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대 이전과 중문관광단지 매각에 이어 이번에는 혁신도시 건설이다. 서귀포시가 특별자치도 출범에 맞춰 행정시로 전락한 이후 도처에서 사회경제 기반이 붕괴되는 조짐이 서서히 엿보이고 있다. 민관이 한마음 한뜻이 돼 탐라대 이전과 중문관광단지 매각에 적극 반대했지만, 가시적 성과는 아직 미미한 편이다. 설상가상으로 혁신도시 건설마저 좌초될 위기에 맞닥뜨리고 있어 앞날이 매우 걱정스럽다.
혁신도시 건설은 2년 전만 해도 전국 최초의 착공식 개최로 16만 시민들의 기대를 한 몸에 모은 사업이었다. 서귀포시민의 염원인 지역균형 발전을 내세워 제주시와의 경합을 어렵게 이겨냈고, 서호마을 주민들이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땅에서 떠나야 하는 곡절도 겪어야 했다. 혁신도시 이전기관 가족들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초청관광이나 화합행사를 개최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무엇보다 혁신도시 건설이 당초 정부의 승인방침과 달리 계속 축소 변경된다면 속빈 강정에 불과할 것이다. 당초 이전예정인 9개 기관 1054명에서 한국정보화진흥원의 대구 이전으로 이미 8개 기관 866명으로 대폭 줄어든 상태다. 여기에다 국세청 산하 3개 교육기관마저 제주이전을 기피한다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반쪽짜리 혁신도시에 머물게 될 전망이다.
이번 혁신도시 건설이 문제가 되는 것은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사업이라는 점에서다. 정부의 승인아래 추진되는 사업이 당초 방침과 다르게 변질된다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땅에 떨어지게 마련이다. 전국 최초 착공에 따른 인센티브로 300억원을 약속했지만, 100억원만 제공했을 뿐 나머지는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공정사회를 강조하는 정부 스스로가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사회기강을 바로세우는 데에도 한계가 뒤따른다.
혁신도시 건설이 원칙이 아닌 정치 논리로 계속 추진된다면 시민들은 단호히 이에 맞서야 할 것이다. 내년도 대선과 총선을 겨냥해 정치투쟁을 벌여서라도 시민의 정당한 요구를 끝까지 관철해야 할 것이다. 혁신도시 건설이 지금처럼 차질을 빚는다면, 서귀포시가 균형발전을 도모할 기회는 상당 기간 도래하지 않을 것임을 시민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민관이 하나 된 시민역량 결집을 통해 정부를 움직이도록 만들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