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십리 책방-17>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서귀포시민의 책읽기는 서귀포시민의책을 선정해 온 시민이 이를 함께 읽어나가는 과정에서 독서와 토론의 문화를 형성하고 상호 이해를 증진하고자 활동하고 있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인 서귀포시민 공동체의식을 형성함은 물론,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지역경쟁력을 고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로 의견 주실 분은 760-3675 혹은 ajh4960@daum.net 으로 연락 바랍니다.

안재홍(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위원, 이하 안) 좋은 곳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 자기소개부터 해 주시죠.
김혜영(이하 김) 제주여행자에서 제주이민자가 된지 6개월 차, 달리네 민박집 주인장 김혜영입니다.
 
안 = 민박집 이름이 특이한데요. 달리네가 무슨 뜻이지요?
김 = 언니랑 저랑 둘이서 운영하고 있는 민박집인데, 언니는 실제로 마라톤을 하는 러너입니다. 달리는 거죠. 그리고 저는 워낙 사람 좋아하고 사람과 함께 하는 술자리를 즐기다보니 흔한 말로 끝까지 달려볼까? 할때의 그 달리네랍니다.
 
안 = 이번 책의 제목이 <나는 죽을때까지 재미있게 살고싶다> 입니다. 제목을 처음 접하셨을 때 어떠셨어요?
김 = 우선 제목이 매력적이에요. 누군들 죽을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지 않겠어요. 하지만 점점 어른이 되면서 재미있게 살기는 어려워지죠. 저는 그러지 않으려고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틈을 내 서울성곽길이나 둘레길, 강화나들이길 등 여러곳을 다니고 뮤지컬이나 연극, 음악회도 많이 찾아다녔어요. 등산도 하고 배우가 뿜어내는 에너지에 빠져들었지요. 그런데 그마저도 흥이 떨어질 때 쯤 올레길을 알게 되어 일년에 열번 정도 제주를 드나들다가 결국 이주까지 하게 되었고요.
 
안 = 저자의 생각을 읽어보니 어떠시던가요?
김 = 저자 이근후박사님은 최근 smart aging(똑똑하게 늙는다)의 모범사례로 꼽히시더라구요. 죽음의 위기를 몇차례 넘기고 현재 일곱가지의 지병이 있음에도 유쾌함을 잃지 않을뿐만 아니라 현재를 열정적으로 살고 계시는 모습이 감동적이었어요.

 그분 삶의 궤적 자체가 스마트 에이징(smart aging)이라구요. 박사님은 오랫동안 정신과 의사로, 대가족의 일원으로 살아오면서 다양한 경험과 사례를 통해 습득되고 베어진 태도와 상황에 따른 마음가짐이 자연스럽게 실천된 경우라 볼 수 있어요. 책을 읽고 난 후 이 분의 인터뷰를 보았는 데, 이런 얘기가 있더군요.

나이가 어떻든 그 과정에 있다고 생각하고 하나씩 쌓아올리다보면 어느 날 멋진 삶을 살고 있는 자기가 만들어져 있을 거라고. 멋진 삶은 갑자기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거죠. 크게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나중도 중요하지만 목표를 위해 과정을 희생하지 않고 지금의 삶을 즐기는 것이 제 삶의 태도가 되었구요. 제주이주도 그 중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안 = 특히 마음을 잡은 구절이 있었는지요?
김 = 저는 두번의 큰 이동이 있었어요. 경주에서 쭉 자라다가 서울로 대학을 가게 되면서 서울살이를 했구요. 그렇게 십수년을 살다가 이곳 제주, 서귀포로 오게 된 것이죠. 그래서 인생의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는 그대에게란  다섯번째 챕터가 가장 와닿았어요.

특히 바쁘다는 핑계로 취미를 미루지 말라고 조언하시는데 제가 요즘 그러고 있어요. 저녁부터 아침까지는 민박집 일에 집중하고 바느질과 목공수업을 받아요. 예전부터 꼭 하고 싶었던 일이거든요. 손으로 만드는 것에 대한 로망을 이루는 중이랍니다. 또 민박집을 운영하다보니 육지에서는 몰랐던 체력적 한계를 느껴 최근엔 수영도 시작했고 틈틈이 올레 아카데미 수업도 듣고 우쿨렐레도 배우고 있어요.

시간이 없어서 하지 못했던 일, 거리가 멀어서 엄두가 나지 않았던 일들을 박사님의 조언처럼 미루지 않느라고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지경이에요.
 
안 = 이 책이 아무래도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보니 본인의 삶을 많이 반추했을 것 같은데요.
김 = 최근 유행한 책들의 제목을 보면 00대에 하지 않으면 안되는 00가지 것들이 많았잖아요. 그런데 이미 제 나이에는 지난 것들이 많아서 도리어 전 앞으로 뭘 해야 하는지 고민이 되더라구요. 그런데 이 책에는 마흔살에 알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들이라는 챕터가 있어서 유심히 봤어요.

사회생활을 하면 40대는 황금기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그걸 구분하는 건 나이가 아닌 것 같아요. 예전엔 인생 2막, 제2의 전성기라는 말을 많이 했지만 인생이 전반과 후반으로만 나뉜다는 고정관념이 깨진지도 오래 되었잖아요. 지금이 황금기라 생각하고 즐기면서 살면 또 다른 제2의 황금기, 제3의 황금기도 계속 생겨날 것이라 믿어요. 인생을 안다고 자만하지 말고, 어떤 일이든 다시 시작하고 싶다면 바로 지금이 황금기로 가는 출발점이다라고 책은 말하고 있었어요.
 
안 = 이 책을 권하고 싶은 분이 있다면요?
김 = 제주 이주민들이요. 특히 이주 3, 4년 차의 이주민들에게 권하고 싶어요. 처음 제주의 환경이 좋아 이곳에 터를 잡았다가 그 자연환경에 익숙해지고, 생활을 위한 노동과 조금은 다른 문화의 제주민들에 지쳐있을 분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 반만 읽어도, 차례만 읽어도 충분히 위안이 되는 책이에요.
 
안 = 평소 책을 많이 있는 편인지?
김 = 제주로 터전을 바꾸고 나니 그동안 제가 가지고 있던 구두나 옷 같은 것들이 그저 집착이고 미련이더라구요. 그래서 SNS를 통해 그런 물건들을 책과 맞바꾸었어요. 덕분에 다양한 종류의 책을 많이 읽게 되었고, 육지에서보다 독서량이 배가 되었습니다. 또 집에 TV가 없으니 독서하기 더욱 집중하기 좋은 환경이고 방문하는 게스트에게도 책읽기를 권하면 다른 곳보다 더 잘 읽혀진다고 하시더라구요.
 
안 = 서귀포시민의책읽기 위원회에 바라는 것이 있나요?
김 = 조금 다채로운 기획전을 만들어주시면 어떨까 해요. 청소년, 어린이등 특정 분류에 대한 권장도서는 조금 단조롭다는 생각이 들었어다. 일단 흥미를 가져야 관심을 가지고, 관심이 생겨야 읽어보는 게 책 아닐까요. 조금 딱딱하거나 모범도서만 추천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이런 모범적 이미지를 순화(?) 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획전을 만들어주세요.
 
안 = 본인에게 책이란?
김 = 이웃의 대문이다. 서울에 살땐 이웃이라는 개념이 없었어요. 그냥 옆집..이라고 하죠. 하지만 제주에 오니 이웃이 많이 생겼고, 그들과의 소통과 교류가 삶에 얼마나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는 지 매일매일 실감하는 중이예요. 책도 그렇지 않을까요? 서고에 꽂혀있으면 인테리어죠. 하지만 다가가서 책장을 열고 내용을 읽고 공감하다보면 어느새 정도 흠뻑 들게 되죠. 다가가기 전엔 단순히 딱딱한 대문이고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몰랐는 데 문을 여는 순간 또다른 세상을 맞을 수 있는… 이웃의 대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리사진-문환이 책읽기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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