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를 맞아 서귀포시의 느슨한 공직기강이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난달 초 시청 공무원의 인터넷 도박사이트 개설과 관련해 사상 초유의 시청 사무실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으로 시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은 바 있다. 이후에도 개인 부주의에 의한 서귀포보건소 화재사건, 마라도 해양도립공원 입장료 징수 관리 감독 소홀 등이 잇따라 터지고 있다.
새해 벽두에는 불법 게임장을 운영하던 시청 공무원이 구속되는 사태마저 발생했다. 새해 업무를 시작하는 첫날부터 시청 청사 일대에는 간밤에 내린 폭설이 그대로 방치된 바람에, 민원인들이 주차하거나 청사를 방문하는데 불편을 겪어야만 했다.
민선 5기 출범 직후부터 영농손실 보상금 미지급 사태, 흑우 육성사업자 지정에 따른 특혜논란 등으로 공무원들의 안일한 업무자세가 여론의 질책을 받은 바 있다. 지난달 열린 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서귀포시 공무원들이 제주시에 비해 예산이나 인원 면에서 여건이 낫지만, 지역을 위한 정책 발굴 의지가 매우 미흡하다는 지적이 중점 거론됐다.
급기야 우근민 도지사는 지난 4일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공직자들의 청렴도 향상을 위해 서귀포시 공무원들의 비리를 첫 시범 사례로 삼겠다고 공언했다. 도박혐의 공무원의 조사결과가 나오는 대로, 앞으로 공직기강을 해치는 사례에 대해서는 상급 공무원까지 연대 책임을 단단히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처럼 공직기강이 무너지는 사례가 빈발하는 것을 지켜보는 시민들의 마음은 착잡하기 그지없다. 민선 5기 출범 직후 비관료 출신의 40대 행정시장이 임명된 것을 계기로 공직사회에 획기적 변화가 초래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점차 누그러지고 있는 분위기다. 공직사회 개혁을 위해서는 공무원을 개혁 주체로 이끌어야 하나, 개혁 대상으로 삼는다면 한계가 뒤따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실 시민들 입장에서는 최근 불합리한 행정관행 개선을 행사의전 간소화를 추진하는데 대해서도 내심 불만이 많다. 종전에는 탐라문화제나 서귀포칠십리 축제 등 주요 행사 시 공휴일에도 공무원들이 대거 참가하며 떠들썩한 분위기였으나, 최근에는 매우 썰렁한 편이라고 아쉬워한다.
공무원들의 역량강화를 명분으로 내건 잡무경감이나 휴일 재충전 등의 대가가 자칫 공직기강 해이로 이어진다면 시민들의 분노는 더욱 들끓게 마련이다. 제주시에서 출․ 퇴근하는 공무원들이 많아 조직 장악에 어려움이 있다는 일부 간부공무원들의 주장도 설득력이 모자라다. 최근 공직사회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이 어느 때보다 준엄하다는 점을 감안해 서귀포시는 이번 기회에 뼈를 깎는 자성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