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민의 책읽기> 국어교과서 고등수필

서귀포시민의 책읽기는 ‘서귀포시민의책’을 선정해, 온 시민이 이를 함께 읽어나가는 과정에서 독서와 토론의 문화를 형성하고 상호 이해를 증진하고자 활동하고 있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인 서귀포시민 공동체의식을 형성함은 물론,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지역경쟁력을 고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로 의견 주실 분은 전화 760-3675 또는 메일 ajh4960@daum.net으로 연락바랍니다.

 
안재홍(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 이하 ‘안’)=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최동철(이하 ‘최’)= 아직 미혼인 꿈 많은 40대입니다. 물론 이 달 말에 결혼이 예정되어있네요. 직업은  농산물 가공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은 서울에서 살고 있지만 2~3년 후에 서귀포로 귀촌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취미는 낚시이고 특기는

안= 평소에 책은 잘 읽는지요.
최= 읽으려고 노력하고는 있는지만 많이 읽지는 못하네요. 한 달에 한 권정도입니다. 종류는 아무래도 소설책이 많고요. 주로 베스트셀러를 읽지요.

안= 서귀포시민의책을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최= 서귀포에 자주 다니다가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되었습니다. 좋은 책을 선정해서 함께 읽는 다는 것도 좋았고, 앞으로 서귀포 사람이 될 것을 생각하며 한 권씩 정해서 읽고 있습니다.

안= 국어교과서 고등수필은 어떤 책인가요.
최= 이 책을 선택한 것은 무엇보다 학창시절의 추억 때문입니다. 신학기가 시작되기 전, 교과서를 미리 받은 날 책장을 넘기면서 느꼈던 설렘을 이 책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치 시간을 거슬러 교과서를 넘기는 듯한 즐거움과 학창시절의 순수한 마음으로 읽었던 국어교과서의 감동이 전해진 책입니다. 물론 내용은 현재 국어교과서에 실려 있는 내용이기에 작품성은 매우 훌륭했지요.

안= 내용을 읽어본 감상은 어떤가요.
최= 제가 아무래도 학력고사 세대인지라 차이가 있더군요. 그렇지만 현재 고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된 작품들을 읽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소설가 성석제나 박완서, 생물학자 최재천 교수가 쓴 수필은 매우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수필이란 장르가 특별한 형식 없이 쓰인 글이라 읽기에도 쉽고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습니다. 평소에 너무 바쁘게 살아온 제게, 짧은 수필이 주는 여운이 너무 깊고 오래가더군요.

안= 특히 좋았던 작품이 있었나요.
최= 이태준 작가의 <바다>와 윤대녕 작가의 <아날로그 변환>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특히 두 작품은 사뭇 분위기나 작법이 다르더군요. <바다>의 경우 일기나 시처럼 읽혔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 있는 감성이 제가 이곳 서귀포에 와서 보는 바다와 매우 흡사했어요. ‘바다’라는 단어가 아름답다는 것,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최대한이라는 것도 감각하지 못했었는데 이 글을 읽고 바다를 보니 더욱 경이롭게 느껴졌습니다. 솔직히 세월호 참사 이후 바다를 볼 때면 마음 한 구석으로 밀려오는 아픔과 죄스러움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 글을 읽고 그런 감정을 조금이나마 치유해주는 듯 했습니다. 물론 유족들에게는 아직도 계속되는 아픔이겠지만...

안= 윤대녕 작가의 <아날로그 변환>은 어떤가요.
최= 어린 시절에는 정말 21세기에 대한 환상이 있었지요. 그런 유행가도 있었지요. ‘서기 2000년이 되면 우주로 날아간 세상... ’(웃음) 사람들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자동차를 타고 모두가 손에 전화기를 들고 다니고, 모두의 집에 컴퓨터가 있을 것이라 상상했었죠. 신년이 되면 모든 신문들이 앞을 다투어 앞으로 다가오는 21세기에 대한 미래사회를 재미있는 그림으로 그려서 보여줬죠. 지금 돌이켜보면 그 상상은 성큼 다가온 것처럼 느껴지네요. 그래서 많이 편리해졌죠. 이제는 사람들을 만날 때 시간 약속을 하지 않습니다. 그저 핸드폰으로 통화하고 말죠. 어렸을 적에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는 친구집 앞에 가서 ‘황희야, 노올자~’라고 외치거나 편지를 썼던 것과는 전혀 다른 속도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그런 불편함을 뒤로 하고 편리한 디지털의 세계를 겪다보니 그 안의 낭만이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그런 저의 감성과 잘 닿아 있었습니다. 이 글을 읽고 괜히 저도 쪽지 한 장 친구에게 건네고 싶어지더군요.

안= <바다>와 <아날로그 변환>은 비슷한 작품인 듯 하네요.
최= 서귀포에서의 삶을 꿈꾸는 이유는 아마도 도시의 빠른 삶에 지쳐서겠지요. 인생의 반을 그렇게 바쁘고 정신없는 도시에서 살다보니 나머지 반은 그렇게 살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이기도 하고요. 저도 책을 읽을 때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하니 작품 모두 지금 제가 살고자 하는 인생과 맞닿아있네요.

안= 책을 읽을 때 어떤 마음으로 읽어야 할까요.
최= 같은 글이라도 읽는 사람의 상황과 사전지식이 책을 이해하는 데에 많은 영향을 미치겠지요. 예를 들면 제가 이곳 서귀포에 정착하기를 마음먹고 본 <바다>의 작품은 그렇지 않았을 경우와는 매우 다르지 않을까요? 바다가 익숙해지고 천천히 사는 삶을 살게 된 후 이 책을 다시 읽으면 어떤 작품이 눈에 들어올까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제가 고등학교에 다녔을 때에도 이처럼 다시 읽으면 좋을 작품들이 많았을텐데 그때는 시험문제나 점수따기 위해 글을 읽다보니 제대로 글 속에 있던 감성을 느끼지 못하고 외웠던 것이 아쉽네요.

안= 그 심정으로 지금 고등학생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최= 제가 선생님도 아니고, 학자도 아니라 많은 이야기를 할 수는 없지만 몇 년 더 살아본 선배로서 말하자면. 고등학교 시절이 한 사람의 인생 전체에 비하면 굉장히 짧은 기간입니다. 그러나 매우 중요한 시기이죠. 그리고 학창시절에 학업에 대한 고민, 친구간의 고민 등은 민감한 문제이지만 좀 넓은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뒤돌아보면 후회가 없을 듯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어떤가요. 이 책에 실린 글을 단지 교과서의 글이 아니라. 친구가 건넨 편지 속에 적힌 글이었다고 생각하면 훨씬 마음에 와 닿을 겁니다. 상상력을 발휘해 보세요! 국어 교과서라 생각하지 말고 그냥 아름다운 수필집이라 생각하고 그 안에 숨어있는 감성을 자기만의 경험과 견주어 보면 더욱 진한 감동이 있지 않을까요. 그러고 보니 가을의 정취가 저를 가을 남자로 만드네요(웃음)

안= 예비 서귀포시민으로서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에 바라는 점이 있나요.
최= 아직 서귀포로 이사한 것이 아니라서 잘은 모르지만 저처럼 외지에서 온 사람들을 위해 제주와 서귀포에 대해 더욱 잘 알 수 있는 책을 추천해 주셨으면 합니다. 사실 제주는 아름다운 풍광 속에 많은 아픔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 아픔이 더욱 가슴 아리다고 여겨지네요. 책을 읽으며 제주를 알아가는 일은 제겐 흥미로운 일이죠. 좋은 책을 많이 선정하여 모든 서귀포시민들이 함께 읽었으면 하네요. 슬로건이 ‘책읽는 서귀포’ 아닌가요? 막연하 바람이 아닌 꼭 이루어졌으면 하네요. 올해 선정된 서귀포시민의책을 한 권씩 읽다보면 이미 서귀포시민이 된 듯도 하네요.

안= 나에게 책이란.
최= 잘 차려진 밥상이다. 좋은 재료로 간도 잘 맞춰 차리기는 어렵지만 정갈하게 차려져 있는 밥상을 받아 좋은 사람들과 나눌때는 언제보다 행복한 시간을 주잖아요. 책도 고르기도 어렵고, 다 읽기도 쉽지 않지만 다 읽고 난 후는 좋은 사람과 깊은 대화를 나누는 것과 같은 만족감을 주니까요.

‘2014년 서귀포시민의책’을 읽고 독서대담을 하고자 하는 분은 위원회로 전화(760-3675) 주기 바랍니다.

정리 안재홍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