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탐방> 우성종합유통…20년 전통 토종기업, 고객신뢰·만족 우선

서귀포시 동홍동에 소재한 우성종합유통은 20년 이상 식자재를 납품하는 전문 유통업체다. 효돈동 출신의 부부가 창업한 이후 숱한 좌절과 시련 속에서도 고객만족과 신뢰를 내세워 탄탄한 기반을 다져가고 있다. 시내 호텔과 학교, 음식점 등에 신선한 식자재를 저렴하게 공급하면서 나눔 활동에도 적극 앞장서고 있다.

 ▲ 원두커피· 국산차 납품 ‘효돈유통’ 설립 
우성종합유통은 김명찬 대표(53)가 부인 양정복 씨(52)와 함께 1994년 5월에 설립한 유통업체다. 효돈동 선·후배 사이인 김명찬 대표 부부는 ‘효돈유통’이란 간판을 내걸고 동홍동 삼아아파트 인근의 가게를 빌려 유통업에 첫발을 내디뎠다.

김 대표는 회사를 차리기 이전에 이미 혹독한 시련을 단단히 거쳤다. 1989년 바나나 농사에 뒤늦게 뛰어들다 수입개방 역풍을 맞고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이어 감귤 농사를 짓고자 대규모 농지를 빌렸으나 감귤값 하락여파로 또다시 휘청거렸다.

렌터카 기사 등으로 전전하던 김 대표는 1989년 부인과 결혼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시내에서 아동복 판매점을 함께 운영한 경험을 토대로 ‘효돈유통’을 설립하게 됐다.

부부는 창업 초기에 주로 시내 다방에 국산 차와 커피 등을 납품하는 일에 매달렸다. 6인승 봉고 차량을 몰면서 1년 365일 쉬는 날 없이 기존 상권을 파고들고자 무던히 애를 썼다. 3살, 5살 된 두 자녀를 돌볼 틈도 없이 늦은 밤까지 다방을 떠돌며 판촉활동에 나섰다. 제주시 진출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고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존 제품에 길들여진 고객들의 입맛을 바꾸기는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김 대표 부부는 그야말로 먹고 살기 위해 기존상권에 진입하려 발버둥 쳤으나 ‘맨땅에 헤딩’격이었다.

고객의 기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다량의 국산차를 구입했다 유통기한이 지나는 바람에 눈물을 머금고 버려야 하는 아픔도 겪었다. 설상가상으로 창업 3년이 지나 IMF 찬바람이 밀어닥치며 더욱 깊은 수렁에 빠져들었다.

 ▲ 기존 상권 뚫고 식자재 분야에 진출
부부는 깊은 좌절 속에서 갈수록 몸과 마음이 찌들어갔다. 하지만 언젠가는 고객들의 주문이 있으리라는 희망의 끈을 놓치지 않고 열심히 발품을 팔았다.

역시나 쥐구멍에도 볕들 날은 있었다. 부부의 성실과 열정을 곁에서 지켜본 지인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각자의 인맥을 통해 기존 업소에다 효돈유통의 제품을 한 번 써보라고 소개하면서 모처럼 주문이 생겨났다. 고객들은 주말이건 늦은 밤이건 소량 제품을 주문하더라도 신속히 납품하는 김 대표에게 신뢰를 품고, 여타 업소를 소개해주기도 했다. 대형 마트가 우후죽순 생겨나는 시점이라 당시 유통업계에서는 가격보다는 고객들에 대한 서비스가 고객유치의 관건이었다.

고객들의 호평을 얻게 되면서 김 대표 부부는 기존의 국산차와 커피 외에 식자재 분야에도 뛰어들었다. 시내 음식점 등을 대상으로 식용유·참기름·물엿·고추장·케첩 등을 납품하면서 사업영역을 넓혀갔다. 이를 계기로 2000년 3월에는 종전의 ‘효돈유통’ 대신 ‘우성종합유통’으로 상호를 바꾸면서 식자재 납품 전문업체로 거듭나게 됐다.

하지만 식자재 시장에도 기존 상권의 장벽은 드높았다. 당시 서귀포 식자재 유통분야에선 제주시 업체가 상권을 거의 장악한 상태였다. 김 대표는 식당과 레스토랑 등을 찾아다니며 서귀포시 업체 제품을 한 번 써달라고 호소하지만, 애향심과 제품구입은 별개였다.

철옹성 같던 식자재 시장에도 틈새는 있었다. 제주시 업체에서 물류비 절감차원에서 한꺼번에 많은 제품을 싣고 이곳저곳 업소에 납품하던 관행에 고객들의 불만이 새어나왔다. 김 대표는 주문 물량에 관계없이 고객들이 필요한 때와 장소에 제품을 철저히 납품함으로써 식자재 분야에서도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 20년 째 토종기업 자존심 지켜  
우성종합유통은 식자재 분야에서 학교급식에 이어 2004년부터 호텔 납품에도 진출하면서 사업기반을 탄탄히 구축하고 있다. 중문관광단지 내 신라·하얏트 호텔과 컨벤션센터, 퍼시픽랜드, 해비치호텔, 서귀포의료원 등에 식자재를 공급하고 있다.

쌍둥이횟집과 새섬갈비, 금강민물장어 등 시내의 대표적 음식점도 단골고객이다. ‘자장면’으로 유명한 최남단 마라도에도 매월 한 차례 바지선에다 밀가루와 자장 재료 등을 싣고 떠난다.

우성종합유통은 2011년 12월, 현재의 동홍북로 76(동홍동)에 2층 건물을 지었다. 3곳의 건물을 빌려 17년 동안 더부살이한 끝에 마침내 자기 건물을 갖게 된 것.

우성종합유통은 제주지역 대리점과 소비자의 중간에서 식자재 납품 역할을 떠맡고 있다. 여타 업계와 달리 도·소매점을 거치지 않고 3단계의 식자재 유통방식을 취하고 있어 경영비용을 절감하면서 소비자들에 제품을 저렴하게 제공하고 있다.

회사 건물의 1·2층 창고에도 최신 환풍·조명시설 등이 갖춰져, 다양한 품목의 식자재들을 신선한 상태로 보관하고 있다.

창업 초기부터 숱한 시련과 좌절을 이겨내며 탄탄한 업체를 일궈 온 김 대표 부부. 최근 일부 자영업자들이 식자재를 외상으로 구입한 뒤 문을 닫고 도주하는 사례를 수시로 지켜보면서 힘든 과거를 떠올리듯 가슴 아파한다.

현재 우성종합유통은 직원 15명에 차량 13대를 거느리고 있다. 시장여건이 급변하는 유통업계에서 20년 넘게 한 우물을 파면서, 서귀포시 토종업체의 자존심을 이어가고 있다.

경력 10년의 한 직원은 6년 전 결혼으로 제주시에 이사 간 이후에도 회사를 계속 다닐 정도로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김 대표의 맏딸과 처제도 새로운 식구가 되면서 가족과 같은 회사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회사 경영과정에서 나눔과 상생가치를 절실히 인식해 온 김 대표는 장학회와 사회복지시설 등에 꾸준한 후원활동을 펼치고 있다. 우성종합유통은 창업 20주년을 넘기면서 시민들을 위해 또 다른 사업을 펼친다는 구상이어서,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