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천민의 서귀포 오름이야기]
한천민 / 한라오름연구소장·동화작가·시인

동쪽에서 바라본 모라이오름 전경

도로변에서 그리 멀지 않고, 접근성이 나쁘지도 않는 오름인데도 사람들이 거의 찾지 않는 오름이 있다. 아마도 오름 자체의 풍광이 그리 좋지 않기도 하거니와 오름에 올랐을 때 주변 풍광을 전혀 볼 수도 없고, 주변에 혐오시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바로 모라이오름이다. 이 오름은 오름 자체의 풍광은 좋지 않게 보이지만, 실제 탐방을 해 보면 주변의 임도와 숲은 매우 쾌적하여 숲길을 걷기에는 안성맞춤인 오름이다.

모라이오름의 위치와 이름의 유래

모라이오름은 서귀포시 색달동 지경에 위치한 오름으로, 1100도로와 산록남로가 만나는 서귀포천문과학문화관 북쪽 사거리에서 평화로 방향으로 가는 중간 지점의 서귀포 쓰레기 위생매립장으로 올라가는 삼거리 쯤에 있는 오름이다. , 롯데 스카이힐제주CC 북쪽, 산록남로에서 서귀포위생매립장으로 올라가는 도로에서 서쪽으로 바라보이는 오름이다.

오름의 모양이 차양이 붙어있는 모자를 닮았다고 하여 모라이’, ‘모라지라고 하며, 한자 표기로는 모라이악(帽羅伊岳)’, ‘모라악(毛羅岳)’이라 한다. ‘모라는 산을 뜻하는 우리말인 의 원형으로, ‘모라에서 모리로 변형이 되고, ‘이 탈락해 모이가 되었다가 가 되었다고 하는 학자들의 주장도 있다.

모라이오름을 찾아가는 길

산록남로에서 서귀포위생매립장으로 올라가는 삼거리에서부터 서쪽 방향으로 약 600m를 가면 오름 남쪽에 이르며, 도로 남쪽 갓길에 주차를 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 있다. 이 곳부터 오름으로 올라가는 임도가 있으며, 임도를 따라 약 1km쯤 걸어 올라가 오름 서쪽 기슭에 이르면 정상부로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탐방로가 개설되어 있지 않아 길을 찾는데 어려움이 있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오름 남쪽 황칠나무 조림지

 

오름의 지형과 식생

모라이오름은 달걀 모양의 타원형인 오름으로, 오름 형태로는 원형 오름으로 분류되고 있다. 오름의 정상부 안쪽이 눈으로 식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나지막하게 옴폭 패어있다. 바깥 사면은 오름의 중턱까지 약간 가파르며, 중턱 아래쪽의 기슭은 남쪽과 서쪽이 완만한 편으로, 남쪽 경사면에서부터 산록남로까지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내려가고 있다.

정상부에는 소나무와 쥐똥나무, 비목나무, 찔레, 청미래덩굴, 꾸지뽕나무 등 각종 나무들이 덩굴들과 어우러져 있으며, 정상부 바깥쪽으로는 사면으로 삼나무가 둘러서 자라고 있다.

주변의 조림지 및 각종 시설

오름 남쪽의 산록남로에서부터 오름 남쪽 기슭까지의 사이에는 서귀포시 공원녹지과와 서귀포시새마을회에서 함께 조성한 황칠나무와 편백나무 조림지가 넓게 조성되어 있다. 이 곳은 소나무재선충병 피해지 대체 조림으로, 2016년 에 전국 최초 나무심기 행사를 통하여 1.5ha 면적에 황칠나무 1550본을 심었고, 2017년에는 3ha 면적에 편백나무 1071본을 심어서 키우고 있는 곳이다.

산록남로에서부터 오름 조림지 주변을 지나 오름의 남쪽, 서쪽, 북쪽 기슭을 이어서 임도가 개설되어 있다. 민유임도로써, 2016년과 2017년에 총 연장 2.43km의 길이로 만들어져 있다.

오름 동쪽 들판에는 목장이 조성되어 있고, 북동쪽에는 제주특별자치도 남부광역 환경관리센터의 서귀포 쓰레기 위생 매립장이 들어서 1997년부터 서귀포 시민의 각종 쓰레기를 처리하고 있다. 20246월부터는 매립장 남쪽편에 하루 340톤의 광역 음식물류 폐기물 자원화 시설이 들어서 하루 평균 200톤의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해 음식 폐기물 처리 문제 해결과 더불어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고 있다.

계절이 여름인 까닭에 남동풍이 불어서 이 시설에서 풍겨오는 냄새가 오름으로 오지는 않고 있었지만,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 오염 물질에서 풍겨오는 냄새가 이 오름으로 불어올 것인데, 오름은 묵묵히 숲의 나무들을 이용해 그 냄새들을 정화해 주고 있는 것 같았다.

모라이오름 정상부
모라이오름 정상부

 

오름을 오르며

금년의 장마는 이상한 장마다. 6월 초에 장마가 일찍 시작되더니 일주일 정도 비와 안개의 날씨를 보이고는 다시 거의 스무 날 동안 비가 한 방울도 오지 않는 날씨가 계속되었다. 그러다 7월 중순에 다시 일주일 정도 장마다운 날씨 속에서 제주도는 비 보다 안개가 많은 날씨가 계속되는 중에 육지부에서는 폭우가 쏟아져 큰 피해를 입혔다.

장마 기간에는 제대로 오름 탐방을 하지 못하다가 장마가 끝나자마자 모라이오름을 탐방하였다.

모라이오름 입구 산록남로 변에 차를 세우고 오름 탐방을 시작하였다. 탐방로를 따라 올라가는 곳에는 서귀포시 공원녹지과 등에서 조성한 황칠나무 조림지가 있었고, 조림지 옆을 지나는 임도를 따라 올라가 우거지 삼나무 숲을 옆으로 끼고 오름 서쪽 기슭에 이르렀다. 탐방로는 뚜렷하게 표시된 곳이 없어서 자세히 살펴본 후 가장 올라가기 쉬운 곳을 택해 정상부로 올라갔다.

올라가다 보니 누군가가 오르내렸음직한 흔적이 있어서 그 흔적을 따라 조심스럽게 찾아 올라갔다.

정상부에 올라서자 여기가 정상부라고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뚜렷한 특징이 없었고, 우거진 나무로 인헤 주변 전망을 전혀 볼 수가 없었으며, 정상부 남쪽으로는 높이가 거의 차이가 나지 않아 보이는 굼부리가 내려다 보였다.

정상부에는 예전에 산불감시초소로 이용되었을 것 같은 조그마한 시멘트 건물이 폐허가 된 채 우거진 숲 사이에 남아 있었다. 궁금해 들어가 보았더니 역시 산불감시초소였던 곳이었다.

예전 나무가 없었을 때는 이곳에 산불감치초소의 역할을 했었겠지만 현재는 주변이 온통 나무로 우거져 초소로서의 역할을 전혀 할 수 없었고 사방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정상부 바로 아래에는 산담을 두른 묘가 하나 있어서 묘비를 살펴보았다. 묘비에는 유인신천강씨지묘(孺人信川康氏之墓)라고 새겨져 있었는데 묘비의 내용을 살펴보았더니, 이 묘의 주인인 신천강씨는 1881년 생이었다. 돌아가신 년도는 기록되지 않고 1988년에 증손들이 세웠다고 새겨져 있었다. 이 묘비에는 오름의 위치와 이름을 색달동25번지 모라악(穡達洞二五番地 毛羅岳)이라고 새겨져 있었다.

주변을 살펴본 뒤 올라왔던 탐방로를 따라 서쪽편 기슭의 임도로 내려왔다.

그냥 나와버리기 아쉬워 임도를 따라 걸어보기 위해 임도를 따라 오름 북쪽 기슭으로 걸어갔다. 오름 북쪽에 이르자 우거진 숲을 벗어나서 약간 트인 들판으로 나왔다. 오름을 탐방하는 동안 계속 우거진 숲속에만 있다가 숲을 벗어나니 여름 햇살이 뜨겁게 비추고 있었지만 그래도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임도를 따라 걸어가는 동안 잔디가 곱게 깔려 있었고 임도 주변의 우거진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 상쾌하게 걸어 나올 수 있었다.

 

모라이오름

▶ 오름 위치 : 서귀포시 색달동 지경
▶ 굼부리 형태 : 원형
▶ 해발높이 : 510.7m, 자체높이 66m
▶ 면적 : 20만6773㎡, 둘레 : 1694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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