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직 / 지휘자, 음악평론가

며칠 전, 수학선생님 몇 분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수학에 대한 지식이 짧아 듣기만 하다가 문득 이런 질문을 던졌다.

선생님들! 혹시 피타고라스 음률을 아세요?” 순간,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 중 어느 한 분이 그게 뭔데요?”라고 되물었다. 최소한 들어보긴 했어요라고 기대하고 던진 질문이었는데 그 대답으로 대화의 주도권은 필자에게 오고 말았다. 열을 올리며 피타고라스 음률에 대해 설명하니 신기해하며 하는 말이, “옛날 사람들은 도대체 못 하는 게 뭐지?”

내용을 정리하면, 기원전 6세기경 활동했던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피타고라스는 의외로 서양 음악이론의 기초를 세운 인물이다.

그는 수학적 원리를 통해 음악의 조화를 설명하고자 했고 이런 시도는 피타고라스 음률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피타고라스 음률은 음정 간의 비례관계를 순수한 정수비로 설명하는 음률 체계로, 음향학과 음악 이론에 큰 영향을 끼쳤다.

어느 날 피타고라스는 대장간에서 일하는 대장장이의 망치질 소리를 듣고, 망치의 무게가 다를수록 서로 다른 음이 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것으로 그는 길이와 무게, 크기 등 물리적 특성이 음의 높이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후 실험을 통해 줄의 길이에 따라 음의 높이가 달라진다는 것. 가령, 옥타브는 2:1, 완전 5도는 3:2, 완전 4도는 4:3의 비율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이 정수비로 구성된 음정이 조화롭고 안정감이 있다는 사실 역시 알아냈으며, 이 비율은 피타고라스 음률의 기초가 되었다.

피타고라스 음률의 구성 원리는 완전 5(3:2)의 비율을 순차적으로 쌓아 음계를 구성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12개의 반음으로 구성된 ‘12음 평균율과 유사한 음계를 만들어낼 수 있다. , 기준 음 C에서 시작하여 완전 5도씩 쌓아가면 CG(3:2), GD(3:2), DA(3:2) 등으로 반복해서 12번 진행하면 다시 C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 도달한 C는 처음의 C보다 약간 높다는 문제가 있다. 이를 피타고라스 콤마라 하며 완전 5도를 12번 쌓은 결과가 옥타브를 7번 쌓은 것과 정확히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오차다. 이 오차는 피타고라스 음률의 결정적 한계이며 후에 평균율이 등장하는 배경이 되었다.

피타고라스는 음악을 단순히 음향학적 현상으로만 보지 않았다. 그는 음악을 통해 우주의 본질과 조화를 이해하려 했다. 우주가 수의 질서에 따라 움직이며, 천체 운동 역시 일종의 음악이라 주장했다. 이를 천구의 음악또는 우주의 음악이라 부르며, 인간의 귀에는 들리지 않지만, 천체는 일정한 비율과 조화에 따라 움직인다고 믿었다.

이러한 사상은 단순한 신비주의가 아니라, 우주를 수학적 질서로 설명하려는 초기 과학적 시도였다. 이러한 관점은 플라톤, 보에티우스 등 고대 및 중세 철학자에게 큰 영향을 주었으며, 음악을 수학적 학문의 하나로 자리잡게 하였다.

또한, 피타고라스 음률은 중세와 르네상스 초기까지 유럽 음악의 이론적 기반으로 사용됐다. 그러나 이 음률 체계는 특정 조성에서는 매우 아름다운 하모니를 제공하지만, 다른 조성으로 전조할 경우 불협화음이 생기거나 음정이 어긋나는 문제가 있었다.

이것은 앞서 언급한 피타고라스 콤마의 영향으로 인한 것이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음률이 시도됐고 궁극적으로 17세기 이후에 12음 평균율이 탄생했다. 평균율은 피타고라스 음률처럼 순수한 정수비를 유지하지는 않지만, 균일한 음정 간격을 제공해 조성과 전조를 자유롭게 했다.

피타고라스 음률은 음악을 수학과 철학 우주론을 연결하려는 지적 시도라 할 수 있다.

그의 음률은 수학적 원리를 통해 음악을 분석하려는 첫 시도로서 의의가 크다. 실제적인 한계로 인해 현대 음악에서는 사용되지 않지만, 음악 이론의 발전에 중요한 토대를 제공했으며 수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음악이라는 예술을 이해하려는 시도의 원형으로 여전히 큰 가치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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