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영 시민기자> 나의 삶, 나의 추억

내가 학교 다닐 때는 한 학년이 교실 하나로 1,2,3학년 다 해도 교실이 세 개 뿐이었다. 그만큼 학생 수가 적었다. 음악선생님도 없었으니 당연히 피아노도 없었고, 작은 풍금 하나가 고작이었다.

그래도 우리 반에는 목사님 딸이 있었다. 그는 나보다 세 살이나 많았으며 교회에서 피아노를 치고 있었기에 우리 여학생 들은 방과 후에 그에게서 풍금으로나마 유명한 명곡들을 많이 배웠다.

그때 배운 곡들 중에는 라아르고(Largo), 슈베르트의 세레나데, 네잎클로버, 솔베이지의 노래도 있었고 가곡으로는 아 가을인가, 내 고향남쪽바다, 산들바람 등 여러 곡들을 많이 배웠다.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그때 독일어 선생님(한석원)께서 가르쳐 주신 ‘들장미’라는 노래는 지금도 독일어로 완벽하게 부를 수 있다. 옛날 배운 것이라 발음이 정확할지는 모르겠으나 선생님께서 배워 주신대로는 틀리지 않게 부르고 있다.

 자아 아인 크나브 아인 뢰스라인 스텐,     Sah ein knab' ein Röslein stehn,
 뢰스라인 아~후 데어 하~이덴,              Rőslein auf der Heiden,
 바르 조 융크 운트 모르겐쉔,              War so jung und morgenschon,
 리프 에르 쉬넬~ 에스 나 주 젠,           Lief er schnell, es nah zu sehn,
 자스 미트 피렌 후리우덴.                 Sah's mit vielen Freuden.
 뢰스라인, 뢰스라인, 뢰~스라인 로트,        Röslein, Röslein, Röslein rot,
 뢰스라인 아후 데어 하~이덴.               Röslein auf der Heiden.

 
소년은~보았네/ 들에 핀~장미화/ 갓 피어난 어여쁜/ 그 향기~가 탐나서/
정신 없~이 보네/ 장미화 붉은~장미/ 들에 핀~장미화.

이 노래를 배워 주셨던 선생님 모습은 지금도 눈에 선 하다. 선생님은 우리 동네(솔동산)에 사셨던 분으로, 내 언니와는 제주시에서 고등학교 다닐 때, 누나 동생하며 아주 친했었다. 매우 똑똑한 분이셨는데 명이 짧으셔서 일찍 타개 하셨다.

체육시간에는 몇 명 안 되는 여학생들이 선생님(박성관)을 주축으로, 둥그렇게 서서 배구공을 주고받으며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돌멩이 하나만 굴러가도 깔깔거리며 웃던 시절, 입새 하나만 떨어져도 눈시울을 적시던 게 어제 일인 것만 같은데…

몇 년 전 중문에 있는 아프리카 박물관을 관람하러 갔을 때다. 나는 무심코 아프리카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체육선생님이 가르쳐주신 아프리카 노래였다.

‘아코야 나키다따/ 아코라이 쁘티 아꾸띠따/ 빠나혼싸 까카비오/ 아코라이마 기타다요 붐,붐,붐,붐,’

이 노래는 아프리카인들이 즐거운 행사 때 북을 치며 부르는 노래라고 했다. 그 당시 우리는 무슨 말인지도 모르면서 이 노래를 즐겨 불렀다.

그때는 학교 근처에 집들이 별로 없었다. 봄이면 작은 운동장 잔디밭에는 연보랏빛 작은 꽃들이 여기저기에 피어난다. 푸른 풀밭에 퍼질러 앉아 별처럼 귀여운 꽃들과 말없는 대화를 나누다보면 시간가는 줄도 몰랐다. 북으로 눈을 돌리면 한라산, 남으로는 푸른 바다가 가슴으로 안겨오고, 아지랑이 가물거리며 뭉게구름 피어오르면 ‘저 구름 흘러가는 곳, 내 마음도 따라 가네’라는 노래가 절로 흘러나온다. 어느새 구름은 나를 몰입의 세계로 끌어들이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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