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제주도에 이주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육지에서 제주로 이주하거나, 이주를 꿈꾸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사람은 나면 한양으로 보내고, 말은 나면 제주로 보내라’는 옛 말은 이제 사람과 말은 모두 제주로 보내라로 고쳐져야 할 듯하다.

한반도의 최남단 서귀포시에도 육지인들의 이주 행렬이 두드러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 통계상으로 도외지역에서 서귀포시로 전입한 인구수가 6211명에 달할 정도다. 전년도에 비해 전입인구가 5.4% 늘어나면서 서귀포시 인구증가에 한몫을 거들고 있다.

최근 제주에의 이주 행렬은 예전과는 다소 다른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종전에는 장년층 일부가 생계수단으로 제주에 많이 건너왔으나, 요즘에는 20, 30대 젊은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제주에 이주하는 사유도 귀농귀촌, 심신치유, 여유낙락 추구 등 각양각색. 무엇보다 ‘느림의 미학’을 전파한 제주올레의 영향으로 물질만능주의에서 정신적 풍요 추구현상으로 옮겨가고 있는 추세다.

저출산 시대흐름과 제주시 편중현상으로 인구감소에 허덕이던 서귀포시에 육지부 인구유입 현상은 일단 환영할 일이다. 도로교통망 확충에 따른 체류 관광객 감소로 지역경제가 갈수록 침체되는 여건에서 상주인구의 증가는 바람직스럽다. 서귀포의 이민자들 가운데 고학력 출신의 젊은이들이 많은 것도 고령사회로 치닫는 지역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지역주민과 새로운 정착민들이 조화롭게 공생하는 방안이다. 살아온 환경과 정서가 크게 다른 주민과 이주자들이 더불어 사는 과정에서 갈등과 마찰이 발생할 소지가 많기 때문이다. 지역주민들은 배타적이고 편협한 사고를 버리고, 이주자들은 상대방의 다른 문화를 이해하려는 자세가 절실히 요구된다.

세계 최고의 녹색 휴양도시를 표방한 서귀포시도 이주자들을 건전한 시민으로 끌어안으려 앞장서야 할 것이다. 이주자들의 소중한 경험과 지식을 지역발전의 동력으로 대체시키려는 자세도 요구된다. 전문지식을 갖춘 이주자들을 청소년들의 토요 과외활동 강사로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최근 제주도가 대정읍 영어교육도시에 입주한 내외국인 입주민들을 대상으로 주민화합 행사를 개최함으로써 호평을 얻은 바 있다. 내외국인 관광객을 비롯해 다문화 가정, 이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제주도야말로 글로벌 시대를 실감케 하는 천혜의 보물섬이다. 열린 사회, 열린 시대흐름에 걸맞게 지역주민들에 열린 사고를 불어넣는 작업도 서서히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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