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특파원] 차근영의 영국이야기

 

영국 버밍엄에서 열린 '2010 세계 휠체어 농구 선수권 대회' 현장

 

2010 남아공 월드컵에 전 세계인들이 열광하고 있을 무렵, 영국 버밍엄에서는 2010 세계 휠체어 농구 선수권 대회가 열렸다.

휠체어 농구를 실제로 본 적이 있는지? 아마 경기장에서 직접 경기 장면을 본 독자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휠체어 농구는 장애인들만의 스포츠'라는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다. 물론 나도 이런 수준에서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었다.

한국에 거주 했을 때에도 휠체어 농구를 보러 경기장에 가 본적이 없었고, '휠체어를 타기 때문에 장애인 스포츠'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휠체어 농구는 장애와 비장애를 구분 짓지 않는 '일반적인' 스포츠 종목이며, 한국에도 비장애인 팀들이 상당히 활동 중이다. 물론 국내 휠체어 농구는 인기 종목에 속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렇다면 영국은 어떨까? 영국에서는 휠체어 농구가 인기가 있을까? 한국보다 팀 수가 많기는 하지만 안타깝게도 영국도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국제규모로 경기가 열린다 해도 거리에서 휠체어 농구 대회 광고를 찾아 볼 수 없고, 대부분의 시민들은 대회가 열린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는 실정이다.

버밍엄 지인의 전화를 받기 전까지는 나도 그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시합장소가 학교에서 10분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경기장에는 한인 응원단이 모여 있었다. 그곳에 동참해 한국 대표 선수들의 경기를 관람했다.

 

패스할 곳을 찾고 있는 한국팀(파란색 유니폼이 한국, 흰색이 일본 팀)

 

이 날 경기는 한-일전이었다. 숙적 '일본'과의 경기! 경기장은 큰 규모에 비해 썰렁하기 그지없었다. 매표소에서 표를 구입하는 사람은 한국 팀을 응원하기 위해 찾아온 한인들뿐이었다.

경기장 안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다음 경기를 위해 기다리고 있는 다른 나라 선수단을 제외하면 관중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상대 일본팀의 응원단은 없었으며, 한인 응원단 열댓 명이 전부였다.

썰렁한 경기장이었지만 시합은 일반 농구 시합 못지않게 뜨거운 모습으로 진행됐다. 양 팀 선수들은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고 투혼을 불살랐다. 과열된 시합양상으로 휠체어 전복은 수도 없이 일어났으며, 휠체어 바퀴가 이탈되거나 양 팀 선수들이 휠체어가 맞물려 움직이지 못해 시합이 중단되기도 하였다.

16-10으로 6점차 뒤진 채 1쿼터를 마친 한국선수단은 2쿼터에서 반전의 기회를 맞게 된다. 일본 선수의 심한파울로 경기가 잠시 중단되고, 이로 인해 우리 선수들의 특유의 조직력이 살아나 26-34로 역전을 하게 된다.

하지만 3쿼터에서 공격의 실마리를 찾지 못해 슛이 번번이 링을 빗나가며 8득점에 그치는 위기를 맞게 된다. 선수들의 체력도 급격히 떨어지며 수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결국 일본의 속공에 힘없이 무너지며 3쿼터에만 23점을 내주었다. 4쿼터에 선수교체와 함께 분전 했지만 더 이상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과는 71-55 한국의 패. 일본과 A조에 속한 한국은 5전 전패를 기록했고, 마지막 순위 결정전에서 알제리에 승리를 거둬 종합순위 11위에 올랐다.

비록 경기는 졌지만, 경기 내내 이를 악물고 마지막까지 휠체어를 밀며 공을 따라가는 그들의 모습은 타지에서 사는 나에게 신선한 감동을 전해주기 충분했다.

시합이 끝나고 선수들은 휠체어를 이끌고 응원단석으로 다가와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한국 응원단은 뜨거운 박수와 함께 눈물로 그들에게 화답했다.

 

<차근영 시민기자>

※ 차근영 씨는 현재 영국 버밍엄에서 어학연수 중인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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