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선 / Ph.D (건강운동관리사)
모든 사람에게 노화는 피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지만, 노화의 속도와 양상은 결국 우리의 선택과 생활습관에 크게 달려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노화의 생물학적 요인 중 약 80%는 생활습관으로 조절 가능하며, 유전적 요인보다 더 중요한 요소는 식습관, 스트레스 관리, 그리고 꾸준한 운동이다. 특히 노년기의 근육은 건강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노년기에 흔히 발생하는 당뇨병, 고지혈증, 고혈압은 대사증후군의 축을 형성해 심혈관 질환과 뇌졸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
WHO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사망 원인 1위가 심혈관 질환이 될 것이라 경고하며, 그 중심에는 바로 이 세 가지 질환이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 중 약 30%는 당뇨병을 가지고 있으며, 전(前)당뇨까지 포함하면 절반 가까이가 이에 해당된다.
노년기에는 노화로 인해 근육량이 자연스럽게 줄어들면서 혈당 조절 능력이 떨어지고,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져 당뇨병 위험이 커진다.
근육은 우리 몸에서 가장 큰 포도당 저장소이자 소비처로, 그 역할이 절대적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연구에 따르면 근력 운동을 꾸준히 실천한 성인은 제2형 당뇨 발생 위험이 34% 낮았다.
고지혈증 역시 노년기의 대표적 질환으로 꼽힌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에 따르면 성인 3명 중 1명 꼴로 고지혈증을 가지고 있으며, 노년층에서는 그 유병률이 50%를 넘어선다.
나이가 들면 간과 근육의 대사 효율이 떨어지면서 LDL 콜레스테롤(나쁜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수치가 높아지고, 이는 동맥경화를 촉진하게 된다. 이 과정은 근육에 필요한 산소와 영양소 공급을 방해하고, 혈액순환 저하로 이어진다. 반면 근력 운동은 근육 내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향상시켜 지방 대사를 촉진하며, 혈중 지질 개선 효과를 낸다.
끝으로 고혈압은 혈액이 혈관 벽을 지나치게 강하게 누르는 상태로 시간이 지날수록 혈관은 점점 탄력을 잃고, 심장은 더 큰 힘으로 피를 내보내야 한다. 그 결과 뇌졸중, 심근경색과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고혈압은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방치되면 심장·뇌·신장을 조용히 손상시키는 위험한 질환이다.
이때 근육은 혈액을 저장하고 받아들이는 저장소 역할을 하며, 혈압이 급격히 상승하는 것을 막아준다.
근육량이 많을수록 혈류를 분산시켜 혈액과 심장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실제 연구에서도 12주간 근력 운동을 시행한 환자들의 수축기 혈압이 평균 8~10mmHg(혈압 측정값) 감소한 결과가 보고됐다. 이는 근력 운동이 혈관 탄력을 유지시켜 혈관 기능을 개선하고, 안정적인 혈압 조절에 기여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처럼 근육은 단순히 움직임을 가능하게 하는 기관이 아니라 혈당을 조절하고 지방을 분해하며 혈관 기능을 보호하는 대사 건강의 핵심 엔진이다.
그러나 30대 이후부터 근육량은 매 10년마다 약 10%씩 줄고, 70세 이후에는 감소 속도가 가속화되어 낙상과 골절에 의한 장기 입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노년기의 건강 수명은 근육량과 비례한다.
근육은 혈압·혈당·지질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조절 장치이며, 약물이 증상을 억제한다면 근육은 그 근본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독립 보행과 자율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힘은 삶의 질과 건강 수명을 결정짓는 핵심 전략이며, 노년기의 가장 강력한 건강 전략은 바로 근육을 지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