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십리책방>책은 도끼다

제목 : 책은 도끼다
저자 : 박웅현
출판 : 출판북하우스

책은 무뎌진 우리의 감각을 일깨우는 도끼다!
이 책은 책 들여다보기라는 주제로 이루어진 저자의 강독회를 책으로 정리한 것으로, 인문학으로 광고하는 박웅현이 자신만의 독법으로 창의력과 감성을 깨운 책들을 소개한다. 저자는 아이디어의 밑바탕이 되어준 감동을 준 문장에 줄을 치고 옮겨 적는 자신만의 독법으로 책들을 설명하고 있다. 고은의 <순간의 꽃>,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등 시집에서부터 인문과학 서적까지 다양한 부야의 책들을 만나볼 수 있으며, 강독회의 현장감 또한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안재홍(서귀포시민의책읽기 위원회 위원, 이하 안) 안녕하세요. 자기소개부터 부탁드립니다.
문환이(이하 문) 반갑습니다. 책 모으기가 취미인 문환이라고 합니다. 주로 영화기획을 해 왔고, 요즘은 소설도 쓰고 영화 시나리오도 쓰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안 : 취미가 특이하시네요.
문 : 독서가 취미라고 말씀드리기에는 너무 식상하고 책을 좀 허술하게 읽는 듯 해서요. 그저 책을 많이 가지고 있을 뿐이라는 겸손함도 있고요.

안 : 책을 얼마나 모으셨는데요?
문 : 이천오백 권 정도 됩니다. 막상 얘기하고 나니까 별로 많지도 않은 것 같네요(웃음)

안 : 다 읽으셨나요?
문 : 많이 받는 질문이에요. 물론 다 읽지 못했습니다. 절반 좀 넘게 읽은 듯해요. 저는 <책은 도끼다>의 저자 박웅현 씨와는 다른 방식으로 책을 읽어왔어요. 박웅현 씨가 모든 책을, 시를 음미하듯 읽었다면 저는 신문기사 읽듯 우선 많이 읽고, 빨리 읽고, 그리고 다음번에 필요하면 필요한 부분만 또 읽고. 그 책에 있는 내용을 굳이 머릿속에 넣지 않아도 거기에 그 내용이 있는 것을 아니까 굳이 머릿속에 넣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안 : 자연스럽게 <책은 도끼다>로 넘어갔는데요. 그렇게 다른 독서습관을 가지고 계신데 이 책은 어땠나요?
문 : 저자는 천천히 눌러 읽는 방법으로 책을 대합니다. 저자가 소개하는 책 중 많은 것들을 저 역시 읽었는데 저자처럼 꼼꼼하게 눌러 읽지 않았던 탓인지, 책을 통해 정보만 취하려는 저의 다소 상업적이고 편의주의적인 책읽기 탓에 저자가 한 문장, 한 문단 안에서 느낀 울림을 전 쉽게 지나쳤더라고요. 많은 지점에서 후회도 되고 반성도 했습니다.
 
안 : 저마다의 방법이 있을 테니까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할 문제는 아닐 겁니다.
문 : 예. 물론입니다. 하지만 버릇이 생겨 고전을 읽을 때에도 평상시처럼 그렇게 급히 먹어 삼켰던 것 같아서요. 또한 저 역시 저자처럼 책을 읽으며 표시하고, 적어놓는데 책속 문구를 적어놓은 그 노트 역시 매일 보고 천천히 소화시키는 게 아니라 필요할 때만 들춰보는 정도거든요. 그동안 제가 읽었던 책들이 조금 아깝게 느껴졌다라고 할까요.
 
안 : 지금까지 책읽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요. 조금 범위를 넓혀보죠. 책을 읽을 때의 기쁨이라면 뭐가 있을까요?
문 : 우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책 속에는 많지요. 굳이 소설이 아니어도 모든 책에는 이야기가 담겨있어요. 역사책은 물론이고 철학이나 인문, 심지어는 사회과학분야에서도 이야기가 흘러가지요. 그리고 시간 때우기도 좋고, 무엇보다 책을 한권 다 읽고 나면 느껴지는 만족감도 있지요. 똑똑해진 기분도 들고, 똑똑해 보이기도 하고.(웃음) 그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듯합니다. 여러 이야기 속에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어있고, 그런 것들을 통해 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제가 싫어하는 사람들의 삶마저 들여다 볼 수 있는 지혜가 생기지요. 물론 저에게는 아직 부족한 것이지만. 박웅현 씨는 특히 문장 속에 숨어 있는 작가의 지혜를 들춰보는 재주가 뛰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안 : 책은 도끼다 에서 소개하는 책을 많이 읽으셨다했는데 그 중 박웅현 씨의 생각에 공감하거나 혹은 다르게 읽은 책이 있을까요?
문 : 김훈 작가의 책은 저 역시 거의 다 읽은 것 같아요. 글 잘 쓰시는 걸로 치면 우리나라 최고 문장가잖아요. 물론 그 안에 담겨 있는 사상과 시선도 마음에 들고요. 글은 사람을 닮는다고 하는데 김훈 작가님이 기자로 있을 때 몇 번 뵌 적이 있는데 정말 독설가셨어요. 표현이 어찌나 매운지 함께 한 자리가 참 불편했습니다. 그런데 그 자리가 파하고 나면 그 독설 속에 숨은 마음이 참 깊다는 생각이 들게 했어요. 김훈 작가의 글은 그런 작가 자신과 똑같아요. 아주 사실적으로 쓰지요. 그것을 마치 날카로운 만년필 끝으로 꼭꼭 눌러 쓴 듯한 문체지요. 그 안에 한 가지 사실에 집중하고, 다시 그 안에서 찾아낸 진리를 꾹꾹 눌러 담으시고요. 전 그런 김훈 작가의 재주가 타고난 것이라고, 그저 부러워만 했는데 박웅현 씨에 의하면 그 역시 오래 보고 오래 생각하기 때문에 나오는 거라 말하더군요. 그 말이 맞는 듯합니다. 저도 앞으로 그래봐야겠어요.
 
안 : 이 책이 독서력에만 도움을 준 것이 아니라 글쓰기에도 도움을 줬군요.
문 : 예. 오래 영화를 하면서 좋은 영화는 보고 또 보고 그렇게 꼼꼼하게 봤었어요. 씬(장면)별로 나눠 보고, 컷별로 잘라보기도 하고. 그렇게 보다 보면 감독이 숨겨놓은 진심을 찾을 수 있지요. 처음 볼 때랑 열 번째 볼 때가 다르고 백 번째 볼 때가 또 다릅니다. 영화가 달라진 게 아니라 제가 달라졌기 때문에 그런 일이 생기기도 하죠. 그렇게 관객의 마음에 따라 영화가 달라지는 영화가 좋은 영화라고 생각해왔어요. 그렇게 진짜 영화를 완성하는 사람은 관객이라고도 생각했고요. 책도 마찬가지라는 걸 잊고 있었어요. 독자에 따라 달리 읽히는 글, 그러면서도 진심이 느껴지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제 안의 진심을 굳건히 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됐습니다.
 
안 :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분이 계실까요?
문 : 모든 글쓰기를 하시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박웅현 씨는 카피라이터이다 보니 세상에 자기 생각을 꺼내놓는 방법도 잘 알아요. 같은 책을 읽고 박웅현 씨가 한 글을 읽다보면 공감대가 생기고, 그것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말하는 박웅현 씨의 접근법은 글을 쓰는 분들께 많은 도움이 되겠죠!
 
안 :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에 원하는 게 있으실까요?
문 : 2010년부터 선정되었던 지나간 시민의책 목록을 보면서 참 좋은 책들이 선정되었구나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아직도 제가 읽지 못한 좋은 책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무엇보다 이번에 작가와 함께하는 북콘서트에서 발표한 2015 서귀포시민의책을 가까운 분들과 함께 다 읽고 싶은 목표가 생겼지요. 그런데 제 바람은 아직도 시민의책을 모르는 분들이 있더군요. 더욱 홍보에 힘써 주셨으면 하네요.

아직은 위원회에 원하는게 있는게 아니라 위원회가 어떤 곳인지 알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서요. 2015년도 추천도서까지는 별 역할 하지 못했지만 2016년 추천도서부터는 한 몫 해내겠다고 다짐하는 중입니다.
 
안 : 나에게 책이란?
문 : 계단이다. 한 계단 올라서면 더 많은 게 보입니다. 원하는 곳으로 생각을 옮길 수도 있구요. 계속 오르다보면 이곳과는 전혀 다른 곳에 도착할 수도 있지요. 제게 책이란 그렇게 다른 곳으로 가게 해 주고, 더 멀리 더 넓게 보게 해 주는 계단과 같습니다.
 
서귀포시민의 책읽기는 서귀포시민의책을 선정해 온 시민이 이를 함께 읽어나가는 과정에서 독서와 토론의 문화를 형성하고 상호 이해를 증진하고자 활동하고 있습니다.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로 의견을 주실 분은 전화 760-3675 또는 메일 aih4960@daum.net으로 연락바랍니다.

<정리·사진 / 백수연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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