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남·산북’이라는 말은 전국적으로 제주도에서만 자주 사용되는 대표적 용어의 하나다. 한라산을 경계로 남쪽과 북쪽을 가리키는 용어이지만, 언제부턴가 ‘산남은 퇴보, 산북은 발전’이란 지역 불균형 차원에서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역대 제주도정이 산남·산북 균형발전을 누차 핵심정책으로 강조해오고 있으나, 아직까지 이 용어는 끈질긴 생명력으로 살아 숨 쉬는 듯하다.
 
 지난달 열린 제주도의회 도정질문에서 서귀포시 도의원들은 예의 ‘산남 홀대론’을 재차 들이대며, 우근민 도정에 지역 균형발전 방안마련을 요구했다. 도의원들의 요구는 행정시의 예산확충을 비롯해 사회교육시설 인프라 확충, 주민 복지와 삶의 질 확충 등 다양한 편이다.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기초자치 폐지와 제왕적 도지사 출현으로 산남·산북 불균형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고 집중 성토에 나섰다.
 
 이러한 도의원들의 요구에 대해 최근 제주도정이 도지사 답변과 서면답변 등을 통해 공식입장을 제출했다. 도정 답변은 요지는 산남과 산북의 균형발전 없이는 제주의 미래가 없다는 인식하에 지역불균형 해소로 도민화합과 사회통합을 이뤄 나가겠다는 원론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 지역균형 발전정책이 우선 해결해야 할 사항은 제주시와 서귀포시 간 불균형 문제뿐만이 아니라 읍․면․동간 격차문제, 구도심권 공동화 문제라는 입장도 내비쳤다. 내년 상반기 중 지역균형발전 관련 용역을 실시하고, 관련부서 신설도 검토하겠다는 답변도 곁들였다.  

 서귀포 시민과 도의원들이 ‘산남·산북 불균형 해소’를 끈질기게 거론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원론적 답변을 재차 듣기 위해서가 아니다. 시민들은 특별자치도 출범이후 서귀포시가 종전의 ‘산남·산북’과 같은 동등한 지위에서 제주시, 동부, 서부, 서귀포시식으로 갈수록 제주도의 4분의 1수준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분개하고 있다. 제주형 자치모형 도입, 공공기관 유치 등 솔깃한 공약을 제시하고 있음에도 시민들의 피부에는 와 닿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도정이 진정으로 지역 불균형 해소를 도모하려 한다면, 공공기관 이전부터 솔선수범 자세로 실천에 나서야 할 것이다. 특별자치도 출범이후 문화관광국 신설 공약을 하루아침에 헌신짝처럼 번복한 사례를 시민들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이번 도정질문에서도 소방방재본부 등 공공기관 이전을 강도높게 촉구했으나 답변수준은 성에 차지 않고 있다. 더 이상 ‘산남·산북’이란 용어가 버젓이 통용되지 않도록 도정의 과감한 결단을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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