜 보았다.
또한, 슈리고 학생들이 준비한 오키나와 전투, 오키나와에서 평화를 기억하는 방법과 서귀포 학생들이 준비한 제주 4·3 사건, 제주에서 평화를 기억하는 방법 등을 발표하고 토론을 진행하며 평화의 의미, 상생과 공존의 가치를 나누었다.
서귀포고와 슈리고 학생들은 이 과정을 통해 역사의 교훈을 이해하고, 미래 세대가 추구해야 할 평화의 방향성을 고민했다.
미래를 이끌어갈 현재의 청소년들이 우리나라와 동시대 다른 나라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세계사적 관점을 기르고 폭넓은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계기가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