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시민기자의 귀농일기

되는 사람은 되는 짓만 하고 안 되는 사람은 안 되는 짓만 한다.
반세기 삶을 살아내고 제가 깨달은 삶의 정의입니다. 물론 단순 무식하게 표현한 것이지만요.

말을 이죽거리거나, 냉소적이거나, 부정적인 견해를 앞세우는 사람을 거북해하는데요즘 제가 냉소적이고 부정적인 표현을 종종 쓰는 것을 보고 스스로 놀라고 경계합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 성공농부 반열에 올려놓고 멘토도 하게 되고방송도 타게 되고,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 게 영 마뜩찮아서입니다.

당사자인 나는 어리둥절한데 10년 농사짓고  이제사 현상유지를 맞출 수 있나하고 둘러 보는데 사람들은 수치화된 성공 잣대를 들이대고 저울질 하며 아니라고 도리질 하는데도 귀농 롤모델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제가 농사 시작하던 10년 전만해도 귤 농사는 망하는(^^) 산업인 듯 했지요.
농약 값, 귤 따는 인건비도 안 나온다며 버리는 일까지 목격 했습니다.

더구나 유기농은 정신구조가 약간 이상한 사람들이 하는 정도로 인식 받기도 할 때 저는 농사 농자도 모르면서 유기농 귤 농부에 도전하여 10년째 들어섰습니다.

소득보존을 하려고 직거래를 개척하고, 회원제로 만들어 안정적인 판로를 구축했습니다. 성공이라는 잣대를 댄다면 적자가 날 때도 버티어 낸 세월을 말해야겠지요.

내게 맞는 적당한 수입을 추구하고, 내 삶을 더 행복하게 살려고 고심한 것은 아랑곳없이, 보여지는 외형만 관심 두고, 일회용 소모품처럼 사용하는 행정과, 양은 냄비같은 방송도 거부하게 되었지요.

제게 진정한 스승은 전쟁의 페허를 딛고 오늘날 우리나라를 이만큼 살게 해주신 우리 부모님들의 성실과 끈기입니다.

제가 요즘 즐겨 찾는 식당의 공통점은 할머니 혼자서 하는 곳입니다.
내 몸 아끼지 않고, 재료비 아끼지 않고, 성심껏 제대로 해주는 집밥 같은 곳. 추어탕집, 죽집, 청국장집, 콩국수집 모두 착한 가격에 <섬김밥상>의 정성이 느껴지는 곳입니다. 대박을 꿈꾸지 않는 대박집의 비결은 성실입니다.

인생에서도, 농사에서도 길은 하나로 통한다는 생각입니다.
누구나 번듯하게 시작하는 것은 할 수 있지만 5년 후, 10년 후에도 그 자리에서 그 일을 계속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샴페인을 미리 터트리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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