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서귀포, 칠십리 책방] 집요한 상상

'뽀로로' 기획자 최종일이 밝히는 크리에이터의 조건!
『집요한 상상』은 한국 애니메이션의 위상을 바꾼 ‘뽀로로’를 기획한 아이코닉스의 최종일 대표가 ‘뽀로로’을 창조해낼 수 있었던 원동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뽀롱뽀롱 뽀로로》, 《치로와 친구들》, 《태극천자문》, 《꼬마버스 타요》등 익숙한 작품의 탄생기로 이어지는 그의 이야기는 매 순간 기존 관행과의 도전을 담고 있다. 신출내기 애니메이션 PD 시절에는 ‘왜 한국은 기획이 아니라 제작만 하는가?’라는 의문에서 시작해 ‘제작이 아닌 기획’으로 업을 재정의하고, 세계가 한국에는 눈길도 주지 않던 시기에도 해외진출을 목표로 작품을 구상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창조적인 일에 종사하면서 지켜온 원칙과 영감을 얻는 노하우를 차분한 목소리로 풀어놓는다.

안재홍(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 이하 ‘안’)= 본인 소개를 부탁합니다.
오명심(이하 ‘오’)= 현재 삼매봉도서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서 오명심입니다. 2012년부터 사서가 되었으니 벌써 3년차가 이네요. 대학에서는 전공은 회계학이었어요. 사서가 되기까지 참 많이 돌아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뽀로로’ 기획자 최종일씨가 그랬듯 ‘내가 좋아 하는 일’이라는 사항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전공을 선택했던 것 같아요. 사서 업무가 생각보다 녹록지 않고 앞으로 배워야 할 것들이 많지만, 뒤늦게라도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안= 읽으신 책은 어떤 책인가요(책에 대한 소개/ 설명)
오= 요즘 떼쓰는 아이를 가장 손쉽게 달래는 방법 무엇인지 아세요? 그 답에 관한 책을 읽었습니다. 정답은 ‘뽀로로’입니다. 애니메이션 ‘뽀로로’를 보여주면 아이들이 조용해지죠. 제가 읽은 책은 그 뽀로로를 만든 기획자 최종일에 관한 책입니다. 제목은 ‘집요한 상상’이죠.

안= 이 책을 읽으면서 상당히 많은 궁금증이 있었지요. 우선 저자가 누구인가요.
오= ‘집요한 상상’이란 책은 참 흥미롭게 만든 책입니다. 저자인 김용섭은 본인을 작가라고 소개하지 않고 ‘콘텐츠 디렉터’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콘텐츠란 좁은 의미로 각종 유무선 통신망을 통해 제공되는 디지털 정보를 통칭하여 이르는 말이죠. 그런데 최근 콘텐츠는 그 뜻이 넓어져서 디지털 정보만이 아니라 온오프라인을 넘어서는 뜻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심지어 문화산업의 핵심 가치를 모두 콘텐츠라고 부르기고 하네요. 어찌하건 저자 김용섭 씨는 이 책을 일종의 콘텐츠로 이해하고 기획했다고 합니다.

안= 일단 ‘뽀로로’를 모르는 아이들은 없을 듯 하네요. 현재 해외에서도 인기라던데요.
오= 현재 세계 120개국에서 방영했기에 그 인기는 상당하다고 합니다. 실제로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을 구분하기는 ‘뽀로로’가 나오기 전과 후로 나눈다고 합니다.

놀라운 것은 ‘뽀로로’ 관련 상품의 누적 매출이 1조원을 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인터넷 검색을 해봤더니 현재 방영국가는 130개국이고 누적 매출은 1조2천억을 넘었다는 기사가 있더군요. 책이 2년 전에 발간된 것을 감안한다면 그 속도는 굉장하더군요.

안= 그렇다면 ‘뽀로로’를 기획한 최종일 씨는 어떤 분인가요.
오= 본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사실 뽀로로를 만들 때부터 이렇게 원대한 성과를 목표로 한 것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함과, 내 아이들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었다.” 너무 뻔한 대답인가요(웃음) 정말 전국 수석했는데, 저는 그냥 학교 공부 열심히 하고 예습과 복습을 성실하게 했을 뿐입니다 라는 기분이 들었지요.

그런데 그런 최종일의 별명이 ‘성실함’과 ‘독일병정’이라고 불린 답니다. 한마디로 우직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밀고 나가는 고집 있는 사람인거죠. 최종일 씨는 금강기획이라는 좋은(!) 광고회사를 10년 동안 다니며 현대자동차 광고를 담당했었으나 솔직히 좋은 직장 선택이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직장’을 무의식적으로 따라서 입사했다고 얘기합니다.

중요한 것은 광고회사를 다니면서 내가 광고를 잘하는 일은 맞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은 아니었다는 것이죠. 그런 고민의 시기에 회사에서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게 되어 금강기획 애니메이션사업팀을 맡게 되어 정말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시작하게 되었지요. 그 후 4년 정도 금강기획에서 근무하다 퇴사를 하여 비로소 애니메이션 회사를 만들게 된 것이죠.

안= 이 책에 대해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무엇인가요.
오= 성공이란 단어를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강추하고 싶은 책이죠!

안= 최종일 씨가 ‘뽀로로’를 만들기 위해서 겪은 어려움을 무엇인가요.
오= 무엇보다 기획자였던 그가, 애니메이션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당시의 시대적 어려움이 있었다는 겁니다. 80년대 우리나라는 창작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나라가 아니라 제작(솔직히 보자면 하청) 애니메이션을 하던 상황이었다는 겁니다.

이 말은 값싼 인건비를 바탕으로 제작만 하던 수준이었죠. 미국의 디즈니나 일본의 도에이 애니메이션에서 일감을 받아서 열심히 그리기만 하던... 그런데 90년대 인건비가 올라서 자연히 가격경쟁력을 잃어버렸고 이제는 애니메이션 제작을 사양산업으로 여기고 있었다는 겁니다. 애니메이션 제작자들 원화를 그리는 애니메이터들도 한결같이 상황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이죠.

안= 결국 애니메이션 업계에 있던 분들이 오히려 걸림돌이란 뜻인가요.
오= 그렇게 표현하기 보다는 그 애니메이션 업계에 있던 분들이 갖고 있는 고정관념이 걸림돌이라고 해야 하겠죠. 어느 분야든지 그쪽에 있던 분들이 오히려 갖게 되는 수 많은 경험과 지식이 일반적으로는 유용하지만 때로는 그릇된 고정관념으로 자리하게 되죠.

안= 우리나라가 잘 한다는 분야는 중간에서 단지 제작만 하고 있었다는 뜻인가요.
오= 그렇지요. 최종일 씨가 설명하는 애니메이션 공정은 그 동안 우리나라가 담당해온 메인 프로덕션(그림을 그리고, 색칠하고 촬영해서 영상물을 제작하는 공정)은 애니메이션 전체 제작공정 가장 많은 인원이 투입되지만 제작비 측면에서 보면 전체 예산의 약 30~40%에 지나지 않다는 겁니다.

나머지 60~70%는 소수의 전문가들이 담당하는 프리 프로덕션(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캐릭터를 개발하고, 시나리오와 스토리보드 및 연출용 시트를 만들는 공정)과 포스트 프로덕션(영상물에 맞는 녹음, 효과음, 음악 등의 사운드를 제작하여 작품을 완성하는 공정)에 투입된다는 겁니다.

결국 제작비 측면에서 보면 메일 프로덕션 부문은 프리 프로덕션이나 포스트 프로덕션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떨어지는 분야였던 것이죠.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는 전문가들이 담당하고 노하우를 보호하기 위해 하청을 주지도 않았다는 겁니다. 일을 맡기는 해외 원청국들은 우리가 납품한 애니메이션에 다시 포스트 프로덕션 작업을 해 콘텐츠를 완성하고 애니메이션 배급과 캐릭터 사업으로 우리보다 수십 배 많은 수익을 올리는 구조였지요.

안= 최종일 씨가 제작한 첫 번째 애니메이션이 뭔가요.
오= 1997년 11월부터 TV에서 방송한 ‘녹색전차 해모수’였지요.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다른 기획자의 작품이 ‘바이오캅 윙고’, ‘영혼기병 라젠카’ 등이 있었지요. 그때가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기획과 마케팅 개념이 선보이기 시작한 시점이란 뜻이죠. 말하자면 기획자 1세대인 그때에 비로소 ‘프로덕션(제작)’이 아니라 ‘프로듀싱(기획,개발)’이 우리 애니메이션에 도입된 시기이죠. 이 책을 읽으면서 애니메이션 분야에 대해 상당한 지식을 얻게 되었지요(웃음)

안= 책에서 보자면 지금은 이해가 되지만 제작과 기획을 구분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하던데요.
오= 2003년에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에서 벤처기업 인증을 위한 현장 실사가 나왔다는 겁니다. 당시 모 대학의 애니메이션 관련 학과 교수였는데 사무실을 보더니 벤처기업으로 인증이 어렵겠다는 것이죠. 왜 그런가 최종일 씨가 물었더니 애니메이션 회사가 그림 그리는 사람도 없고 제작하는 사람들도 보이지 않다는 것이죠.

그래서 최종일 씨는 “저희는 기획 중심의 애니메이션 회사입니다. 기획이 저희의 핵심 기술입니다.”라고 설명했지만 벤처기업으로 인증을 결국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안타까운 상황이죠. 문화산업을 담당하는 사람들조차 상상에 대해 인색하고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것이죠. 지금은 그렇지는 않지만요(웃음)

안= 최근 최종일 씨가 제작한 애니메이션이 인기가 높다고 하던데요.
오= 최종일 씨가 대표로 있는 애니메이션 회사가 아이코닉스입니다. 이 회사가 갖고 있는 콘텐츠는 뽀로로가 유명하죠.

그런데 최근 ‘꼬마버스 타요’가 인기를 끌고 있지요. 서울시와 아이코닉스가 함께 비영리 목적으로 캐릭터를 사용하여 버스를 제작했는데 어린이들의 반응이 뜨겁다는 겁니다. 물론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 및 홍보 등 공익성을 위한 목적도 충분히 달성하고 있다네요.

안= 최종일 씨가 대단하고 느꼈던 것은 어떤 부분인가요.
오= 고민 자체로 끝나버리는 고민들이 많은데, 고민의 끝자락에서 얻은 소신 있는 결정이 부러웠어요. 그리고 제작만 해온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환경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바라본 점이 대단했어요.

기존 관행을 당연히 여겼다면 지금의 뽀로로도 탄생되지 않았을 테니까요. 결국 문제의식-고민-확신-집요하기 까지 일에 대한 열정들, 이 모든 것이 합쳐져서 나온 뽀로로를 볼 때마다 최종일 씨의 노력이 떠오를 것 같네요.


안= 최종일 씨도 역시 인생에 도전한 분이죠. 본인 입장에서 새로운 도전은 언제인가요.
오= 제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사서의 길을 택했던 것처럼 살아가다 보면 또다시 새로운 도전이 필요한 시점이 오겠죠. 그게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그 때 안주하기보다는 도전하는 제 자신을 보고 싶네요.

안=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오= 느리더라도 제가 정한 인생의 방향성을 잃지 않고 목적지에 도달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

안= 나에게 책이란
오= 인생의 밑거름이라고 생각해요. 책을 통해 성장하는 내 모습을 문득 발견하기도 하고, 생각의 힘도 자라있거든요.

‘2014년 서귀포시민의책’을 읽고 독서대담을 하고자 하는 분은 위원회로 전화(760-3675) 주기 바랍니다.

정리․사진 류정숙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