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의 숙원인 도시 우회도로 개설사업이 비로소 첫 삽을 뜨게 된다. 옛 서귀읍 시절 도시관리계획으로 결정된 도로가 무려 50년 만에 개설된다 하니, 한편으로 반가우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착잡한 심정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 시대에, 반세기에 걸쳐 도로개설 사업이 방치된 것은 분명 시민들이 납득하기 힘든 일이다. 그동안 사유재산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거나, 도로개설 계획조차 모른 채 불편을 감수해 온 시민들로서는 분통을 터뜨릴 만하다.

 서귀포시 중앙로터리(1호광장) 일대의 교통혼잡은 이미 50년 전에도 우회도로 개설 필요성이 제기될 정도로 심각하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듯, 서귀포시 시내 모든 도로와 버스노선이 이곳을 거치면서 치유불능의 동맥경화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제주시에는 연삼로·연북로 등 우회도로가 속속 개설되고 있으나, 서귀포시는 신시가지나 동홍·서홍 택지개발 이후에도 우회도로 개설은 깊은 겨울잠에 빠져 있다. 도심상권 중정로 도시계획도로 또한 26년 논란 끝에 지난해 어렵사리 매듭된 바 있다.

 최근 서귀포시는 관광1번지의 옛 명성을 되찾고 있는 추세이지만, 시민들의 교통문화 지수는 전국 최하위 수준에 머물고 있다. 매일처럼 퇴근시간 대에 중앙로터리 일대에서 교통경찰들의 교통정리가 이뤄지고 있으나, 시민들의 교통의식은 좀체 개선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도심 교통체계가 중앙로터리에 편중된 경향이 주요인으로 똬리를 틀고 있다. 지난 50년 동안 도심 주거환경은 급속히 바뀌었음에도 각종 차량들은 여전히 중앙로터리 일대에서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관광객들에 의한 렌터카 통행도 늘어나면서 매일 ‘교통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시민들의 줄기찬 요구에 의해 제주도가 올해부터 우회도로 개설에 착수한데 대해 만시지탄을 금할 수 없다. 하지만 도로개설에 따른 사업비 부담이 만만치 않아, 첫 삽을 뜬 이후 도로개설이 언제 마무리될지 선뜻 장담하기 힘들다. 제주도가 올해 예산으로 책정된 관련 사업비를 아직 확보하지 않은 것도 벌써부터 불길한 조짐이 들게 한다. 제주시에 비해 도로여건이 매우 낙후한 서귀포시에서 우회도로 개설사업은 특정지역이 아닌, 시민 전체를 위한 사업이다. 지역 균형발전과 시민불편 해소를 위해 우회도로 개설사업이 조기에 완공할 수 있도록 민관이 한데 힘을 합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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