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수준 향상에 따른 레저문화 확산 영향으로 친수공간에 대한 도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삭막한 도심의 건물 벽에 갇힌 현대인들은 물 흐르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일상의 스트레스가 말끔히 씻어질 정도로 친수공간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각 지자체는 지역주민의 정서함양과 관광객 유치 등을 위해 생태하천 조성에 역점을 쏟고 있다.
국내 최고의 관광지 서귀포시에서도 생태하천 조성사업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예래 생태마을의 대왕수천을 꼽을 수 있다. 농약에 찌들어 황폐해진 용천수를 민관 협력으로 연중 맑은 물이 흐르는 생태하천으로 되돌려 놓았다. 오는 9월 제주도에서 열리는 세계자연보전총회(WCC)에서는 대왕수천이 주요 탐방코스에 선정돼 전 세계의 수많은 환경전문가들이 둘러볼 예정이다.
안덕면 창고천(안덕계곡)을 대상으로 한 고향의 강 정비사업도 본격 추진되고 있다. 지역주민들의 애향심을 고취시키고 지역고유의 특색을 가미한 문화하천으로 가꿔나가기 위해 주민의견도 적극 수렴하고 있다. 제주올레의 인기여파를 실감하듯 주민설명회에서 보여준 주민들의 뜨거운 참여열기가 예사롭지 않다. 예전에 홍수와 상습침수를 떠올리던 두려운 개념의 하천이 최근에는 역사와 문화가 깃든 친근한 개념의 생태관광 자원으로 탈바꿈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평소에 물이 흐르지 않는 건천상태의 동홍천에 요즘 새로운 물줄기가 생겨 화제가 되고 있다. 마른 하천에 느닷없이 물이 흐르게 된 이유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으나, 도심 한복판에 시원하게 흘러내리는 물줄기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마음은 넉넉하다. 이번 기회에 동홍천을 항상 물이 흐르는 하천으로 만들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물이 흐르지 않은 제주 특유의 건천을 하천이라고 부르기에는 다소 민망하지 않은가.
생태하천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스토리텔링의 도입이다. 이야기와 추억거리를 좇아가는 최근의 여행패턴에 맞춰 지역 원로 등을 대상으로 하천에 깃든 역사와 일화 등을 발굴하는 노력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전국 어디에서 접할 수 있는 친환경 산책로나 친수공간 조성 등은 생명력이 짧을 수밖에 없다. 지하수가 흐르는 제주의 고유한 생태하천을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가꿔나가는데 각별한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