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장애등급 판정을 놓고 말들이 많다. 그동안 장애등급 판정을 받아 온 장애인과 노인성질환자 등이 장애등급 자격에서 대거 박탈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종전에는 2년에 한 번씩 실시된 장애등급 판정에서 대부분 장애등급이 유지돼 왔으나, 최근에는 상당수가 장애등급에서 벗어나 정상인 판정을 받게 돼 사회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과 노인성질환자들에게 장애등급 판정은 장애연금 및 수당 지급, 재활시설 입소 등의 기준이 된다. 최근 후천적 요인에 의해 장애인 발생건수가 증가하는 추세에서 장애인들이 하루아침에 정상인으로 복귀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 터이다. 만일 장애인들이 정상인으로 둔갑하며 각종 복지혜택에서 끊긴다면, 이들이 겪게 될 고통과 불편은 상상조차 힘들 것으로 예견된다.
문제는 최근 시행하는 장애등급 판정방식에 납득하기 힘든 요인이 많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사지가 멀쩡한 지적 장애인 등의 경우 평소에는 정상인처럼 보이나, 수시로 장애현상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비록 장애등급 심사 당일에는 정상인으로 판정될 수 있으나, 날씨가 흐리거나 몸 상태가 안 좋을 때면 장애 현상이 고개를 쳐들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장애인 보호자들이 가족들과 함께 편안히 지내는 것을 마다하고, 자녀들을 재활시설에다 맡겨야 했을까.
이렇듯 논란요인이 많은 장애등급 판정방식에 의해 장애등급 박탈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경향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만일 정부가 사회복지 예산감축을 겨냥해 장애등급 판정요건을 강화한 것이라면, 더욱 큰 사회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여전히 장애상태를 겪고 있는 장애인들이 사회에 기댈 수 있는 마지막 언덕마저 사라진다면 사형선고에 다름없는 충격과 좌절이 뻔히 예상되고 있다.
평소 나눔과 배려를 강조해 온 정부가 허술한 장애등급 판정방식으로 상당수 장애인들을 정상인으로 둔갑시킨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사회복지 예산문제가 주요 이슈로 부각될 전망이라 하나, 장애인들의 생명줄을 끊을 수 있는 등급판정 방식은 서둘러 개선대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장애인들의 실태를 장기간에 걸쳐 면밀하게 분석함으로써 억울한 피해자들이 속출해서는 안 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정부는 깊이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가 언제든지 한 순간에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떠올려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