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십리 책방> 열한번째 책-그리스인 조르바

현대 그리스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장편소설『그리스인 조르바』.
카잔차키스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준 작품으로, 호쾌한 자유인 조르바가 펼치는 영혼의 투쟁을 풍부한 상상력으로 그리고 있다. 주인공인 조르바는 카잔차키스가 자기 삶에 큰 영향을 끼친 사람으로 꼽는 실존 인물이다. 이야기는 젊은 지식인 "나"가 크레타 섬으로 가는 배를 기다리다가, 60대 노인이지만 거침이 없는 자유인 조르바를 만나는 것에서 시작된다. 친구에게 '책벌레'라는 조롱을 받은 후 새로운 생활을 해보기로 결심하여 크레타 섬의 폐광을 빌린 "나"에게 조르바는 좋은 동반자가 된다. "나"와 조르바가 크레타 섬에서 함께한 생활이 펼쳐진다. (그리스인 조르바. 저자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역자 이윤기 옮김. 출판사 열린도서)


이용호(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 이하 ‘이’)= 본인 소개를 부탁합니다.
김영희(이하 ‘김’)=잠도둑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고 현재 성산일출도서관 해오름독서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제주에서 태어나 귤 농사를 지으며 동화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곤충마을 지키기 대작전/꿈꾸는사람들

이= 혹시 앤소니퀸이 주연한 영화 희랍인 조르바를 보셨나요? 책에 대한 설명을 부탁합니다.
김= 영화 희랍인 조르바는 못 봤네요. 「그리스인 조르바」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카잔차키스의 인생과 작품의 핵심에 있는 개념이자 그가 지향하던 궁극적인 가치인 '메토이소노', 즉 '거룩하게 되기'를 이해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것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육체와 영혼, 물질과 정신의 상태 너머에 존재하는 변화를 말하는데, 이 개념에 따라 카잔차키스는 조르바라고 하는 자유인을 소설로 변화시켰다고 말합니다.

이= 저는 예전에 영화관에서 보았고, 마지막 장면으로 인상 깊었던 ‘zorva’ 춤을 유투브 영상으로 검색하다가 우연히 ‘SIRTAKI WORLD GUINNESS 2012’를 아주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한번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20세기 문학의 구도자>로 불리는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에 비견될 만큼 위대한 작가로 추앙받고 있다는데,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사상이나 철학은 무엇일까요? 

김= 자유 이상주의 철학이 아닐까요?

이= “육체에는 영혼이란 게 있습니다. 그걸 가엾게 여겨야지요. 두목, 육체에 먹을 걸 좀 줘요. 뭘 좀 먹이셔야지. 아시겠어요? 육체란 짐을 진 짐승과 같아요. 육체를 먹이지 않으면 언젠가는 길바닥에다 영혼을 팽개치고 말 거라고요.” 나는 당시 육신의 쾌락을 업신여기고 있었다. 가능하면, 먹어도 부끄러운 짓이라도 하는 것처럼 은밀하게 먹어 치웠다. (52쪽)
조르바는 인간이 동물적인 본능대로 살아가는 것이 자유이며, 살아갈 의미라고 생각하며 두목을 설득하는 것 같은데...

김= 동물적인 본능, 즉 육체가 저지르는 것은 자유스럽겠지만 그 자유는 영원한 자유로 남지 않을 것 같습니다. 육체는 사라져도 영혼이 있기에 육체의 욕망이 순간의 자유일 뿐 영원한 나의 자유로 채워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본능대로 사는 삶이 자유로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그 반대로 본능을 거스르며 얻는 무한의 자유도 있다고 생각해요.

이= 야성이 이성을 이기는 삶을 즐겼던 자유인 조르바, 그의 삶을 내심 부러워하며 서서히 동화되어 가는 나(두목). 어떤 삶이 바람직한 인생일까요?
김= 갱도에서 광맥을 찾는 것보다 더 소중한 자유와 깊은 인간애를 찾았고 나의 실체를 깨닫기 시작하면서 저자는 진정한 행복을 찾게 된 것 같습니다. 야성의 삶이 부럽기도 하지만 우리는 용기가 없어 돌아서고 말지요. 두목의 바람직한 인생은 가장 (나)두목다운 삶을 사는 것 아닐까요?

이= 조르바가 딱 한 가지 두려워하는 것은 ‘나이 먹는 것’이라고 합니다. (212쪽) ‘나이’에 대한 평소의 생각은? 
김= 나이가 많아지면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아서 두렵겠죠. 나무가 나이테가 많아질수록 좋은 목재가 되듯 사람도 나이가 들면서 시련과 전쟁을 통해 인생을 바라볼 수 있는 척도나 능력의 대가를 얻는 것 아닐까요? 그냥 인생 선배들의 훈장이라고 여기고 싶군요. 사실 나도 조르바처럼 나이 먹는 게 가장 두렵거든요. 내가 할머니된 상상을 하면... 으아악!

이= 주인공인 조르바는 카잔차키스가 자기 삶에 큰 영향을 끼친 사람으로 꼽는 실존 인물이다. 크레타섬에 묻힌 카잔차키스의 묘비명에는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라고 쓰여 있다고 하네요. 혹시 생각하고 있는 묘비명이 있으신가요.
김= 나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또 다른 나의 시작이다.

이= 이 책의 엔딩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모든 것을 잃고 춤을 추는 두 남자의 모습과 그리고 둘이 헤어진 후 조르바가 남긴 산투르입니다. 독자는 대부분 이 두 사람의 춤을 마지막으로 기억하고 이것에 큰 의미를 둡니다. 하지만 이 책에 쓰여진 두 개의 엔딩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김=우정과 자유! [세상의 끝에서 우리는 난파한 뱃사람처럼 살았던 것이다] 이 대목에서 두목과 조르바와의 끈끈한 우정이 부러웠고 비록 모든 것을 날렸지만 진정한 자유를 알게 된 저자의 이야기. ‘모든 것을 버려야 얻게 되는 자유’...... 난, 언제면 모든 걸 버리고 자유를 갖게 될는지... 아니, 내 스스로가 자유를 거부하며 생활의 구속을 받고 싶어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 한권을 읽고 한 문장만이라도 기억에 남긴다면 성공한 독서라고 합니다. 책의 본문 내용 중 기억에 남는 구절은?
김= “외부적으로는 참패했으면서 속으로는 정복자가 되었다. 외부적인 파멸이 지고의 행복으로 바뀌는 것이었다.”는 구절이 마음에 남습니다.

이= 조르바가 우리 모두에게 “당신은 그래서 안돼요! 뭘 꾸물꾸물 생각만 하고 있는 거요? 그냥 당장 실행하쇼!” 하고 큰 소리로 야단치고 있는 것 같아요(웃음) 맛있는 수제 돈까스와 진한 커피향을 음미하며 독서대담을 하다 보니 모처럼 ‘자유인 조르바’ 같이 아주 즐거운 오후가 되었네요.
 
이= 나에게 책이란?

김= [깜깜한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과 같다] 한 권, 한 권 소중한 책들이 저마다 다른 빛과 모양으로 깜깜한 내 마음을 비춰주는 별입니다. 오늘 하루도 내 마음의 별을 달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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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류정숙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
사진 안재홍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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