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십리책방-18>핵 폭발 뒤 최후의 아이들

 

핵폭발 뒤 최후의 아이들

 저자 : 저자구드룬 파우제방 지음 
 그림 : 최혜란 그림
 역자 : 함미라 옮김  출판사 : 보물창고

 


 

▲ 제주 폴리텍 대학에 다니는 곽경택씨(사진 왼쪽)와 안재홍 서귀포 시민의책읽기위원회 위원이 핵 폭발 뒤 최후의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안재홍(서귀포시민의책읽기 위원회 위원, 이하 안)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곽경택(이하 곽) 나이 40에 제주폴리텍을 열심히 다니고 있는 곽경택 입니다.


안 : 먼저 <핵폭발 뒤 최후의 아이들>을 읽으신 전체적인 느낌부터 들어볼까요.

곽 : 책 제목에 언급되듯 이 책은 핵폭발이 일어난 후 벌어지는 일들을 아이의 시선으로 풀어냅니다. 여러 영화나 소설에서 핵전쟁은 심심치 않게 소재로 사용되어 왔지만 그것들은 대부분 어른의 시선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전쟁에는 책임이 조금도 없어야 할 아이들이 핵폭발의 상흔을 그대로 입어야 한다는 사실은 외면되어 왔습니다. 아이의 시점에서 본 핵폭발은 더욱 잔인했고 심각했습니다. 이 책이 청소년용 추천도서라고 조금 만만하게 첫 장을 펼쳤는데 마지막 장을 읽을 때는 제가 어른이라서 더욱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안 : 어른이라 더욱 마음이 무거워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곽 : 천벌 받을 부모들이라는 낙서, 당신은 살인자야라고 선생님에게 외치는 아이들이 등장합니다. 이 말들에 조금도 반박할 수 없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남북이 대치중이고 북은 매년 핵실험이나 강경발언 등으로 긴장을 고조시킵니다. 물론 남한의 일부세력들이 그것을 조장하기도 하겠죠. 그렇게 일상처럼 벌어지는 전쟁의 위협이다 보니 그런 상황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게 됩니다. 북과 전쟁이 나면 미국은 한반도에 핵폭탄을 사용하겠다고 하지만 이런 말에도 그저 심드렁할 뿐 입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 전쟁에 책임이 있는 어른들보다 아이들이 훨씬 고통 받을 게 분명한데 말입니다. 불안한 평화를 불안해하지 않고, 평화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노력에 무관심했던 저 역시 그런 어른임을 깨닫고 불편했습니다.

안 : 핵전쟁을 개인이 막을 수 있을까요.

곽 : 제가 무슨 간디나 교황, 막강한 미국대통령도 아니고 저 혼자서는 불가능하겠죠(웃음) 그리고 간디나 교황님도 아마 혼자서는 막지 못할 겁니다. 미국대통령이라고 모든 것을 혼자 하는 것은 아닐 테고요. 하지만 저와 같은 개인들이 힘을 모으면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의 모든 크나큰 변화는 아주 작은 것에서 시작하니까요.

안 :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곽 : 이 책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평화가 될 것 같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평화라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했습니다. 단순히 평화란 전쟁이 없는 상태일 수도 있고, 개인적으로는 조용하고 편안한 것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다 평화라는 말의 한자어, 평화(平和)를 찾아보았습니다. 처음엔 (땅을) 평평하게 고르다는 뜻의 글자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조금 의외였습니다.

그런데 평평한 곳이란 장애인은 오르지 못하는 계단도 없고,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일도 없고, 무엇보다 뛰어도 되고 앉아도, 누워도 되는 자유로운 땅이자 누군가 내게 명령하거나 강제하지 못하는 평등한 땅이겠다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사람들은 자유와 평등을 너무 쉽게 주장하지요. 그러나 그 자유와 평등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댓가를 치렀는지 생각해 보면 너무 소중한 삶의 가치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그 자유와 평등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가장 첫 토대가 평화라는 것이죠.

안 : 자유와 평등의 토대가 평화라는 말씀은 인상적이네요.

곽 : 예. 그리고 그 평화를 지키고 공고히 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 짧은 생각으로는 민주주의인 것 같습니다.

안 : 민주주의요. 왜죠.

곽 : 평화는 갈등이나 폭력이 없는 상태입니다. 보통 갈등과 폭력은 타인이 있기 때문에 발생하죠. 그 타인이나 타국은 자신이나 자국과 다른 이익을 추구하다보니 문제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이런 갈등을 대화로 해결하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생각합니다. 갈등이 없는 지루한 상황이 평화인 것이 아니라 그 갈등을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평화라면 이 평화를 위해서는 민주주의가 잘 작동하는 사회를 만들 필요가 있겠다는 결론입니다.

안 : 많이 확장되는 느낌인데요.

곽 : 그럴 수도 있구요. 반대로 가장 기본적인 것 일 수도 있습니다. 민주주의라는 걸 마치 여의도나 청와대에 계시는 정치인들만 하는 거라 생각하는 것이 평화에 대해 무관심한 것이고, 핵전쟁에 원인을 제공하는 것이겠지요. 선생님은 평화를 위해 무엇을 했죠?라고 묻는 한 학생이 나옵니다. 선생님인 화자의 아버지는 대답하지 못하지요. 책은 통일 전 독일을 배경으로 한 픽션이지만 이 책은 미래소설과도 같습니다. 그래서는 안되겠지만 만약 어느 미래에 제가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전 그때 민주주의를 작은 곳에서부터 실천했다는 말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안 : 청소년 부문 책인데도 많은 것을 생각하며 읽으셨네요.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분이 계실까요.

곽 : 우선은 국방부에 계신 모든 분들. 그리고 전쟁이 난다해도 서울시민이 3일만 참아주면 된다고 생각하는 일부 정치인들에게 추천합니다. 아무리 비싼 평화라도 가장 싼 전쟁보다는 싸다는 것을 꼭! 말해주고 싶습니다.

안 :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에 바라는 것이 있으신가요.

곽 : 지난주에 위원회에서 작가와 함께하는 북콘서트에 갔습니다. 고병권 박사의 강연내용은 정말 좋았습니다. 이런 강연이 제주시만 해도 그나마 좀 있는 편인데 서귀포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제발 이런 기회를 풍성히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웃음)

안 : 나에게 책이란 00다.

곽 : 참고서다. 세상에 대해 경험을 통해 알고 깨우치는 데는 한계가 있는데 여러 인생과 수많은 고민들을 슬쩍슬쩍 들춰보다보면 나의 삶이 가야 할 방향에 대해 좋은 참고가 되니까요. 그렇게 언제라도 컨닝이 가능한 참고서라 생각합니다.

서귀포시민의 책읽기는 서귀포시민의책을 선정해 온 시민이 이를 함께 읽어나가는 과정에서 독서와 토론의 문화를 형성하고 상호 이해를 증진하고자 활동하고 있습니다.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로 의견을 주실 분은 전화 760-3675 또는 메일 sgpbook@daum.net으로 연락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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