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호 / 전 제주감귤농협 조합장

10월이 되어도 여름이 끝나지 않은 듯 무척 무덥다. 앞으로는 4계절이 없어지고 짧은 겨울과 긴 여름의 두 개의 계절이 지속되다가 겨울이 없어지고, 무더운 계절이 될 것 같다.

겨울이 되어야 황금 색깔의 감귤도 볼 수 있을 것 같고, 그 이전에는 갓 착색이 되기 시작한 감귤이 유통될 것 같다. 자연환경이 변하다 보니 인위적으로 착색시킬 수는 없잖은가.

기온교차가 있어야 착색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터인데, 고온다습한 환경이 되다보니 과육 성숙이 촉진되어 과육은 짙은 황색으로 변하지만 일정기간이 지나다 보면 산도가 빠져서 과숙되어 과피색이 누렇게 변할 수 있는데, 이 때는 당도가 낮아져 상품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

고온다습한 환경에서는 과육성숙이 촉진되고, 저온환경에서는 과피색이 촉진된다. 성숙과정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당산도를 측정하여 그 성적을 토대로 판단하여야 된다.

점차적으로 극조생감귤이나 하우스밀감은 아직도 착색이 되지 않아 외관상으로는 미숙과로 여겨질 수 있다. 외관상으로는 그렇게 보일지라도 과육의 성숙은 상당히 진행되어 수확시기가 되었거나 아니면 과숙되어 수확시기가 지났을는지 모른다. 즉 수확적기를 판단하는 게 매우 중요한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과피색은 육안으로 관찰할 수 있으나, 과육의 성숙은 육안으로 관찰할 수가 없기 때문에 비파괴당산도기나 과일을 절단해 과즙을 측정해서 판단해야 하는데, 수화시기에 임박해서 측정하는 게 아니라 일정 시기부터 측정하여 당산도 변화의 추이를 살펴, 수확기 예측을 할 수가 있어야 된다.

게다가 품질기준은 외관상 착색이 아니라 당산도의 적절성에 달려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당도를 높이고 산도를 낮출 수 있느냐 하는 문제에 부딪치게 된다.

골고루 착색이 잘 되었더라도 맛이 없는 감귤보다는 겉으로는 착색이 덜 되어도 맛은 기가 막히다는 말이 들을 정도로 과육의 품질을 향상시키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되었다.

이론적으로는 고온다습한 환경에서는 열매의 크기가 조장되고, 산도의 감산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비상품율이 높아 질 수가 있다.

따라서 이러한 환경에서는 토양수분조절기술이 필수적인데, 우선 배수를 용이하기 위해 산지기반정비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

다음으로는 인위적으로 강우를 차단하고, 토양수분을 조절할 수 있는 장치를 설치해야 된다. 감귤나무의 수형이 수광태세를 향상시킬 수 있도록 전지전정을 완벽하게 해야 되며, 품종별 적정 엽과비를 만들어 줘야한다.

품질구성요소를 다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당산도를 측정하면서 토양수분을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과거 경험에 의해 습득된 기술은 지식의 특성이 많이 들어 있지 않기 때문에 한계성이 있어 서로 연결되지 않아 개방성, 확장성이 적어 항상 정체되어 있어, 하는 일 마다 제대로 되지 않는다.

지식이란 개념들이 체계를 이루면서 조직화된 것을 말하는데, 지식과 매우 유사해 보이고 지식을 구성하고 있는 것들을 구별해서 알 필요가 있는데, 데이터와 정보다. 데이터는 가공되지 않은 수치나 사실인데, 데이터가 어떤 맥락이나 의미 속에서 조직화된 게 정보이다. 예를 들어 한라봉의 당도는 13브릭스다 라고 한다면 이것은 정보이다.

이것은 지식이 아니다. 정보가 어떤 맥락이나 인과관계 속에서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이해하여 활용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거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주체적인 능력을 지식이라고 한다. 그래서 데이터가 조직화된 것이 정보이고, 정보가 어떤 인과관계와 맥락 속에서 의미를 부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주도적인 능력을 지식이라고 할 수 있다.

한라봉의 예를 들어보자. 일본에서는 데꼬봉이라고 하는데 당도는 13브릭스 이상, 산도는 1% 이하이다. 13브릭스 이상, 1% 이하의 데꼬봉을 만들기 위해 나무에서 성숙시키는 게 아니라 1월 중순 12브릭스, 1.3%가 되었을 적에 채과를 하고, 저장하여 약 1개월 전후에 당산도를 측정하여 13브릭스 이상, 1.%이하가 되었을 때부터 출하하기 시작한다.

산도가 있으면 당도가 높아지고, 산도가 낮아진다는 정보를, 저장이라는 방법을 이용하여 고품질의 감귤을 출하하고 있다. 산도가 있으면 당도가 높아지고, 저장 중 부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 저장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하여 소기의 성과를 내고 있다.

지식 생산이 필요한 때이다. 지식이 기술이고, 곧 사람인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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