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우리 주변에서 발생했다. 시내 단란주점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故 강수철 동홍119센터장이 화염에 휩싸여 숨을 거뒀다. 고인은 휴일 비번임에도 불구하고 10분 만에 현장으로 달려가 소방대원들과 함께 화재진압에 나섰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간부이지만 평소 현장활동에 적극적이었던 고인은 화재발생 시 동료들의 고생을 지나칠 수 없어 재빨리 현장에 출동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투철한 직업의식을 실천한 고인이야말로 뼛속까지 ‘진짜 소방공무원’이라 부를 만하다.

 우리는 불과 3개월 전에 세월호 참사라는 전대미문의 재앙을 겪으면서 온 국민이 그 충격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안전 불감증에 대한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는 시점에서 이번에 발생한 소방관의 순직사고는 많은 아쉬움을 던져주고 있다. 무엇보다 인력·장비가 부족한 여건에서 도민의 안전 확보를 위해 애쓰는 소방공무원들의 열악한 업무여건이 새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비번 근무 시 자신을 대체할 현장 지휘관이 없었기에 고인은 모든 것을 제쳐두고 불 속으로 뛰어들었다. 예산부족을 이유로 내구연한이 훨씬 지난 구조장비를 제때 교체하지 않으면서 소방공무원들의 부담만 가중시키고 있다.
 
 2층 단란주점 건물 화재가 인명피해라는 참극을 초래한 데에는 시민들의 안전의식 부재도 주요인의 하나다. 평소 시내 단란주점 등 유흥업소들은 소방안전에 대한 지침을 무시한 채 방음효과를 위해 내부시설을 밀폐된 공간으로 둔갑시키기 일쑤였다. 계단이나 비상통로는 캄캄한 어둠에 묻힌 채 잡다한 물건이 내팽개쳐 지면서 사소한 화재가 대형 화재로 번지는 사례가 여전히 빈발하고 있다.

 이번 사고는 세월호 참사를 마치 강 건너 불구경하듯 지켜보던 우리 사회 일각에 따가운 경종이 되고 있다. 우리의 일상에서 자칫 한 순간만 방심하더라도 도처에서 참사가 발생할 소지가 많다는 사실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 이번 순직 소방공무원 사례에서 보듯 대다수 소방공무원들은 한 시도 편안할 새 없이 하루 24시간을 불안 속에 지내고 있다. 더 이상 소방공무원들의 안타까운 희생이 발생하지 않도록 획기적인 인력·장비 보강 등 처우개선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삼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한 목숨 바친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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