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의 해묵은 논란거리인 중정로 도시계획 문제가 또다시 표류하고 있다. 대표적 중심상권인 중정로 일대 600m 구간의 도로를 확장하느냐 존치하느냐 여부를 놓고 26년째 해결의 실마리 없이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형마트 진출과 신시가지․ 신흥 주거단지 형성 등 경제여건은 급변하고 중정로를 비롯한 중심상권은 갈수록 침체에 빠져들고 있으나, 도로 폭 확장여부는 여전히 안개 속에 머물러 있다.
중정로 문제가 꼬이게 된 데에는 일관성 없는 서귀포시의 행정에도 한 원인이 있다. 불과 2년 전, ‘차 없는 거리, 물 흐르는 거리, 문화예술 거리’란 타이틀로 중정로를 명품거리로 조성한다고 요란하게 떠들었으나 후속조치가 진행되지 않았다. 20여년 전 지정한 도시계획도로의 존폐 여부가 논란의 핵심임에도 사업비를 적게 들여 명품거리로 조성한다면 시민들의 호응을 얻을 것이라 오판한데 따른 것이다.
이 과정에서 도로 확장 여부에 대한 시민 공감대도 채 형성되기 이전에 현행 도로 존치에 찬성하는 인사들을 중심으로 중정로 활성화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도로 확장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반발이 뒤따른 것은 불문가지였다. 때마침 제주도가 5년마다 시행하는 광역도시계획도로 계획 수립 시에도 시민사회의 찬․ 반 논란을 들어, 사업 대상에서 제외시키며 교통정리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시는 뒤늦게 여론 수렴의 장을 마련하고자 민간 주도의 시민 대토론회에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으나 찬․ 반 의견이 결집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후속조치를 외면했다. 오히려 1억7000여만원이란 막대한 사업비를 들여 타지역 전문업체에 관련용역을 의뢰했으나 도로 확장 여부에 대한 구체적 해법제시 미흡을 내세워 이를 중단했다. 막대한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비판을 듣게 된 이유다.
최근 서귀포시를 연두방문한 우근민 도지사가 사업비에 관계없이 시민들의 의사결집이 선행돼야 할 것을 주문함으로써 중정로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민선 3기 도정에서 사업비 절감과 장기 민원 해소 차원에서 도로 확장 없는 테마거리 조성 등을 추진하던 방침이 민선 4기 들어 사실상 백지화하게 된 것이다. 비록 이번 사안에 정치적 입김도 깔려 있으나, 시민들에게는 행정 불신과 혼란만 심어주고 있다.
시는 최근 중정로 문제를 종식하기 위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인사들을 중심으로 추진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하지만 그동안 보여준 시의 원칙 없는 행정자세를 볼 때 앞으로의 진로 역시 순탄치 않을 것이라 우려되고 있다. 도로 확장이냐 존치냐에 따른 시민들의 인식 파악과 공감대 형성 없는, 일방적인 사업추진은 더 이상 없어져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