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책읽는 서귀포, 칠십리 책방 - 여덟번째 책 : 우리 가족입니다

<책소개> 2005년 제6회 보림창작그림책 공모전 대상 수상작!『우리 가족입니다』는 작가의 어린시절을 토대로,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맞벌이를 하는 부모와의 추억을 진솔하게 담아냈다. 3년이라는 긴 시간을 갖고 작업한 만큼 작품이 전달하는 울림이 크다.

주인공 '나'는 살림방이 딸려 있는 작은 중국음식점에서 아빠, 엄마, 남동생과 함께 살아간다. 어느 날 할머니가 찾아오고 일상에는 작은 파란이 일어난다. 할머니가 치매로 인해서 옷장에다 젓갈을 넣어 두고, 밥상머리 앞에서는 음식을 퉤퉤 뱉고, 손님들이 있거나 없거나 아무때나 옷을 벗어두기 때문. '나'는 그런 할머니가 너무나 싫어서 다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램이지만 아빠는 할머니가 자신의 엄마이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고 말한다.

『우리 가족입니다』는 할머니를 가족으로 받아들이지 못한 '나'와 그런 할머니를 묵묵히 받아 들이는 아빠의 시선을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이를테면, 이불에다 지도를 그린 할머니와 자기 싫은 '나'의 모습 뒤에는 할머니의 뒤치다꺼리를 하는 아빠의 모습을 그려냈다. 그러나, 앞표지 전에 보여준 나의 가족 사진은 맨 뒷장에서는 할머니의 사진과 나란히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나'도 할머니를 한 가족으로 보듬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우리 가족입니다』는 국내 그림책에서는 보기 드문 글과 그림을 번갈아 가며, 때로는 엇갈리며 이야기를 끌어간다. 시각적 연출이 뛰어난 그림책으로서, 각 인물이 처한 상황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처음부터 끝까지 빈틈없이, 무리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장면을 연출한 솜씨가 돋보인다.

안재홍(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 이하 ‘안’)= 자기 소개를 부탁합니다.
강효민(이하 ‘강’)= 새서귀초등학교 5학년 강효민입니다. 신시가지에 살고 있고요. 운동을 특히 좋아합니다. 책읽기는 헤리포터 같은 소설을 좋아합니다.

안= 너무 뻔한 질문이지만 엄마 닮았나요, 아니면 아빠를 닯았나요.
강= 어른들이 아빠를 닮았다고 얘기를 하세요.

안= 이 책을 읽기 전에 제일 먼저 무슨 생각이 들었나요.
강= 지금 우리랑 함께 살지는 않지만 할머니 생각이 났어요.

안= 그래요? 막상 읽어보니 어떤가요.
강= 읽기 전에는 그냥 가족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읽어보니 ‘가족이 있어야 되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안= 그럼 이 책을 읽고 나서 평소에 생각해 왔던 가족이 있어야 되는 이유가 바뀌었나요?
강= 네. 전에는 가족과의 갈등이 있을 때마다 가족이 조금은 미웠어요. 그런데 이 책에서 치매를 앓는 할머니와 갑자기 같이 살게 된 가족들이 서로 힘들어하고 갈등하면서도 ‘함께’하기를 원한다는 내용을 읽으면서 가족에 대해 다시 생각이 들었어요. 이 가족 간의 갈등이 꼭 나쁜 것만이 아니라 함께 사는 가족들과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된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리고 앞으로는 가족끼리 서로 아끼고 배려해야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어요.

안= 효민군이 많은 것을 깨달은 것 같네요. 특히 가족을 더 아끼고 배려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 것 같은데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나요. 효민군의 친구들은 대부분 가족보다는 또래 친구들에게 더 애정이 있지 않나요.
강= 물론 친구들끼리도 아끼고 배려해야 하지만, 가족은 제게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을 베풀어 주잖아요. 제가 실수를 하거나 아플 때도 항상 저를 생각해주니까요. 사랑받으니 저도 사랑해야죠.

안=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을 베풀어 준다'는 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하네요. 효민 군의 형제는 서로 많이 아껴주고 배려해 주나요.
강= 아니요. 저희는 자주 싸워요(웃음)

안= 그럼 형이 정말 형처럼 느껴질 때가 언젠가요.
강= 가끔씩 형이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 제가 좋아하는 음식을 사다줄 때가 있는데, 그 때 ‘역시 형이라서 내 마음을 잘 아는 구나’ 라는 걸 느껴요. 형은 제가 동생노릇을 제대로 할 때 진짜 동생처럼 느껴진대요.

안= 그럼 이 책의 ‘할머니는 엄마 아빠보다 나이도 더 많은데, 우리보다 더 어린 아이같은 행동을 한다’ 라는 부분에서 어떤 생각이 드나요. 할머니가 진짜 할머니 노릇을 못하는 게 아닐까요.
강= 아니요. 아기처럼 행동하시는 건 할머니가 나이가 많이 드셔서 생긴 치매라는 병 때문이고, 사람이 나이를 먹고 약해져서 병에 걸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니까요. 할머니는 우리를 가족이라는 이유로 항상 사랑해 주셨으니까 치매에 걸려도 할머니가 내 가족인건 변하지 않아요.

안= 요즘 학생들은 가족의 범위을 한 집에서 같이 사느냐, 살지 않느냐로 구분지어서 할머니, 할아버지도 같이 살지 않으면 친척이지 가족은 아니라고 여긴다는데. 효민 군의 가족은 누구까지 인가요.
강= 당연히 할머니, 할아버지도 제 가족이죠. 한집에 살고 있지는 않아도 삼촌, 사촌까지도  모두 가족이라고 생각해요.

안= 가족을 아주 넓게 보고 있네요. 그렇다면 가족이란 어떤 존재인가요.
강= 한집에 사는 것과 상관없이 서로 조건 없이 아껴주고 뭐든지 지켜주는 방어막같은 존재가 가족이라고 생각해요.

안= 이 책에서 딸은 할머니의 행동을 싫어하는데 엄마, 아빠는 할머니가 어떤 행동을 하든 덤덤하네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요.
강= 아마 가족이기 때문에 할머니의 행동에 화를 내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할머니도 가족이니까 치매 때문에 하는 행동도 이해해주는 최소한의 배려가 아닐까요. 아니면 속으로는 짜증도 나고 화도 나지만 가족이기 때문에 그 마음을 감추는 것일 수도 있죠.

안= 효민 군이 커서 아빠가 되면 효민 군의 엄마, 아빠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겠네요. 아빠가 되면 효민군의 아이들과 지금의 엄마, 아빠와 함께 한집에서 살 건가요.
강= 글쎄요. 그때 사정에 따라서요. 가족이라고 꼭 한집에 살아야 되는 건 아니니까요.

안= 그럼 엄마, 아빠는 뭐라고 할까요. 가족이니까 같이 살아야 한다고 하지 않을까요.
강= 상관없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같이 살면 제 아이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지 않을까요. 엄마, 아빠는 가족이며 가장 믿을 수 있는 분이지만 할머니, 할아버지가 함께 있다면 그 믿음은 더욱 깊어 질 것 같아요. 정이 깊어진다고 할까요.

안= 그럼 만약에 효민 군이 할아버지가 되었을 때, 이 책의 할머니처럼 치매가 걸리면 어떻게 될 것 같아요.
강= 제 아이들이 함께 살면서 이 책에 나온 것처럼 저를 보살펴 줄 것 같아요. 그래도 치매는 걸리고 싶지는 않네요(웃음)

안= 정말 부모님을 모시기 어려운 분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요양원에 모시죠. 들어봤나요.
강= 네. 요양원이 어떤 곳인지는 들어봤어요. 자식들 대신 할머니, 할아버지를 안전하고 편안하게 돌봐주는 곳이죠.

안= 나중에 엄마, 아빠를 요양원에 모실 생각은 해보지 않았나요.
강= 아니요. 그런 생각은 해보지 않았어요. 제가 어른이 되면 엄마, 아빠를 모시고 살 생각이에요.

안= 이 책이 첫 부분에서 가족을 소개할 때 ‘엄마, 아빠, 나, 동생’ 이렇게만 가족이라고 소개합니다. 그러다가 책의 마지막에 ‘우리 가족은 할머니, 아빠, 엄마, 나, 동생’ 이라고 바꿔서 소개합니다. 왜 그럴까요.
강= 아빠가 딸의 할머니도 엄마처럼 아빠를 사랑했냐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잖아요. 대답하지 않았다는 것은 딸이 당연한 걸 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딸은 처음에 할머니랑 같이 살지 않아서 가족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아빠에게 할머니는 자신의 엄마이기 때문에 늘 가족이었다는 걸 나중에야 깨달은 것 같아요. 그리고 아무래도 할머니랑 같이 살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함께 겪었기 때문에 할머니가 진짜 자기 가족처럼 느껴진 게 아닐까요.

안= 조금 전에는 형이 진짜 형처럼 느껴질 때가 언제였는지 질문했는데요, 이번에는 효민군의 엄마, 아빠가 정말 나를 아껴준다고 느낄 때가 언제인지 듣고 싶네요.
강= 엄마, 아빠도 밖에서 일하시느라 힘드실 텐데, 저와 형에게 자주 학교생활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세요. 힘든 점은 없는지 물어봐주시고요. 정말 저희를 아껴주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엄마, 아빠가 힘들 때 서로 위해주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고 진짜 가족 같다고 느껴져요.

안= 그래도 서운함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강= 자주는 아니지만 부모님이 밖에서 힘들거나 안 좋은 일이 있으실 때 저와 형에게 짜증을 내실 때가 있어요. 충분히 이해는 되지만, 가끔 그런 부분에서 서운함을 느껴요. 부모님과의 세대차이 때문에 그런지 가끔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을 때가 있어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제 엄마, 아빠인데 저를 이해해주시지 못 하시는 것 같아 서운할 때가 있어요. 그래도 가족이니까 하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지죠.

안= 효민 군의 가족은 서로 많이 사랑해주고, 아껴주는 것 같네요. 효민 군이 가족에게 바라는 것은 무언가요.
강= 가족모두가 아프지 않고, 항상 서로 배려해주었으면 좋겠어요.

안= 가족을 많이 생각해주네요. 그럼 효민 군의 가족은 지금 행복하다고 느끼나요.
강= (큰소리로 망설임 없이) 네!

안= 깜짝 놀랐어요. 이렇게 금방 큰소리로 대답하는 걸 보니 효민 군의 부모님이 정말 부러운데요. 이 책을 다른 사람에게 추천한다면 누구에게 추천해주고 싶나요.
강= 가끔씩 보면 동네에서 부모님께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는 형이나 누나들을 볼 때가 있는데요, 그런 사람들한테 추천하고 싶어요. 부모님이 계시니까 행복할 수 있는 건데, 그 고마움을 잘 모르는 것 같아서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가족들과 갈등을 겪는 사람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어요. 서로 부족하지만 이해해주고 참아주는 것도 가족을 위한 배려라는 것을 알게 해 주고 싶어요.

안= 효민군은 이 책을 읽고 형에게 어떤 말을 해 주고 싶나요.
강= 형이나 나나 부모님께 가끔씩 짜증을 낼 때가 있는데, 우리 앞으로 그러지 말자!

안= 나에게 책이란.
강= 내가 몰랐던 새로운 것들을 알려주는 또 하나의 나!!

‘2014년 서귀포시민의책’을 읽고 독서대담을 하고자 하는 분은 위원회로 전화(760-3675) 주기 바랍니다.
정리․사진 류정숙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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